계속하는 시 외 1편

[신작시]

 

 

계속하는 시

 

 

신미나

 

 

 

    이 시는 한 점에서
    태어난다

 

    하늘 높이
    높이
    공을 던져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아래로
    아래
    로
    떨어지는

 

    한 움큼의 진주알을
    계단 아래로
    던져서
    토, 독,
    토드드드득
    구르고 타고 넘고
    정지된 것과
    움직이는 것
    저항과 율동 사이에서

 

    두 점을 찍은
    선분의 양쪽을 잡아 늘여
    직선이 되려는
    집요한 운동
    양쪽으로
    한없이 길어지는
    나아가는
    화살표

 

    눈에 보이지 않는 시는
    기체
    흐르면서 몸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언어
    부피는 늘지만, 무게는 변함없는
    시의 형식

 

    비정형의 선
    사선으로 내리다
    원이 되는 빗물처럼
    곧은 선이
    굽은 선을 만나
    반직선이 되고
    다시 이어지는
    만화경 속에
    이윽고
    눈의 결정

 

 

 

 

 

 

 

 

 

 

한 사람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걸인에게 마지막 동전을 내줄 수 있는
    마지막 성자가 나타났다고

 

    누군가는 손가락질했습니다
    가면 뒤에 숨은 뱀의 혀를 보지 못 했냐고
    미량의 독을 약이라고 속여 파는 것뿐이라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저울로
   영혼의 무게를 재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 영혼이 납으로 세운 십자가처럼 무겁더라
    짚으로 엮은 십자가를 지고 무거운 시늉만 하더라

 

    겉과 속이 같다는 것은 투명하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은 믿음의 모양대로 제각각 한 사람을 빚었습니다

 

    한 사람은 사람들을 피해 동굴로 들어가 버렸고
    사람들은 자신이 빚은 모양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그를 찾아갔습니다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불의 노래, 영혼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따뜻한 불빛이 동굴의 안쪽을 비췄지만
    커다란 그림자만 일렁일 뿐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나와라! 나와라!
    사람들이 손뼉 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가 며칠째 나오지 않자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우던 나뭇가지로 횃불을 만들었습니다

 

    나와라! 나오라니까!
    사람들은 화가 나서 동굴 안으로 횃불을 던졌습니다
    입구에 연기를 피우고 돌을 던졌습니다

 

    그가 피 흘리며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돌아왔다!
    그가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서 돌아왔다고

 

 

 

 

 

 

 

 

 

 

신미나
작가소개 / 신미나(申美奈)

2007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가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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