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외 1편

[신작시]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임수현

 

 

 

    한 아이가 지나갔지. 내가 낳은 사람 같았어. 호수를 사이에 두고 내 허락도 없이 살아 있었지. 손을 잡고 싶었어. 아이가 아름답고 호수가 아름다워. 나는 내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의지가 부족하다.

 

    호수를 향해 빵을 던진다, 빵을 따라 날아가는 새들, 내 손을 보고 있는 새들. 내가 낳지 않은 새들, 새들이 내게 명령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으라고 너는 낳을 수 있잖아, 하지만 새들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보다는 새가 알을 낳는 게 언제나 더 현명하다. 새들처럼 사랑하고 낳으라고 나는 명령하고 싶다. 앞에 가는 사람들에게, 이따 만날 친구들에게. 부드러운 빵을 나누어 주면서 말해 본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겠지. 난 정말 알에서 죽고 싶다.

 

    아이의 흔적을 따라 빵을 떨어뜨린다. 너 한 입, 나 한 입, 나누어 먹는 심정. 까만 개미들이 따라오고, 개미들은 이제 그만 번식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하면 빵이 아깝다. 이 빵은 친구 줄 건데. 이제 곧 엄마가 될 친구가 먹을 빵인데, 미진, 혜영, 수희, 난영. 그리고 나까지 우리 중에 누군가는 항상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한 번도 사람을 낳지 않은 사람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빵을 사러 가는 것이다. 그렇게 호수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호수에 못 들어간다. 물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친구들에게도 물은 안 주고 빵만 줄 것이다. 미진아, 이게 선순환이라는 거다. 호숫가를 통과하며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누구의지

 

 

 

 

    아주 친절하게 말할게요. 누군가의 연애를 상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느 날 저는 염소 한 마리를 사랑했습니다. 범계역에서 잠깐 스치듯 마주쳤지만 저는 알았습니다. 제가 전생에 염소였고,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을요. 그때 지혜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쓰던 침대는 버리기로 했고 남자친구들과 찍었던 사진들은 상자에 모아 두고 있었지요. 햇볕이 뜨겁고 집은 넓은데 그 염소는 한 번도 지혜 앞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취향을 존중해 드린 거니까 저를 끝까지 믿어 주세요.

 

    제가 길을 걷고 사람들이 늙었어요. 염소로 살았을 때는 몰랐던 일들이에요. 사람으로 태어나 지혜를 알게 되었고 제 삶이 그 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지혜보다 그 애의 의지를 원했습니다. 지혜의 의지는 침대도 버리고 남자친구도 버리고 나도 버렸으니까요. 지혜가 의지만 남겨 두고 이사 가기를 바랐지만 지혜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말이 그렇게…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는 무조건 제 의지입니다. 다시 염소가 되겠습니다. 지혜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염소가 되겠습니다. 음 음 으 으 하고 여러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염소소리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혜는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여러분이 자연스럽게 늙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빨리 늙는 한 명을 포착할 계획입니다. 저는 착한 염소니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제 의지를 몽땅 드리고자 합니다. 그걸 갖고 열정적으로 살아 주세요. 저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염소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이제 주인공입니다.

 

 

 

 

 

 

 

 

 

 

임수현
작가소개 / 임수현

2020년 《문학사상》 시 부문 당선.

 

   《문장웹진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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