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외 1편

[신작시]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김지녀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말하기 직전의 입술은 플라스틱처럼 굳어 있는데
    뿌리를 내리려는 씨앗처럼 살짝 벌어져 있는데
    눈동자가 그려지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나를 향해 돌진할 것 같아
    나는 나를 들킬 것 같아
    눈동자를 그리지 못한 얼굴 앞에서
    검은색
    갈색
    초록과 파란색을 붓에 묻히기만 했다
    눈동자 없는 눈을 찬바람이 불어 나오는 동굴처럼 놔두고
    거의, 라고 적었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름 이전의 마음

 

 

 

 

    혼자 비행기를 탑니다
    당신 옆에는 누가 있습니까?
    무엇이 있습니까?

 

    모두 귀를 막고 무언가 보고 있습니다
    저렇게 혼자 웃는 웃음 사이로 고독이 새어 나오곤 하는 겁니까?
    바다를 건너고 있습니다만
    바다를 구경하던 아이는 불편한 잠에 들었습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눈은 구름 속입니다
    꽉 막힌 구간처럼 앉아 눅눅한 담요를 덮고
    이름 없는 무덤들처럼 뒤섞여 있습니다

 

    여름은 여러 겹으로 남아 있지만
    그때 그 여름
    두고 온 외투와 신발
    두고 온 당신과 당신의 마음
    나보다 먼저 나를 다녀간 당신은, 어떤 계절에 머물고 있습니까?

 

    당신 옆에는 와 있습니까?
    아이가 자꾸 뒤척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여름에 착륙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더 멀어질 것 같습니다

 

 

 

 

 

 

 

 

 

 

김지녀
작가소개 / 김지녀

2007년 세계의문학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 『양들의 사회학』,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가 있음.

 

   《문장웹진 2021년 09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