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거리를 다니는 기술 외 1편

[신작시]

 

 

겨울 거리를 다니는 기술

 

 

정고요

 

 

 

    의사의 왕진 가방에는 환절기의 병이 담겨 있다. 가방을 열면 잔기침이 터져 나오고 바닥에는 열이 끓는 이마가 잠들어 있는데 거리에는 차가운 것이 내리고 있다. 겨울이면 깨어나고 봄이면 잠드는 것. 간혹 이른 봄의 이상한 기후는 불면증 때문이다. 확실히 날씨도 불면을 한다. 날씨의 불면을 걱정하는 사람은 불면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면서 밤이면 깨어나고 아침에 잠든다. 숱하게 원하였으므로 원하지 않는다.

 

    겨울을 혹은 겨울 아닌 것을 믿지 않으면서 의사의 왕진 가방은 무거워진다. 겨울의 서식지에서 차가운 것을 다 맞는 의사의 어깨는 무겁지 않다. 이를테면 달력에도 없는 날씨 속에 의사는 있다.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두 번째부턴 의미 없는 것들 사이에 의사는 있다. 의사를 대신하여 의사의 외투가 젖는다.

 

    완성할 것이라고는 상처밖에 없는 사람에게로 의사는 간다. 그들에게 가는 것 말고는 어떤 방법도 없다. 의사는 걷는 대신 달려간다. 차가운 것 가운데 입김이 인다. 13월의 날씨가 펼쳐져 있는데 잠시 따뜻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적절한 겨울이다. 잠들지 않아서 겨울을 자랑하는 사람의 침대 맡에 도착하여 의사는 왕진 가방을 연다.

 

    그것은 거대한 상자처럼 열린다. 거대한 상처처럼 열린다.

 

 

 

 

 

 

 

 

 

 

축도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자서 벼룩이 생겼다
    벼룩은 몸길이의 열 배를 뛰어오를 수 있다

 

    어떤 감정은 너무 발달해서 이해할 수 없다

 

    숲 깊이 있다면
    구름의 왕래 정도만 이해하게 된다

 

    유람 목록을 펼치며
    산책하는 사람에게 울 권리를 준다

 

    산책자와 나를 지도에 놓는다
    단정한 비밀은 축척에 있다

 

    순순한 구름이 머리 위에 있어
    불순한 미래가 도착할 참이다

 

    다가올 과거와 미래의 시 사이에
    비밀이 누워 있다

 

    난폭하게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자면 벼룩이 생긴다

 

 

 

 

 

 

 

 

 

 

정고요
작가소개 / 정고요

2017년 《베개》에 시를 발표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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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맘

가슴 속 깊이 울림이 있는 시네요. 자꾸 읽게 되고 마음 속에 계속 품게 되는 시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