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고 라운드 외 1편

[신작시]

 

 

메리 고 라운드

 

 

변혜지

 

 

 

    미나의 꿈을 대신 꾸었다.

 

    미나는 신문지를 넓게 펼친 거실에 앉아 있다. 다정한 가족들이 미나를 위해 둘러앉았다. 참빗으로 미나의 머리를 빗을 때마다 신문지 위로 검은 씨앗들이 떨어졌다. 손톱으로 으깨면 과즙이 흘러나왔다.

 

    자주 가렵고 이따금 따가운 것이 그 애를 향해 번지는 마음이라고, 피가 스며든 손톱 사이를 매만지며 미나는 생각한 적 있다. 이런 게 마음이라고……

 

    쳇바퀴를 끝없이 구르는 다람쥐를 마음 졸이며 바라보듯이, 타오르면 안 돼, 타오르면 안 돼……. 두 손을 붙잡고 중얼거린 적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미나에게서 파마약 냄새가 물씬 풍겼다. 짧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나는 아무도 살지 않는 미나의 집을 번번이 무너뜨렸다.

 

    종종 용서하지 못한 사람의 꿈을 대신 꾸었다.

 

    나를 용서한 사람의 꿈을 대신 꾼 날은 몸이 아팠다.

 

 

 

 

 

 

 

 

 

 

스카이 다이빙

 

 

 

 

    너는 네가 맡은 역할과 배역을 충실히 이행한다.
    나는 하나의 규칙에 몰두하고 있다.

 

    낙하산이 든 가방을 메고 우리는 심하게 흔들린다.
    불투명한 안경 너머의 하늘이 꾸준히 어둡다.

 

    악역이 없는 사건을 상상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제단 위의 약과에 손이 닿지 않아서 어린애가 울고 있었고, 할머니가 어린애의 손등을 내리치고 또 내리치는 장면이었다. 어린애의 엄마가 발을 구르는 바람에 아름다운 영정 사진에 금이 가고 있다.

 

    이러한 장면은 일종의 게임인 것이고

 

    그 장면에서 악역이 누군데? 일부러 고개를 기울이며 네가 물었다.
    이렇게 무겁고 거대한 것이 하늘을 날다니. 나는 흔들리는 철골구조물로 시선을 돌린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믿어진다. 이런 말들을 너는 듣지도 못하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바라는 게 많아져.
    우리는 함께 기다린다. 눈 덮인 화산이 폭발하거나, 큰 산이 우르르 무너지기를

 

    이 장면의 악역을 알 것 같아.
    뛰어내리기 전에 네가 말한다.

 

    네가 웃어서 기내에 웃음의 잔상이 남아버렸고

 

    나를 내려보내기 위해
    모르는 사람이 나를 끌어안았다.

 

 

 

 

 

 

 

 

 

 

변혜지
작가소개 / 변혜지

2021년 《세계일보》 등단.

 

   《문장웹진 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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