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착 외 1편

[신작시]

 

 

이상한 도착

 

 

김수원

 

 

 

    사과야 수박하자, 보채더니 사과꽃 피기 전에 비가 된 사람처럼

 

    있다

 

    젖은 리어카 속에서 우두커니

 

    얘기 좀 할까, 두드리면
    그때 그 사과만큼 무겁고

 

    그러니까 수박이다 또 봐, 해놓고 비를 앞세운 때를 놓친 사과다 다시 봐도 수박이라서 사과가 아쉬운

 

    수박은 여기로 오는 계절
    사과의 밤으로부터 오는 이상한 얼굴이다

 

    물냉면으로 소주로 파란 줄무늬 컵으로 오동동 골목길로 노래로 바이크로 낮달로, 오늘은 수박으로

 

    누군가 좋아했거나 아꼈거나 즐겼거나 사랑했거나 못 해봤거나 그리워한 것들은 볼 때마다 좋아하거나 아끼거나 즐기거나 사랑하거나 못 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죽어도 죽지 않는다 낮달을 삼키는 골목처럼 밝아지지 않는 노래처럼 깨뜨린 컵을 또 깨뜨리는 바이크처럼

 

    끊임없이 도착하는 수박인 거다
    여기에 없으면서 있는

 

 

 

 

 

 

 

 

 

 

갱년기

 

 

 

 

    발톱이 자라지 않는 밤
    기차는 누군가 떨어뜨린 머리카락 쪽으로 휘었다가 펴지길 반복하고
    차창에는 네가 달린다
    나를 달린다

 

    우리는 우리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엄지발톱은 엄지발가락이 아리는 이유를 모르면서 자라지 않고
    동해는 끝도 없이 기차 밖이다
    승무원은 지정석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잘 아는 사람처럼 상냥하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눈을 감지만
    마주 보면 정작 보이지 않거나 물에 붇은 발바닥 같은 기분

 

    너는 나인 척 나는 너인 척
    지금껏 서로를 속이고 아닌 척 서로를 죽이고
    우리를 견디려고 기차를 견디고

 

    발가락과 발톱 사이, 바다가 있다
    파도는 파도로부터 부서지고 어둠 속에서 하얗게 일어서고
    처음인 양 다시 부서지고

 

    통증이다
    발끝에서부터 차오르는 빠삐용의 시간

 

    우리는 지정석을 탈출한다

 

 

 

 

 

 

 

 

 

 

김수원
작가소개 / 김수원

2021년 《부산일보》 시 부문 당선.

 

   《문장웹진 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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