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월간 〈읽는 극장〉 3회 – 우리가 그‘여름’으로부터 배운 것

[리뷰]

 

 

월간 〈읽는 극장〉 3회 – 우리가 그‘여름’으로부터 배운 것

 

 

 

 

아르코예술극장 개관 40주년 기념
월간 읽는 극장 3회, 우리가 그 ‘여름’ 으로부터 배운 것
연극 〈다른 여름〉을 관람한 두 작가의 문학 낭독회

 

 

 

안희연, 「면벽의 유령」 중

이젠 정말 다르게 살고 싶어

가장 사랑하는 것을 버리십시오

기껏해야 안팎이 뒤집힌 잠일뿐이야

너를 잃어야 하는 천국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현실에 불만을 갖기도 하고 나 스스로가 저평가 된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합니다. 별로인 나를, 그리고 내가 놓인 여기를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이지요. 그럴 때 “다른 데로 가고 싶다. 여기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다른 곳,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갈망합니다.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자신의 어떤 지점, 내가 놓인 환경, 관계, 상황에 대한 회피이자 부정일 것입니다.

 

    시 「면벽의 유령」 속 존재는 다른 삶을 상상하지만, ‘지금’ 역시 잃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기로 마음 먹지요. 우리는 현재로부터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동시에 어떤 변화도 사실 현실로부터 출발하기에 우리가 놓인 자리에서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월간 〈읽는 극장〉의 세 번째 시간은 진행자 양경언 문학평론가와 함께 안희연 시인이 자리해 주었습니다. 연극 〈다른 여름〉을 보고 만난 두 작가는 우리가 이 ‘여름’으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지에 생각을 나누었고 시인은 공연과 연결되는 안희연 시인의 작품을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월간 〈읽는 극장〉 3회 우리가 그 ‘여름’으로부터 배운 것

 

    연극 〈다른 여름〉

 

    연극 〈다른 여름〉은 한 고등학교 핸드볼 체육관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의 용의자를 찾아가는 ‘스포츠 심리 추리극’입니다. 추리극이 흔히 ‘범인 찾기’를 목표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른 여름〉은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연극은 사실 아니었고, 자기가 왜 범인이 아니라고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납득시키거나 혹은 결국은 인정해 나가는 과정 … 범인이 분열된 많은 자기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부인하면서 다른 곳으로 자꾸 가려고 하는 내면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더 보여주는….” (안희연)

 

    “범인으로 지목된 그 사람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그 사람만의 일이 아닌, 어떤 사회적인 이슈랑 연결되는 부분들도 있고,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시화되지는 않지만 늘 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내용들도 좀 찾아서 보이기도 하고….” (양경언)

 

왼쪽부터 안희연(시인), 양경언(진행자/문학평론가)

 

    청소년들이 겪는 불안과 공포, 분열과 같은 역동적인 감정을 그려내며, 고통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고통과 욕망 속 분열된 인물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 고민 속에서 ‘다른 여름’에 대한 상상의 실재적 의미를 찾아가는 연극입니다. 피해야 하는 것인지, 마주해야 결국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조차 제대로 마주할 때야 가능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새겨줍니다.

 

    6월의 〈읽는 극장〉에서 연극 〈다른 여름〉을 함께 봐야 할 이유는 다름 아닌, ‘코로나 시대’라는 뜨거운 여름이 잘 지나가야 하는 것으로, 이 시대가 마주하며 살아내야 하는 것으로 우리 앞에 주어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극단 상상두목〈다른여름〉(ⓒ황호규,창작집단 상상두목 제공)
2021 제42회 서울연극공식선정작 (최치언 작/연출) 공연장면

 

‘여름’은 어떤 계절, 어떤 의미인가

    ‘여름’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흔히 우리 인간의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 속에서 여름은 무르익는 청춘의 시기이지요. 안희연 시인은 연극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의 인물들을 ‘여름의 초입’이라 비유하며, “그 입구에서 화들짝 놀라버린 그런 여름의 상태”라 말합니다. 이에 양경언 평론가는 초입이기에 경험하지 못한, 그래서 “얼마나 뜨거운지 아직 겪지 않았기 때문에 데일 줄 모르는데 덤벼드는” 것이라며, 사실 데이고 방황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떠올렸습니다.

 

분열된 자아들의 근원이자 총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나’

    연극 〈다른 여름〉에서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자,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분열하는 ’나’들을 내보이는 인물이 바로 ‘고곽대’입니다. 안희연 시인은 그 치열한 고민의 장면들을 보며, 왜 그런 분열과 부정이 만들어지는지 보았습니다.

 

    “못 나고 무능한 거 같은 마음이 있을 때 자기 안에서 되게 완벽한 인간상을 꺼내는 거죠. … 인간이 한 몸 안에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완벽하고 싶어하는 나도 있고 좀 무심한 나도 있고 극단적인 나도 있고 소심한 나도 있고 … 같은 몸 안에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으니까.” (안희연)

 

    분열된 자아들의 근원이자 총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곽대’를 보며 스스로를 떠올립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나를 부정하고 그렇게 다른 나를, 다른 세상을, 다른 여름을 상상하고 갈망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모든 한 사람의 삶이기도 합니다.

 

‘다른 여름’은 어디일까, 도달할 수 있는가

    그러한 상상과 갈망 속에서 ‘다른 여름’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부정과 갈망 속에서 상상되는 것이 바로 ‘다른 여름’이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를 부정하는 방식이면서 지금과는 다른 어떤 맥락이 있는 장소, 그런 갈망이 나타나는 제목이 ‘다른 여름’이 아닐까 싶어요. 왜냐면 우리가 현실에 되게 불만족할 때 ‘아 다른 데로 가고 싶다’ ‘여기만 아니면 돼’ 하는 것처럼.” (안희연)

 

    “다른 여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여름으로 가고 싶다는 그 열망이 지금 이 현실을 얼마나 괴롭히거나 망가뜨리는가, 그게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문제가 아닐까”

 

    “주어진 삶 안에서 여기를 어떻게 다르게 바라볼 것인가가 인간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지 … 저 너머라고 해도 결국은 이 곳과 같을 것이다, 결국은 이곳에서 어떻게 이 여름을 다른 여름으로 만들 것인가 ….” (안희연)

 

    우리는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결국 한 명의 존재입니다. 서로 불화하고 균열된 모든 면이 다 따로 펼쳐질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다 모여 여기에 ‘나’로 서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 본질적인 내가 원한다고 느꼈던, 나의 일부가 갈망하는 ‘다른 여름’ 역시 여기에서 가능합니다. ‘다른 여름’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지금 여기이지요.

 

    우리 모두에게 여름

    총체적인 나를 인정하는 일이, 그리고 여기를 부정하지 않는 일이 필요합니다. 마주하고 살아가야 하는, 각자에게 주어진 그 ‘여름’은 모두에게 다를 것입니다.

 

    사실 그 여름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라기보다, 우리의 매일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살아내기 위해 매일, 매 순간 투쟁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 인간의 삶이기 때문이지요.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

 

    …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

 

    …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모두에게 여름이 있고, 각자의 여름이 있지요. 우리는 각자 어떤 다른 선택을 하며 다른 여름으로 가게 될까요. 어떻게 각자의 자리에서 ‘고요’와 ‘폭풍우’를 마주하고 버텨내며 여름을 지나가게 될까요. 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이런 고민을 하는 우리에게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며, 걸어온 대로 계속 걸어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또 뭐 뙤약볕이 올 수도 있고 폭풍우가 못 올 수도 있죠. 뭐 고요 다음에 폭풍 올 수도 있고. 우리가 거기에 이렇게 먹히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좀 잘 다뤄볼까, 관계해 볼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상상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라는 힘을 좀 만들어 가는 그런 계절을 각자 맞이해보자…” (양경언)

 

왼쪽부터 안희연(시인), 양경언(진행자/문학평론가)

 

 

    춥다가 덥다가를 반복하던 변덕스러운 5월을 보내고 6월이 되었습니다. 고요를 지나 뙤약볕과 폭풍우 속에 있는 6월을 〈읽는 극장〉과 함께 살아내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다른 여름에 대한 상상을 해 갈 응원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각자의 여름을 잘 보낸 힘이 모여 우리 사회의 다른 여름을 상상할 수 있기를, 혼란과 경계, 공포와 거리 두기의 겹들이 쌓여 서로에게 손 내밀기 어려워진 우리의 여름, ‘코로나 시대’를 잘 건너갈 수 있길 바라 봅니다.

 

 

월간 읽는 극장 6월편 보기

 


월간 읽는극장 6월편 “춤추는 시 시하는 춤”

 

글쓴이 : 김현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코로나와 기후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같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대화와 토론, 수다와 위로가 오가는 우리의 시간과 장소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함께 춤추기를 좋아합니다.

 

 

 

월간 읽는 극장 아카이브

 


극단 상상두목〈다른여름〉 2021 제42회 서울연극공식선정작 (최치언 작/연출) 포스터

 

▶ 5월 읽는 극장에서 이야기 나눈 공연
 
연극 〈다른여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5.11-16)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 2020

 

▶ 5월 〈읽는 극장〉에서 낭독된 문학 작품

 

 

 

 

 

 

 

 

 

   《문장웹진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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