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문학당 참여 후기 에세이 “부산편” 열여덟에게

[글틴스페셜] 글틴 문학당 참여 후기 에세이 “부산편”

 

 

열여덟에게

 

 

윤이삭

 

 

부산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시간들이었다. 동이 트면 등교를 하고, 종일 갇혀 있다가, 밤이 깊어서야 하교를 하던 나날. 3년을, 오가는 시계추처럼 등하교를 반복했다. 견뎠고, 내 옆의 얼굴들도 견뎌냈으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역시나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어증을 감기처럼 앓던 나는 기침하듯 손목을 내려다봤다. 죽음을 내내 생각했지만, 누구나 겪는 시간이라 여기며 아픈 줄도 몰랐다. 아픔을 말하지 못해 차라리 침묵을 택했다.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갔다. 말들을 참고 달래던 와중에 구토하듯 말이 터져 나왔다. 그칠 줄 모르고, 말들은 날것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나 보니 이 구토가 내 문학의 시작이었다.
    날것의 언어를 관대하게 받아 준 곳이 있었다. 바로 ‘글틴’이다. ‘글틴’은 내 첫 글을 읽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용했던 닉네임 ‘니삭’을 검색해 보니 몇 개의 글이 뜬다. 글들은 ‘흑역사’라 부르기에 충분하지만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죽는 대한민국과 교육>이라는 내 글에 ‘고용우’ 선생님의 평이 딸려 있다. “감정이 거칠게 드러난 부분들을 다듬으면 좋겠다.”라는 평이다. 그때의 나는 감정을 거칠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와 지금 사이에 6년의 시간이 강으로 흐르고 있다. 강 너머가 멀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전혀 다른 인물 같기도 하고, 하나도 성장하지 못한 똑같은 인물 같기도 하다. 이 인물에게 극적인 사건이 주어졌으니, ‘글틴’에서 주최하는 수업에 보조강사로 참여하는 일이었다. 마치 소설처럼 ‘글틴’은 내게 다시 찾아왔다.
    그때와 지금 사이에 6년의 시간이 강으로 흐르고 있다. 강 너머가 멀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전혀 다른 인물 같기도 하고, 하나도 성장하지 못한 똑같은 인물 같기도 하다. 이 인물에게 극적인 사건이 주어졌으니, ‘글틴’에서 주최하는 수업에 보조강사로 참여하는 일이었다. 마치 소설처럼 ‘글틴’은 내게 다시 찾아왔다.
    첫째 날은 강의로 이뤄졌다. 소설, 시, 수필, 비평으로 나뉘어 강의가 진행됐다. 글틴 게시판을 책임지고 있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세세하게 평했다. 작품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더불어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강의는 선생님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문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문학이 다른 이가 가진 문학과 만나 더 풍성하게 자라났다.
    둘째 날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문학과 함께해 온 작가의 삶을 들으면서, 그들의 삶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힘든 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함께해 온 삶은, 그 자체로 문학과 함께하려는 학생들에게 응원이 되었다.
    ‘글틴’이 내게 소중한 의미였던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하나의 의미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보조 ‘강사’로 참여했음에도 도리어 내가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내가 크게 느낀 바는 이틀간의 수업이 ‘우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문학과 함께 걸어온 선생님들과 작가님들, 문학과 함께하고자 다짐한 학생들, 6년 전에서 조금이나마 걸어온 나는 문학 안에서 ‘우리’였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를 ‘느낌의 공동체’라 했다.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공유하는 공동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노를 젓다가 이틀에 걸쳐 만나게 된 것이다. 필연적으로 말이다.
    대학 기말고사에서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답인 ‘고통을 통한 존재 증명’을 쓰다 말고, 시험지 말미에 적힌 교수님의 메시지를 보았다.
    “문학은 가능했고, 가능하고, 가능할 것입니다.”
    강 너머에 있는 고통에 갇힌 열여덟의 내게 이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다. 이틀 동안 함께한 열여덟들에게도 말이다. 문학은 언제나 가능할뿐더러, 이 문학이 우리를 ‘우리’되게 할 것이고, ‘우리’를 만나게 할 것이다. 노 젓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윤이삭
작가소개 / 윤이삭

–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소설을 쓰고 있다.

 

   《문장웹진 2016년 12월호》

 

ㅡㄹ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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