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외 1편

[신작시]

 

 

유성

 

 

강우근

 

 

 

    수업 시간에 창 바깥만 보는

 

    유성이의 외가에는 염소 목장이 있고
    높은 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서늘했다.

 

    펄럭이는 셔츠를 입고 목장을 달릴 때면
    우리는 언제나 날지 못하는 비행기가 되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염소 떼를 따라
    풀이 자라나는 목장은 울퉁불퉁했다.

 

    우리가 건초 더미를 주면
    염소들은 몰려오고, 유성은 진흙이 묻은 손으로 하얀 염소의 몸을 어루만졌다.

 

    염소들이 모두 얼룩덜룩해질 때까지 유성은 건초 더미를 먹였다.

 

    “하얀 염소는 돌아오는 여름마다 사라져. 눈에 띈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점심을 먹는 동안
    어른들은 살이 찐 염소, 출산을 앞둔 염소, 죽어가는 염소에 대해 얘기하고

 

    창고에는 건초 더미가 한가득이다.

 

    우리는 목장을 등지고 연을 날렸다. 푸른색의 연은 하늘이 되지 못했다. 내가 잡아끌고 있는 연 하나가 끊어졌을 때

 

    연은 순간의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별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유성은 자신이 쥐고 있는 하나의 연도 끊어버렸고

 

    우리는 어린 염소처럼 들판에
    풀썩 주저앉았다.

 

    “가장 하얀 염소는 여름마다 울타리 너머로 가는지도 몰라. 하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늘어나는 고양이들이
    다양한 색깔로 난간을 타고 넘는 것을
    보고 또 보았다.

 

 

 

 

 

 

 

 

 

 

파피루아

 

 

 

 

    우리는 선생님의 인솔 아래 스케치북을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친구들은 팻말이 꽂힌 나무를, 짹짹거리는 작은 참새를,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그리기 시작하고

 

    나의 눈앞에는 푸른 나비가 어른거렸다.

 

    일회용 카메라를 드는 사이 다른 세계로 떠난 나비를 스케치북에 되살렸다.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서 나비 도감을 펼쳐 보았다. 삼천 종이 넘는 나비를 한 마리씩 넘기는 사이에 책을 읽던 친구들은 떠나가고, 해는 저물어 가고, 공원에서 본 나비를 찾지 못했지만

 

    도서관을 나온 푸른 저녁에
    나는 문득 파피루아라고 불러 본 것이다. 그리고 파피루아는

 

    종교가 없는 내가 대성당에서 처음 기도를 올릴 때 떠올랐다. 군복을 입은 전우들은 각자의 소원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내가 파피루아라고 속으로 말하면

 

    검은 세상에서 푸른 불과 같은 날개를 저으면서 유년의 나비는 오고 있었다.

 

    눈을 뜨면 우리는 각과 열을 맞추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연병장을, 숲의 계단을, 사격장을,
    어쩌면 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기쁨이 다른 사람에게는 슬픔으로 옮겨가는 장소로

 

    흔들리는 총을 어깨에 메고, 물통을 허리춤에 차고

 

    여기서는 반딧불이가 보인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그건 파피루아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우근
작가소개 / 강우근

2021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문장웹진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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