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나비 외 1편

[신작시]

 

 

돌아가는 나비

 

 

이서영

 

 

 

    사람이 죽으면 빚이 다 청산되는 거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니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한쪽이 죽으면 된단 말이지?
    다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비행기는 이륙하고 있었다

 

    발끝을 오므리고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설 수 있을까

 

    눈을 꼭 감았다 떴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팡 터뜨렸다
    누군가 알려준 우스운 요령들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면

 

    꼭 날아가는 형식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냥 아무거나 이런 식이 아니면 좋겠어

 

    작아지는 집들을 바라본다
    멀어지는 자동차들 저 많은 길들 아 그리울 바닥들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 보았다
    무엇인가 정리해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손가락 열을 다 접고

 

    어쩌면 아무것도 변할 리 없겠지만

 

 

 

 

 

 

 

 

 

 

자꾸 나를 잃어버린 채

 

 

 

 

    나는 가죽끈을 가지고 있다,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그래도 남는 부적절하고 긴, 나는 끈을 끌고 다닌다, 길을 잃었을 때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처럼, 길은 오래 전부터 엉클어져, 상실을 반복하는 거라고, 이번에도 내가 어딨지? 찾겠지, 내가 없어도 어떤 식으로든 출발할 것이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 아직이야? 그냥 출발하자, 비는 항상 갑자기 내린다, 내가 없거나 우산이 없거나 출발에는 아무 문제 없다, 모두 전치된 이름이니까, 누군가 나를 찾는다, 대답 없이 걷는다, 보여줄까요? 내가 누구인지, 우산을 찾아야겠다고 되돌아가겠다고 하는 것, 믿는 건 아니겠죠? 은폐가 허술하군요, 술이나 한잔 하자 말했으나 술을 마시진 않았다, 자꾸 되감기를 하고 있잖아, 반복해서 물러나고 돌아오고 내가 나일 때 도착했을 때 문을 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입구에 가죽끈을 늘어뜨리고 나를 아무렇게나 두고, 이렇게 아무렇게나 두고, 여자는 남자를 따라 들어가다 다시 돌아 나와, 이번에도 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건 너무 지독한 검열 아니냐고, 남자가 자기 우산을 내밀며 이거 쓰고 가, 이번에는 그 우산이 펴지지 않는다

 

 

 

 

 

 

 

 

 

 

이서영
작가소개 / 이서영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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