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tranger 외 1편

[신작시]

 

 

Beautiful Stranger

 

 

신이인

 

 

 

    돈 많은 영감탱이에게 편지를 쓴다
    사탕 내놔
    너네 가게 돈도 많으면서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냐 한번 줬으면

 

    구기고 다시 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두루 평안하신지요? 덕분에 저는 오늘도 눈과 입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제과점은 우리 마을의 명물이지요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단종된 품목에 관해 여쭙고 싶어서입니다
    예 그것이지요 잘 아실 겁니다 환각 버섯이 들어가고 껍질을 깔 때마다 색이 바뀌는 사탕이요 촌스럽지 않게 슬퍼했고 기쁘면 톡톡 튀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할 얘기를 좋아했고요 뒷맛은 천진하고 또 술 비슷했어요 여름에 잘 어울리고 축제에 잘 어울렸던 아니 사탕이 있는 곳이 곧 축제였던
    그것은 제 첫 사탕이었습니다 사탕이 이렇다는 것을 처음 알아버린 거예요 (맞아요 저는 환자입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거 사장님도 아시겠죠 그러니까 그런 사탕을 만든 거잖아요)
    혀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병이 있잖아요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고 또 어떤 이들은 학창 시절에 그렇게 되기도 하고요 어른이 되어서야 혀를 갈라뜨려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걸 병이라고 한다네요 아무튼 한번 환자가 되면 단맛을 느끼기 쉽지 않으니까요
    더 정확히는 이런 겁니다 달다는 게 달지 않고, 때론 떫고, 그런데 이상하게, 먹지 말라는 게 달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개미를 주워 먹다가 아빠한테 들켜 머리를 맞았습니다 목조 건물의 벽을 핥다가 경비인을 기절시켰습니다 방문을 잠그고 주머니에서 쥐 발톱을 꺼내 허겁지겁 삼키는데 누가 보고 있을까 간담이 서늘해졌다가 서글퍼졌습니다 아무도 없을 때 거울을 보고 입을 벌리면 괴물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환자라면 누구나 이런 기억을 갖고 있지요 그래서 대개는 군것질거리에 관심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당신은 만들었던 겁니다 유리 조각을 벽과 벽지 사이의 곰팡이를 책장에서 기어 나오는 반투명한 벌레를 싱크대 뒷면에서 잊혀진 채로 있던 파리 알들을 먹으면 죽는다고 소문났지만 사실은 안 죽는 울긋불긋 버섯들을 넣어서
    아름다운 사탕을 만들었습니다 화려했어요 이상했어요 내가 몰래 먹던 것들이 과자 가게에 나왔다는 게 예쁘다는 게 인기가 있다는 게 문전성시를 이루는 제과점에 슬쩍 줄을 서서 나도 과자를 즐기는 사람인 척 해보았습니다 일부러 다른 초콜릿이나 쿠키를 집었다가 놓기도 하면서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티 나지 않게 끼어들면서
    사탕을 샀습니다 달았습니다 아무도 제 병을 모를 것 같았어요 희한하게도 그건 평범한 사탕처럼 보였거든요 조금 개성적인 그렇지만 그래도 사탕인

 

    돌려주세요 제발
    그렇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지요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돌려달라고 떼라도 쓰고 싶은 걸 어떡하나요 영감탱이야 나는 매일 기도했어 당신이 행복하기를 그러나 당신은 늘 행복하였고 그 사실은 우리의 행복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불행이 구구절절 길어져 당신의 불행에 닿기를 바라기 시작했던 거야 재수없게 진짜 싫다 이게 네 업보다 사람들에게 멋대로 마약을 팔아버린 죄 입맛을 버려 놓고 다시 돌아갈 수 없게 해버렸지 우리는 계속 웃으면서 울고 있어 인생을 제 인생을 돌려주세요

 

 

 

 

 

 

 

 

 

 

투성이

 

 

 

 

    여기 뭐 묻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제 팔을 낚아채고 가리키면서
    일러주었습니다

 

    팔이…
    간호사가 주사를 놓으려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멍이야? 타투야?
    무슨 뜻이야?
    외국인 친구는 팔을 스스럼없이 만지며 물어봅니다
    한국인 친구가 당황해서 말을 돌립니다

 

    사려 깊은 당신들이 티 나지 않게
    투명 수건을 돌려 가며 가려 주는 행위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목욕 후 거실을 지날 땐 바다 바퀴벌레처럼 사라져야 합니다
    수건 한 장만 앞면에 달고

 

    아빠: 애써 티브이로 시선을 고정함
    엄마: 안 본다 안 본다 손사래 침

 

    소리 내며 저절로 열리는 서랍 앞에
    안 봤어
    다정하게 말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다행인
    저는 더욱
    혼자서만
    고장입니다

 

    수건을 스스로 내릴 즈음엔 술 끊기 일찍 자기 점잖게 말하기 어른스러운 연애 다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저
    아직도 저에게 뭐가 붙어 있는지
    몰라요
    볼 수 없어요
    환해질수록 눈치 빠른 그늘들은 뒤로 사사삭
    얼룩의 머리채를 잡고 숨어버리고

 

    팔짱 낄래요?
    저는 약간 바보처럼 잇몸 안쪽을 열어 두었어요
    상가 건물 공공 화장실 같은 거니까
    와서 숨어도 되고
    저처럼 웃어도 돼요

 

    깨끗해요

 

    씻겨도 무늬가 어지러운 들고양이를 편애할 수밖에요
    이 서랍에 제가 개켜 모아 둔 사랑이
    엉망진창 앞에서 팔을 자꾸 벌려요
    엉망진창 앞에서 유독 깨끗합니다
    선천적으로 이랬습니다

 

 

 

 

 

 

 

 

 

 

신이인
작가소개 / 신이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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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마약하시나요? 자신의 약점을 시의 소재로 삼다니 대단히 용감하시네요.

권민경

윗 댓글은 무슨 쌉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시가 좋네요

이병국

지나가다 빵 터졌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