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단편소설]

 

 

반려

 

 

라유경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최근 ‘반려동물, 반려식물 키우기’에 관한 글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반려동물과는 상관없는 일반 기업이었는데 신도시 외곽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혼자 사는 직원들이 많았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대표님도 십 년 넘게 키운 개 ‘먼지’를 가끔 회사에 데려오곤 했다. 어느 날 대표님은 우리 회사도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반려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반가워하며 출근할 때 개나 고양이를 서슴없이 데려왔다. 이런 분위기가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활력을 주었다. 회의 중 고양이가 책상에 올라와 애교를 피우거나 어색한 동료들 사이에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는 등 반응이 좋았다. 허브나 틸란드시아, 산세비에리아 등 공기정화용 화분도 회사 곳곳을 차지했다. 책상에 작은 어항을 놓아두고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도 있었다.
    익명 게시판 글 중에는 꽃 사진을 매일 같은 구도로 찍어서 올린 글이 가장 조회 수가 높았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꽃의 모습에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밖에도 반려동물, 반려식물에 관한 글이 하루에도 열 건 이상씩 올라왔다. 대표님이 게시판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소문 때문인지 자신을 어필하려는 글이 많았다. 옥상에 올라가 개를 산책시키던 대표님이 눈에 띈 이후로는 옥상에서 개와 산책할 수 있는 최적의 산책로, 햇볕을 쬘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 등이 올라왔다. 이런 글을 보면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일부러 자신의 명함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거나 회사에서 자신만이 유일하게 키우는 동식물 사진을 찍어 올리는 식이었다. 나도 내 자리 뒤쪽에 놓아둔 고무나무 화분을 찍어 올릴까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분을 자랑하듯 올리면 팀장이 오해할 수도 있었다. 내가 기꺼운 마음으로 키우는 줄 착각할 게 뻔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게시판을 더 훑어보는데 선우 씨에게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큰일 났어요, 선배. 새가 사라졌어요.
    새가 사라졌다고? 그 팀장 거?
    새장이 열려 있었어요. 지금 팀장 울고불고 난리예요.
    무슨 일인지 궁금해 바로 위층 선우 씨네 팀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열린 문틈으로 들어가 보니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 씨네 팀장이 책상에 엎드린 채 울고 있었다. 평소 보였던 근엄하고 과묵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었다. 주변에 앉아 있는 직원들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고, 선우 씨는 벌서듯 팀장 옆에 서서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선우 씨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커피를 함께하거나 퇴근을 같이하는 등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다. 가끔 만나면 묵혀 두었던 이야깃거리를 쏟아내는 정도였다. 며칠 전까지 선우 씨는 팀장이 데려온 반려조를 관리해야 하는 일로 부담감을 호소했다. 바쁜 업무를 처리하면서 점심시간도 반납한 채 앵무새 키우는 법을 검색하면서 목욕시키기, 먹이 주기, 발톱 손질하기 등을 공부했다.
    “과일 줄 때는 새장 문을 살짝 열어야 해요. 그때마다 새가 부리로 손등 찧을까 봐 어찌나 공포스럽던지……. 저 사실 비둘기도 무서워해서 가까이 못 가거든요. 지난번에는 새한테 초콜릿 주려다가 팀장한테 엄청 혼났어요. 그거 먹이면 죽는다면서. 그럴 거면 자기가 관리하지.”
    선우 씨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은 지 일주일만이었다. 고개를 떨군 선우 씨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선우 씨가 걱정돼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선우 씨도 나와 같은 처지였다. 팔 개월만 버티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이 될 터였다. 그런데 하필 이런 곤경에 처하게 되다니. 내 일처럼 안타까웠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선우 씨에게서 또다시 메신저가 왔다.
    저 지금 장례식장 온 거 같아요. 팀장이 자꾸 훌쩍여요. 새 못 찾으면 저보고 책임지라면서…….
    그럴 거면 자기가 책임져야지, 왜 선우 씨한테 맡겼대?
    모르겠어요. 여기가 동물원도 아니고, 제가 사육사도 아닌데……. 사실 이건 팀장 책임이 더 커요. 앵무새 키우는 주인들은 윙컷을 꼭 한다고 하더라고요. 날아갈까 봐 깃털을 자른대요. 앵무새 날개를 펼쳐 봤는데, 역시나 안 했던데요. 무작정 회사에 가져와 놓고 저보고 찾아내라니…….
    일단 찾는 시늉만 해. 새장 밖으로 날아간 새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 선우 씨, 나도 얼마 전에 팀장한테 저녁 안 먹겠다고 선언했더니 살 것 같아. 선우 씨도 너무 견디지만 말고.
    고마워요, 선배. 선배도 혹시 회사 돌아다니다가 새 발견하면 제보해 주세요.
    선우 씨는 메신저로 반려조 사진을 보냈다. 얼마 전 익명 게시판에 ‘앵무새와 대화 나누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이었다.
    앵무새는 회색과 연두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깃털로 둘러싸여 있었다. 햇빛을 받아 깃털이 반짝였고, 오른쪽 눈 밑에 작은 점이 눈에 띄었다. 네모난 모양의 새장 속에는 장난감과 홰가 놓여 있었다.
    선우 씨는 매일 틈만 나면 앵무새 키우는 법을 유튜브로 검색해 찾아봤다. 업무가 잔뜩 밀려 있을 때도 앵무새를 목욕시키거나 먹이를 주고, 때맞춰 장난감을 교체하는 일은 모두 선우 씨의 몫이었다. 그런 고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다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앵무새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나는 왠지 우리 팀장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우 씨 자리에 갈 일이 많지 않아서 그동안에는 잘 몰랐는데 돌출된 입, 유난히 노란 흰자, 자리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행동, 매일 입고 다니는 회색 코트,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털까지. 앵무새와 팀장이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섬뜩한 건 눈 밑의 점이었다. 밥 먹을 때마다 이따금 왼손으로 눈 밑의 점을 만지작거리던 팀장의 모습이 연상됐다. 위층에서 새장 밖으로 날아간 새가 아래층 나의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아 있는 건 아닐까. 팀장이 부스럭거리며 과자를 집어 먹는 소리가 신경 쓰여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선우 씨와 나는 입사 동기라거나 일로 엮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친해지게 된 계기는 트위터 때문이었다. 본명이 아닌 닉네임을 활용하는 트위터에서 나는 주로 팀장에 대한 글을 올렸다.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정보를 은근히 노출하면서. 선우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로 가득 찬 회사 풍경을 묘사한다거나 근처에 새로 생긴 맛집을 소개한다거나. 그중 팀장이 사무실에서 기르는 새가 부리로 자신의 손등을 찧어 회사 가기 두렵다는 글을 보고 선우 씨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올린 사진을 보니 파티션과 책상 디자인이 우리 회사 것과 똑같았다. 책장과 벽에 걸린 액자까지도. 그때부터 나는 선우 씨를 팔로우하고,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 줬다. 선우 씨도 바로 나를 맞팔로우하고 그동안 올렸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렇게 우리는 암묵적으로 트위터상의 절친이었으나 회사에서 마주칠 때는 굳이 누가 먼저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네지 않았다. 화장실이나 탕비실에서 종종 마주쳤지만 어색하게 인사만 나눌 뿐 더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 씨가 내게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출근하기 전 회사 앞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던 때 마침 카페로 들어오는 선우 씨와 마주친 순간이었다. 계산대에 나란히 선 선우 씨가 내게 나직이 말을 걸었다.
    “팀장이 매일 저한테 새장 청소하래요. 어떡하죠?”
    다짜고짜 인사도 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 당황했다. 지난밤 선우 씨가 올린 ‘끔찍한 새장 청소. 나는 매일 동물원으로 출근한다.’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던 나를 의식한 행동임이 분명했다. 얼마나 급하면 인사도 없이 나에게 털어놓았을까.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저는 팀장이 매일 저녁 먹자네요. 점심도 고역인데.”
    그날 이후로 선우 씨와 나는 트위터로, 메신저로 회사 욕을 하면서 서로 의지했다.
    지금 메신저로 불만을 토로하는 선우 씨에게 일단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동안 내가 팀장과 저녁 먹는 일로 힘들어할 때마다 차분히 들어주던 선우 씨를 도울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알겠어, 선우 씨. 나도 틈날 때마다 앵무새 있는지 찾아볼게. 혹시 모르니까 화분들을 뒤져 보면 어때?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을 수도 있잖아.
    선우 씨는 메신저를 확인하고도 대답이 없었다.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일단 나도 업무는 처리해야겠기에 메신저 창을 닫고 오전에 올린 결재 문서의 진행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이번에도 결재는 ‘반려’되어 있었다.

 

    팀장은 단 한 번도 내가 올린 결재 문서를 한 번에 승인해 준 적이 없었다. 사유는 다양했다.
    ‘마침표 미기재. 띄어쓰기 오류. 들여쓰기 안 됨.’
    대부분 사소했다. 깐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바로 승인해 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반려가 반복되자 처음에는 문서를 깔끔하게 작성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했다. 눈치채지 못했던 실수를 꼼꼼히 짚어내는 팀장의 능력에 감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수정사항 없는 완벽한 문서를 작성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이건 의도적인 괴롭힘이었다. 나를 향한 불만을 업무적으로 표출하는 게 분명했다.
    짐작 가는 이유는 ‘저녁’이었다. 야근을 안 하는 날에도 굳이 팀장과 함께 저녁을 먹고 퇴근했다. 팀장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퇴근하려던 찰나 나를 불러 놓고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요?’라고 묻는다거나, ‘여기 앞에 새로 생긴 초밥집 있던데.’라고 말하면서 함께 먹자며 은근히 압박했다. 한두 번 같이 먹어 주다 보니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약속이 있다며 거절할까 고민한 적도 여러 번이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결국 팀장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탈이 나고 말았다. 팀장과 해물탕을 먹은 날 두드러기가 온몸에 퍼진 것이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고서야 두드러기가 가라앉았다. 다음날, 더는 못 참겠다 싶어 저녁을 함께 먹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나로서는 엄청나게 용기 낸 행동이었다. 그때 팀장은 잠시 충격받은 표정이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어요.”
    내게 같이 먹어 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다. 너무 쉽게 수긍하는 것 같아 허탈했다. 진작 말할 걸 그랬나. 그렇게 나는 무거운 짐을 하나 덜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팀장은 사유를 공란으로 둔 채 보란 듯이 결재를 반려했다. 은근한 스트레스여서 다시 저녁을 함께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만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점심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매 끼니를 함께하는 배우자가 아니었다.
    한번은 꼼수를 써서 결재 라인에서 팀장을 생략하고 부장에게 바로 상신한 적이 있다. 부장은 아주 친절하게 사유를 기재하며 반려했다.
    ‘결재 라인 누락’
    이 문구를 보면서 나는 제발 내 인생에서 팀장이 영원히 누락되길 바랐다.
    하지만 팀장은 지금 바로 내 맞은편에 앉아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생을 마감할 것처럼. 매일 같은 모습으로 망부석처럼 앉아 있다.
    “고무나무는 왜 고무나무일까요?”
    팀장이 일어나면서 나에게 물었다. 온라인에서는 결재를 반려해 놓고, 오프라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우리 고무나무는 잃어버릴 걱정은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고무’ 나무니까.”
    팀장은 재미없는 농담을 의미심장하게 꺼냈다.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앵무새 글을 봤다는 걸 은근히 알려주듯이. 고무나무를 살뜰히 챙기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내 자리 뒤편에 자리한 고무나무는 팀장이 회사 근처에서 주워 온 것이다. 누렇게 메마른 나뭇잎을 보면 거의 죽기 직전이어서 누군가가 버렸으리라 짐작됐다. 팀장은 화분을 가져다 동의 없이 내 자리 뒤에 놓았다. 팀장 자리 주변이 비좁아서 그런 것 같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기가 주워 와 놓고 물을 주기는커녕 방치하다시피 했다. 결국 화분에 물을 주는 건 내 차지였다. 눈치껏 메말라 가는 고무나무를 살려내기 위해 창문 근처로 옮기거나 마른 잎사귀를 떼어내고, 나뭇잎을 틈틈이 닦아 주었다.
    그럴 때마다 팀장은 탕비실에서 과자를 한 움큼 집어와 먹었다. 내가 나뭇잎을 닦는 모습을 보면서도 입속으로 간식거리를 넣는 데만 집중했다. 과자가 보약이라도 된다는 듯이. 탕비실에 과자가 한가득 채워지면 거의 절반은 팀장이 가져다 먹는 것 같았다.
    팀장은 절대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게 몇 번이나 강조하며 말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이 회사에 뿌리를 내릴 거라며 이야기하곤 했다. 집에 가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면서 늦은 밤까지 남아 있었다. 동료들의 전언에 의하면 그동안 팀장보다 늦게 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 또한 팀장이 몇 시에 퇴근하는지 몰랐다. 언제나 나보다 늦게 했으므로. 어쩌면 저 자리에서 퇴근과 출근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딱 한 번. 퇴근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주 전, 팀장이 노모 장례를 치르러 갈 때였다.

 

    금요일 점심시간이었다. 나와 팀장은 회사 앞 김치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팀장이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궁금증이 들었다. 잠시 후 전화 통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멈추더니 갑자기 파티션 너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 곁으로 가보았다. 팀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울고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옆에 서 있었다. 그러고 잠시 후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는 나직이 말했다.
    “어머니가 임종하셨답니다. 먼저 가볼게요.”
    예측하지 못한 말이었다.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팀장은 그대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흐느끼며 걸어가는 팀장의 뒷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환한 낮 팀장의 빈자리와 꺼진 모니터라니. 무척이나 낯설었다. 잠시 후 팀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노모의 장례식장 주소와 계좌번호였다.
    팀장이 퇴근하는 모습을 처음 본 다음 날, 나는 장례식 소식을 대표님에게 알리고 전 부서에 회람을 돌렸다. 이십 층짜리 건물 여섯 개 부서에 돌린 회람을 취합해 회계부서 담당자에게 전달할 때까지 이틀이 걸렸다. 그동안 팀장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조의금을 나에게 부탁했다. 대표님은 따로 일찍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삼 일째 되는 날 퇴근 후에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팀장은 매우 어색했다. 회사 바깥에 있는 것 자체가 낯설어 보였다. 무표정하게 조문객을 맞이하는 팀장을 보니 저녁 시간, 밥을 먹기 위해 맛집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덤덤하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얼굴.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 내내 팀장은 눈 밑의 점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팀장의 노모 장례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팀장의 동거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팀장이 미혼의 사십 대 후반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가족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점심 저녁을 매일 나와 먹었기 때문에 막연히 혼자 살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구십 넘은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알게 되다니. 그동안 집에 혼자 남겨진 노모는 매 끼니를 혼자 했을까. 노모가 죽은 것보다 그 사실이 더 측은했다.

 

 

    매일 저녁밥을 함께 먹을 사람을 찾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제 연봉의 0.1%를 드리겠습니다.

 

    제목을 클릭하자, 짧은 두 문장이 이어졌다.

 

    곁에 있어만 주셔도 좋습니다. 꼭 같이 먹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첫 번째 문장을 보고 팀장이 올린 글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팀장은 밥을 혼자서는 못 먹는 사람일까. 노모는 집에서 혼자 먹게 했으면서 자신은 꼭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한다니. 그럼 그동안 같이 먹어 준 내게 자신 연봉의 0.1%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를 저격하는 의도로 올린 걸까. 팀장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팀장이 이상해도 이 회사를 그만두기는 힘들었다. 이 년만 채우면 무기 계약직이 될 테니까. 육 개월만 견디면 되는 일이었다. 이 나이에 여기가 아니면 나를 받아 줄 곳이 없었다. 어차피 시간은 금세 흐를 것이었다.

 

*

 

    전체 직원회의 시간에 대표님은 자신이 졸혼을 했다며 축하해 달라고 했다. 맞지 않는 아내와 사십 년 넘게 의무적으로 사는 게 고역이었다면서 그동안 견뎌 온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녀석 먼지가 없었다면 감히 졸혼을 선택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우리 곁에 있는 동물, 식물을 모두 소중히 여깁시다.”
    대표님은 자신의 반려견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개는 잠시 후 혓바닥을 내밀며 회의실을 돌아다녔다. 대표님은 직원들의 반응을 천천히 살폈다.
    “K 팀장. 잃어버린 앵무새는 찾았나?”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서로 눈치만 보자 선우 씨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꼭 찾겠습니다.”
    “그래, 우리 다 같이 찾아보자고. 조그만 앵무새여도 K 팀장한테는 아이를 잃어버린 느낌일 거야. 안 그런가? 아, K 팀장은 아이가 없어서 모를 수도 있겠구먼. 아무튼 여러분. 동물과 식물을 돌보듯 우리 곁에 있는 동료들을 아낍시다. 경조사를 함께하는, 이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또 어디 있습니까?”
    직원들은 대표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를 아낀다는 사람이 이렇게 계약직을 많이 뽑나……. 그래도 받아 준 것에 감사해야 하나. 한숨만 나왔다.
    대표님은 갑자기 우리 팀장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L 팀장, 수염은 멋으로 기르는 건가?”
    평소 우리 팀장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 대표님이었다. 그런데도 대표님 눈에 팀장의 수염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도인 모양이다. 팀장은 대표님의 물음에 짧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는 깎고 나오게나. 아니라는 자기 말에 책임지라고. 나도 결혼 생활에 책임지려고 이혼을 안 하고 있잖나. 허허.”
    “예, 알겠습니다.”
    직원들은 대표님의 말을 듣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대표님은 상반기 워크숍에 대한 계획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나는 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팀장은 자신의 턱수염을 양손으로 매만졌다. 그러고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대표님 말에 집중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책상에 놓인 회의 자료만 쳐다보면서 이따금 자신의 턱수염을 한 번씩 쓰다듬었다.
    팀장이 면도를 하지 않은 건 노모 장례를 치른 뒤부터였다. 나는 팀장이 출근 전 회사 앞에 있는 사우나에 들렀다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침 여덟 시 오십 분 회사 앞에 도착할 때면 사우나 건물 입구에서 나오는 팀장과 늘 마주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우나에 들르지 않는 건지 출근 시간에 마주친 적이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팀장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회의 자료를 챙기며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에서 선우 씨를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선우 씨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위층으로 올라간 것 같았다.
    선우 씨에게 메신저를 보낼 생각으로 천천히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팀장이 고무나무의 나뭇잎을 뜯어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손으로 뜯는 게 아니라 입으로 나뭇잎을 뜯고 있었다. 팀장은 화분 옆에 쪼그려 앉아 돌출된 입을 더욱 삐죽 내밀었다. 입술로 나뭇잎을 뜯더니 입속으로 집어넣고 꼭꼭 씹었다. 내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듯 두어 번 정도 그 행위를 반복했다. 순간 사진으로 봤던 선우 씨네 팀장의 앵무새가 떠올랐다. 기이한 팀장의 행동에 소름이 돋았다. 팀장은 내가 온 걸 모르는 낌새였다.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자 팀장이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왠지 입으로 내 얼굴을 콕콕 찌를 것만 같았다. 내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팀장은 원래부터 조금 이상한 면이 있었는데, 면도를 안 하기 시작한 날부터 더 이상해 보였다. 머리를 유난히 더 자주 긁기도 했다. 파티션 위로 팀장의 손이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어떨 때는 냄새를 맡는 듯 킁킁대거나 숨이 찬 듯 헐떡이기도 했다. 과자를 손으로 집어 먹는 게 아니라 직접 입술로 물어 먹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다.
    가장 이상한 점은 점심시간이 되어도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점심 먹으러 갈래요?”
    그동안 팀장은 정오가 되자마자 이 말을 꺼내곤 했다. 그런데 턱수염을 기르던 순간부터 정오가 한참 지날 때까지 팀장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요즘에는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뗐다.
    “점심 안 드세요?”
    팀장은 그제야 슬그머니 일어나 내 옆에 서서 소리 없이 따라왔다. 메뉴를 정할 때도 늘 내가 결정했다. 내가 무엇을 먹겠냐고 물으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테이블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하고 컵에 물을 따르는 일, 모자란 반찬을 주문하는 일 모두 내 차지였다. 내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팀장은 나에게 점점 더 의존했다.
    업무도 마찬가지였다. 팀장은 자신이 꼭 해야 할 일만 할 뿐 내게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독촉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눈치껏 내가 할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하고,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자신이 월급 받는 직원이라는 사실을 점점 잊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런 사람을 언제까지 ‘팀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야 할까. 팀장은 마치 내가 자신의 반려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나를 보호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장이나 대표님도 분명 팀장이 점점 이상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저 방치할 뿐이었다. 상황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막막함이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익명 게시판에 고민을 올려 볼까도 생각했지만, 위험한 일이었다. 그걸 팀장이 본다면 또 어떤 보복을 할지 몰랐다.
    팀장을 처음 봤던 장면이 선명하다. 입사한 뒤 경영전략 부서에 배정받고 부장에게서 팀장을 소개받았다. 그때도 팀장은 지금과 똑같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떨리고 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눈곱 낀 눈의 초점이 뚜렷하지 않아 보였다. 어딘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팀장은 일에 의욕이 없어 보였다. 오로지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중요한 사람 같았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동안 내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삼사 개월에 한 번씩 그만뒀다고 했다. 팀장은 십 년 넘게 근속 중이며,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라고. 대표님과 먼 친척 관계로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수료했으나 마땅히 직업이 없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했다.
    나와 팀장이 담당한 업무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부서 이름은 ‘경영전략실’이었는데,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직원들의 복지와 여가를 책임졌다. 성과가 통계수치로 나오는 부서도 아니었다. 부장이나 대표님에게서 독촉을 받지도 않았다. 하는 일은 매달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기획을 짜는 것이었다. 영화 관람, 미술관 관람, 워크숍 진행 등. 분기별로 회식 장소를 물색하거나 직원들 간의 화합을 위한 이벤트를 구상했다. 대부분의 일은 내가 도맡았고, 팀장은 팀장 회의에 참여해 보고하거나 결재를 승인하는 일 정도만 했다.
    팀장이 애쓰며 하는 일은 반려하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결국 업무는 내가 다 책임지는데, 팀장은 권한만 가질 뿐 아무것도 책임지는 게 없었다. 반려동물 천지에 반려만 하는 팀장이라니. 이런 회사가 또 있을까.
    고무나무를 뜯어 먹다 만 팀장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거칠게 돋아난 수염이 형광등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팀장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위층 화장실로 도피했다. 선우 씨를 제발 마주치고 싶었다. 최근 더 기이해진 팀장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었다. 그때 마침 선우 씨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선우 씨! 아니 글쎄 팀장이…….”
    급한 마음에 인사도 없이 선우 씨에게 팀장 얘기부터 꺼내 놓고 말았다. 선우 씨는 살짝 미소 짓더니 내 말을 끊고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내일 등산해요. 회사 뒷산으로. 앵무새 찾으러…….”
    풀죽은 얼굴로 말하는 선우 씨에게 나는 내 얘기를 더 꺼낼 수 없었다. 선우 씨는 여전히 실종된 앵무새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듯했다.
    “뒷산에 간다고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똑같이 생긴 새를 사 오는 건 어때?”
    “그 생각도 안 해본 게 아니에요. 아마 팀장이 귀신같이 알 거예요.”
    “후유. 우리 둘 다 왜 이런 상사를 만났냐. 차라리 앵무새가 실종되는 게 아니라 팀장들이 실종되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올까요. 그전에 결국 제가 실업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그래, 그게 가장 좋은 해결법이긴 하지. 그런데 우리는 왜 그걸 못 하고 있는 걸까.”
    “선배…… 근데 무슨 냄새 안 나요?”
    “냄새?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선배 옷에서 나는 냄새 같은데.”
    “내 옷? 이상한 냄새야?”
    “땀 냄새인 것 같기도 하고…….”
    당황한 나는 선우 씨의 어깨를 토닥인 뒤 자리로 돌아왔다. 팀장은 화장실에 갔는지 부재중이었다.
    코를 킁킁댔다. 선우 씨 말처럼 묘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반려동물이 근처에 싸놓은 똥이나 오줌을 주인이 치우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바람이 고무나무 잎사귀를 흔들고 지나갔다.

 

*

 

    다음날, 사내 익명 게시판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잃어버린 앵무새를 찾습니다. 찾아 주시면 제 연봉의 5%를 드리겠습니다.

 

    선우 씨가 올린 글이 틀림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팀장의 반려조를 찾고 있다는 노력을 어필하는 걸까. 제목을 클릭했다. 지난번과는 다른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동안 선우 씨는 여러 개의 앵무새 사진을 찍어 놓은 모양이었다. 새장 밖으로 나온 앵무새가 누군가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모습이었다. 복장을 보니 선우 씨네 팀장의 어깨가 분명했다. 이번에도 앵무새는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번 사진 속 앵무새는 놀랍게도 우리 팀장의 모습과 더 닮아 보였다.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는 팀장이 겹쳐 보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깃털이 팀장의 얼굴을 뒤덮은 턱수염과 콧수염, 그리고 회색 코트와 비슷했다. 나는 최대한 조회 수를 높여 주려 새로고침을 했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제 털을 면도해 줄 사람을 찾습니다. 사례는 연봉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팀장이 올린 글이 분명했다. 도대체 팀장은 왜 저러는 걸까. 노숙자도 아니고, 멀쩡히 직장과 집도 있고 심지어 월급까지 받는데. 아니면 이번에도 나를 향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걸까. 내가 팀장의 털까지 깎아 줘야 하는 걸까. 나는 팀장의 배우자도, 부모도 아닌데…….
    게시판 창을 닫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그때 악취가 코를 찔렀다.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뒤쪽에 놓인 고무나무가 다 시들어 있었다. 나뭇잎이 어느 순간 다 말라버렸다. 나무에 코를 대고 킁킁대었으나 악취와는 다른 냄새가 났다. 그때 부장님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눈치를 줬다.
    “도대체 그건 언제 버릴 거야? 썩은 내가 너무 지독한데. 회사가 쓰레기장도 아니고.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부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말라비틀어진 고무나무 화분을 들고 당장 나왔다. 회사 건물 뒤편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릴 생각이었다. 화분을 들고나올 때 파티션 너머를 살짝 봤다. 팀장은 꼼짝하지 않은 자세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굳이 팀장에게 말하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 허락 없이 버렸다고 화내려나. 그래봤자 상관없었다. 부장 지시로 버린 거니까. 팀장도 부장의 말을 들었을 터였다. 필요하면 팀장이 도로 가져오든지 하겠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 층에 내려 뒤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고무나무 화분을 두었다. 이미 그곳에는 시든 화분 여러 개가 버려져 있었다. 고무나무를 보았다. 줄기에 나뭇잎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팀장이 그동안 더 뜯어 먹은 모양이었다.
    짐승처럼 변해 가는 팀장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게 더 화가 났다. 아무리 대표님의 친인척이라지만 왜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걸까.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력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무기 계약직이 된다면 바로 팀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지. 그런데 바꿔 주지 않는다면…….
    화분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선우 씨와 마주쳤다.
    “선우 씨, 진짜 산에 다녀왔어?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 선우 씨가 올린 거 맞지? 이제는 그만 포기해. 팀장이 아직까지 그 일로 선우 씨 괴롭히는 거야?”
    “매일 밤 꿈에 나타나요.”
    “팀장이?”
    “앵무새요. 제 손등이 진짜로 매일 튼다니까요. 핸드크림을 발라도 소용없어요.”
    “선우 씨……. 괜찮아? 부장님한테 팀을 옮겨 달라고 요청해 봐.”
    “과연 바꿔 주실까요. 그렇더라도 이 일이 잘 해결돼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도 같이 앵무새 좀 찾아 주세요. 제보가 꾸준히 들어오는데, 며칠 전에 누군가 회사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봤대요. 깃털 색깔이 저희 팀장님 앵무새랑 똑같더래요. 건물 안에 있는 게 분명해요. 비상구, 창고까지 샅샅이 뒤져 보려고요.”
    “이십 층짜리 건물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 선우 씨. 나도 틈틈이 건물 돌아다녀 볼게.”
    “네, 고마워요. 윽, 그런데 선배. 오늘도 냄새나요. 저번에 났던 그 냄새…….”
    “정말? 나한테 나는 냄새야? 이상하네.”
    나는 선우 씨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자리로 돌아가는 중에도 고양이와 개가 사무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얇은 털 가닥들이 허공에서 둥둥 떠다녔다. 바닥에 묻은 얼룩들이 모두 동물이 흘린 오물처럼 보였다.
    썩은 화분을 버리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으나 악취가 계속 남아 있었다. 나는 코를 킁킁대면서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맴돌았다. 잠시 후 냄새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팀장 자리로 가까이 갈수록 냄새가 더 지독해졌다.
    팀장의 머리와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팀장은 면도도 하지 않더니 몸도 씻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내 몸에까지 밴 냄새를 없애기 위해 우선 화장실로 갔다. 세면대에 물을 세게 틀어 놓고 세수를 했다.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었다. 그런 후 거울을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고개를 올려 보니 조그마한 새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선우 씨가 그토록 애타게 찾고 있던 앵무새였다. 나는 앵무새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말 듯 새는 내 손을 스치면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거칠게 날갯짓하는 앵무새의 날개를 자세히 보았다. 잘리지 않은 기다란 깃털이 펄럭였다.
    순간 새를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깃털 하나가 떨어져 허공에 떠다녔다. 나는 그 깃털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화장실 벽면의 닫힌 창문을 활짝 열었다.

 

 

 

 

 

 

 

 

 

 

라유경
작가소개 / 라유경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평일의 비행』, 『최저 라이프』가 있다.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금을 수혜했다.

 

   《문장웹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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