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외 1편

[신작시]

 

 

바다

 

 

박상순

 

 

 

    바다에는 점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아주 조금 떨어져
    다섯, 여섯

 

    왼쪽으로 살짝
    다시 오른쪽으로 살짝 흔들리는 햇빛

 

    잘록한 숨통의 허리에서
    긴 터널을 지날 만큼
    길고 멀게
    숨통의 발목까지 내려온
    잘못 와버린 길

 

    아주 작은 자동차는
    희고 검게
    애 앞을 지나가다가
    내 머릿속에서 반쪽이 나고

 

    겨우 작은 점
    여섯밖에 없는
    쬐끄만 바다

 

    거기, 작은 사람
    작은 허공
    오른쪽으로 살짝
    왼쪽으로 살짝
    흔들리는

 

    아주 아주 작아진 아주 쬐끄만 사람

 

    손목을 잠시 위로 꺾어서
    점 하나만큼 햇빛 속에서 반짝이다가
    쬐끄만 그마저 내 머릿속에서 다시 반쪽이 나고

 

    바다에는 점
    하나
    둘
    셋
    넷

 

    나머지 두 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쬐끄만 바다
    너무 작아 거기가 거긴데
    점마저 오락가락
    너무 작아 하나인지 셋인지
    둘인지 여섯인지

 

    잘못 와버린 바다
    너무 쬐끄만 바다
    쬐끄만 허공

 

 

 

 

 

 

 

 

 

 

네가 고개를 숙이고 송금이나 출금, 뭐, 그런 비슷한 일을 보는 동안
속으로 “나는, 바다가 싫다!”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크리스마스에 전화를 하셔서
    이제 그만 하세요
    라고 말했다.

 

    이제 영영 하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죽었는지도 모르실 것이고
    살았는지도 모르실 것이고

 

    어머니가 아직까지 세상에 남아 있으신지도 모르고
    없으신지도 모른다.

 

    나는 바다가 싫다.

 

 

 

 

 

 

 

 

 

 

박상순
작가소개 / 박상순

1991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슬픈 감자 200그램』, 『밤이, 밤이, 밤이』 등을 출간했다.

 

   《문장웹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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