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번 외 1편

[신작시]

 

 

101-1번

 

 

이규리

 

 

 

    종점에서 맨 마지막에 버스를 내릴 때
    꼭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남아 있는 어둑어둑한 자리

 

    거기 누구 있습니까?

 

    떠나겠다는 마음을 어떻게든 달래서 데려오다가
    종종 놓쳐버리기도 했지만

 

    막 버스는
    독하게 빈자리를 만들어 그거 덫이라는 듯
    피하지 말라는 듯

 

    어둠은 어둠으로 가엾고
    종점은 종점으로 막막해도

 

    종점은
    내리는 방식을 익히게 했다

 

    누구 거기 없습니까?
    다시 물으며

 

    종점에서 마지막으로 버스를 내릴 때

 

    순식간에 달려들어 얼굴을 덮던 허무, 또는
    부재
    누군가는 구석이 되었고 누군가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날들은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을 것이다

 

    어둠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백 번 다시 물어도 장미가 장미를 부정하기를
    전망이 전망을 모르기를 바랐던 헐한 생에도

 

    다 보내고 돌아보던 어둑어둑한 자리

 

    모든 이유였던,

 

    뒤가 되어 준 슬픔과
    뒤가 되어 간 믿음으로

 

 

 

 

 

 

 

 

 

 

 

어느 명랑

 

 

 

    취한 사람들은 한쪽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 저녁에 취기들이 모여 모처럼 명랑했다

 

    조금 후에 제가 저를 모른다 하더라도
    저녁은 자유한가 시절은 듣고 있는가 따위

 

    일행이 조금씩 더 기울어지고 있을 때

 

    자신을 남쪽에 산다고 소개한 사람이 일어나
    내 슬픔을 수신하겠다고 했다

 

    내 것이랄 수도 아니랄 수도 없는 이 헛헛한 소유에 대해

 

    더 기울어져야 하나

 

    그러자 다음에 일어선 사람은 내 유언을 받겠다고 했다

 

    불빛에 사람들의 무늬가 어른거렸다
    네모 안에 고인 잡다한 공기, 어렴풋한 웃음소리

 

    슬픔 너머 있음과 없음 너머
    그 전부를 받겠다는 건 서늘한 의지로 읽어도 좋다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무엇보다 나의 것엔 불운이 깃들어 있다 말해버렸는데,

 

    취하다가도 그런 단어엔 놀라운 기운이 들곤 하지
    달리 이렇게 말해 볼까

 

    내일 아침이 와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사람아, 내가 당신을 살게

 

    참혹이 취기에 싸여서
    안개처럼 자욱한
    아름다운

 

    그런
    명랑의 자리가 있었다

 

 

 

 

 

 

 

 

 

이규리
작가소개 / 이규리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당신은 첫눈입니까』가 있으며, 시적 순간을 담은 산문집으로 『시의 인기척』과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가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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