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J 외 1편

[신작시]

 

 

41J

 

 

김선오

 

 

 

    통로가 둘이었다. 셋이고 넷이었다. 동공은 어둠 속에서 짝수로 늘어 갔다.

 

    악당의 뼈를 내놓으라. 목소리가 하나였다. 열이고 백이었다.

 

    열린 목구멍들이 통로의 어둠을 끝없이 깊어지게 하고 있었다.

 

    뭐야, 지루해.

 

    비행기 의자 뒤통수에 설치된, 손바닥만 한 화면이 어두워져 봤자

 

    심연처럼 깊어져 봤자 앞사람 정수리에도 닿지 못할 텐데.

 

    그러나 영화는 암흑 속에서 빛나는 악당의 뼈를 끝끝내 보여주겠다는 듯

 

    새카맣게 새카맣게 되고 있었다.

 

    손에 들린 여권이 하나였다. 손가락 열 개였다. 의자가 백 하고도 서른여덟이었다.

 

    앉아 있는 승객들 사이로 걷는 사람이 열. 열둘. 열넷.

 

    어두운 좌석마다 검은 눈동자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수십 개의 국경을 건너는 동안 끝없이 깊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시퀀스

 

 

 

 

    [A, 텅스텐으로 만든 뼈 구조물
    B, 느리게 걷는 우리]

 

    대낮, 미래의 광장. 거대한 A 겹겹이 전시되어, 빛을 머금는 동시에 반사하는. A 사이사이 미래의 관람, 미래의 함성.
    같은 공간에 과거형 B

 

    [“]

 

    A 놓여 있는 해변, 해변 놓여 있는 스크린, 스크린이 뿜어내는 빛 맞으며 영화관 복도의 B
    A의 윤곽에 흐르는, 둥글고 매끈한 반영들. 바다 클로즈업. B 멈추고 각자 자리에 앉는 모습.

 

    엔딩 크레딧 이후 다시. 실외로 옮겨지는 B. 거리에서 A 가정법으로
    어떨까 A 만져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울까
    계속되는 B, 타진되는 A

 

    [A 설치 후 B 하면서]

 

    행인들이 구조물을 좋아할까요?

 

    “이런 거 이제 재미없어요”
    “다 했던 거잖아요”

 

    그러나 텅스텐 표면에 비친 풍경들 매일 바뀌잖아요. 작은 사고에도 부러지는 갈비뼈들 배 속에 다 있잖아요. 가죽 다 벗겨진 축구공 광장에서 굴러다녔고

 

    도시와 해변을 오가며 계속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는 우리도 있었습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모래 옮기고, 모래 쌓여서 방파제의 정사면체 되고요.
    정사면체 맞물리며 해변을 구축합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거대한 정사면체. 테트라포드라고 불립니다. 거기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지만

 

    부딪치고
    파도 소멸하고
    그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우리 있었다.

 

    B 하면서 A 떠올리며 그랬다.

 

    광장에서 만납시다.
    도래합시다.

 

    텅스텐 표면에 피부 반사되겠지만
    뼈는 우리 몸속에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김선오
작가소개 / 김선오

시집 『나이트 사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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