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월간 〈읽는 극장〉 1회 – ‘나는, 작가입니다’

[리뷰]

 

 

월간 〈읽는 극장〉 1회 – ‘나는, 작가입니다’

 

 

 

 

아르코예술극장 개관 40주년 기념
월간 〈읽는 극장〉 1회 “나는, 작가입니다”
연극 <물고기로 죽기>를 관람한 세 작가의 문학 낭독회

 

 

“퀴어로서가 아니라, 남성이나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제발 우리의 문학 안에는 박탈되는 꿈이 없기를 바란다.”

김비, 「내 글의 목숨」 中, 《자음과 모음》, 2020 여름호

 

 

    안녕하세요. 따뜻한 와중에도 또 추워지기를 반복하던 초봄을 지나, 기후변화 탓인지 예년보다 벚꽃이 빨리 만개한 4월을 지나고 있어요. 다들 몸, 마음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

 

    지난 4월 1일 저녁 7시 30분, 아르코예술극장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는 월간 읽는 극장의 첫 번째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첫 회의 주제는 “나는, 작가입니다”로, 연극 〈물고기로 죽기〉를 관람한 세 작가가 함께 했습니다. 연극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세 작가의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활동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김비 작가와 김현 작가는 연극 〈물고기로 죽기〉와 연결되는 자신의 작품을 낭독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연극 〈물고기로 죽기〉를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지 못했고, 월간 읽는 극장 시간에만 함께했는데요, 그런 저에게까지 연극이 극장을 넘어 글자와 말로 넘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이번 〈읽는 극장〉은 연극 〈물고기로 죽기〉의 이야기를 쓰신, ‘소설 쓰는 김비’ 작가와 ‘시를 쓰는 김현’ 작가, ‘문학평론을 쓰는 양경언’ 작가가 함께 했습니다. ‘-작가입니다’가 아닌 ‘-쓰는 누구입니다’라는 작가들의 소개는 생중계 중에 작가들이 직접 해준 인사말이었는데요, 이는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시작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신호탄이었습니다.

 

김비 : 작가라는 말이… 모르겠습니다. 사실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 무게가 항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김현 : 저도 ‘작가입니다… 그런데’ 라든지… 붙게 돼.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작가이긴 하지만 그걸로 나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생활인으로서의 나도 있고, 다른 방식의 내가 있으니까.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또 다른 모습의 자신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작가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정체성도 역할도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도 다양한 존재로 세 ‘사람’을 만났던 이 시간을 잘 요약해주는 이야기이지 않나 싶습니다.

 

    연극 〈물고기로 죽기〉를 본 세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극 중 등장하는 ‘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라는 대사가 확 꽂혔습니다.

 

김현 : 옆에 양경언 평론가가 이게 “눈물 퐝 극”이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 어디 한 번 나도 봐야지, 하고 봤어요. … ‘나는 사람입니다’ 라는 대사를 듣자 딱 (눈물이) 터지는 거예요. 픽션하고 논픽션이 겹쳐지기도 하고…

 

    ‘나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하는 말은 아니기에, 이렇게 들으면 별거 아니거나 뜬금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 말을 이렇게 힘주어 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왜 그 존재는 자신이 사람임을 증명하듯 ‘선언’하게 되는 걸까 묻게 됩니다.

 

김비 : 이 사회가 아직 성소수자를 사람이라 아니라 ‘성소수자’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입니다’ 그 말 한 마디는 아주 간단한 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지만, 성소수자에게는 ‘내가 정말 사람으로 살고 있나, 사람답게 살고 있나, 아 나는 사람이 맞나, 저 사람들에게 내가 사람이 맞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여러 존재를 인간과 비인간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있음을 또렷이 짚어내는 지점입니다. 연극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설명해주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성소수자나, 소수자로 살아온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극을 보고 떠오른 사람이 있냐는 양경언 평론가의 질문에 김현 시인은 이렇게 답합니다.

 

김현 : 저는 보고 저를 떠올렸어요. 보자마자 누구 다른 상대가 아니라 나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 나는 그래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의 어린 시절과 내가 겪었던 청소년기와 이런 것들이 쓱 스쳐가더라고요. 저는 제 스스로 되게 그 험난함을 잘 건너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김비 작가님도 그걸 잘 건너온 듯한 느낌? 힘듦도 있었겠지만 이제야 돌이켜보면 그래도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월간 〈읽는 극장〉 1회 “나는, 작가입니다”

 

    이 공연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건너 듣고 마음이 동하게 만드는 것이었기 보다, 모두의 삶의 어떤 지점을 연결해주는 극이었구나, 그것은 연극이 나를 ‘관통’함으로써 느껴지게 하는 감격이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러한 공동의 경험이 이뤄지는 장으로써 ‘극장’이 있구나 하고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세 작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시작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의 길을 가도록 이끈 최초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김비 : 제가 얹힌 게 많은 사람이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든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거 같습니다. … 그냥 단순하게 남성의 육체라고 불리는 이 몸을 가지고 남성이라는 사회적 젠더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힘들겠구나, 라고 느끼던 때였으니까요. 그래서 이다음에 내가 남자로 살든 여자로 살든 둘 다 아닌 것으로 살든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까 글쓰기를 …

 

    얹힌 것을 풀어내는 글쓰기, 나의 얹힘을 풀어주는 또 다른 이의 글… 결국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과 서로를 살리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자리에 무엇보다 ‘작가’의 역할이 크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김현 작가는 나의 삶에 참고점으로 삶을 앞서간 누군가의 이야기가 없어 헤매던 어린 시절, “누군가의 견본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김비 작가가 “내 안의 얹힌 것들을 토해놓기만 했던 그걸 문학이라고 명명하는 일이 옳은지…”라고 고민하며 쓴 글 역시, 토해내고 싶은 것이 있는 세상의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견본이자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글을 통해 전달하는 그 따뜻한 손길이 읽는 이들을, 그 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왼쪽부터 김비(소설가), 김현(시인)

 

 

    이어 김비 소설가와 김현 시인의 두 차례에 걸친 낭독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나란히 한 쪽으로 기울어 예쁘게 핀다.”(김비, ‘당신의 마당 속, 당신의 마음속 꽃구경’)

 

    “나란히”와 “한쪽으로 기울어”라는 말이 한 문장 안에 나란히 있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존재는 무엇이든 나란할 수 있다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실시간 유튜브 라이브 댓글/ 작성자 : Hee Jung Moon)

 

    독자 분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하시며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저 역시도 좋았던 문장입니다. 작성자 분이 달아주신 댓글이 참 좋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작가로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두 작가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주는 힘’과 ‘문장 안에 녹여낼 마음에 대한 고민이 힘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김현 : 또 이렇게 외롭다고 했지만, 각자 혼자 쓰니까 외롭긴 한데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이렇게도 연결되고 보러 오셨대, 누구는 또 그거 읽었어, 연락해오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잘 봤어, 이러면. 묘하게 혼자이긴 하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연대되고 있구나 하는 느낌 … 고통을 십시일반 나눠서 가고 있구나… 혼자 쓰는 작업이고 외롭다 이런 얘기도 했지만, 글을 쓰는 게 되게 힘들고 고된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걸 다 같이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한 번쯤은 포기하지 않고 쓸 법도 한 것 같아요. … 그런 사람들과 함께 외롭게 쓰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저는.

김비 : 저는 작가가 됐다는 말, ‘내가 작가가 됐구나!’ 라는 걸 언제 느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 우리가 너무 작가가 되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나. 작가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많이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 문장을 너무 잘 쓰는 것도 좋지만 그 문장 안에 어떤 마음을 녹여 내가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하시면 좀 힘이 되시지 않을까. 그러면 좀 글을 쓰는 몸에 살이 좀 붙고 근육이 붙고 따뜻한 피가 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면 지치지 않고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왼쪽부터, 김비(소설가), 김현(시인), 양경언(진행자/문학평론가)

 

    코로나로, 바쁜 일상으로 극장이 그리웠던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극장을 새롭게 만나며 소중한 이야기와 위로, 인사를 주고받은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직접 만나 나눈 대화가 아니기에 아쉬움이 남는 분들은 두 작가님의 봄여름 계획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김현 시인은 『낮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제목의 신간 시집을 내셨습니다! 오늘 글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첫 번째로 낭독해주신 시 「큰 시」도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비 소설가는 현재 《한겨레》에 연재하고 있는 〈달려라 오십호〉를 계속 이어가시며, 부산 지역의 〈책방밭개〉에서 상주 작가로 지내며 주민 분들과 문학과 퀴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일상에서 인지하고 살지는 못해도, 이렇게 멈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 비로소 느끼게 되는 게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은 4월은 〈읽는 극장〉에서 나눈 품에 기대어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읽는 극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

 

 

 

 

월간 읽는 극장 4월편 보기

 


월간 읽는 극장 4월편 “사라진, 살아진”

 

글쓴이 : 김현지 / 지미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코로나와 기후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같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대화와 토론, 수다와 위로가 오가는 우리의 시간과 장소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함께 춤추기를 좋아합니다.

 

 

 

월간 읽는 극장 아카이브

 

▶ 3월 읽는 극장에서 이야기 나눈 공연
 
연극 〈물고기로 죽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2021.3.4.-14)

 

 

 

 

 

 


김현, 『낮의 해변에서 혼자』, 현대문학, 2021


김비, 「내 글의 목숨」, 《자음과 모음》, 2020 여름


김비,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씨』, 김영사, 2020`


김현, 『호시절』, 창비, 2020

▶ 3월 〈읽는 극장〉에서 낭독된 문학 작품

 

 

 

문의 :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theater@arko.or.kr / 02)3668-0020

 

 

 

 

 

 

 

 

 

   《문장웹진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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