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기린 큐레이션〉 5월(독립서점 편)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5월(독립서점 편)

 

 

조시현, 조온윤

 

 

 

 

 

 

    안녕하세요, 여러분. 꽃봉오리가 맺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의 초입입니다. 시간이 정말 무섭게 지나가네요. 5월은 노동자의 날로 시작해 여러 날들로 달력이 빼곡합니다. 빨간 날도 두 번이나 들어 있네요! 포근하고 햇빛도 좋아서 평소라면 어딘가 바람을 쐬러 다녀올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선뜻 외출을 하기에는 아직은 어려울 듯합니다. 간만에 밀린 영화나 책을 보며 휴일을 만끽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네요. 그런데 아직 어떤 책을 읽을지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가까운 동네 책방에 들러 보는 건 어떨까요? 의외로 집 근처에 알려지지 않은 독립 서점들이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과는 달리 고유의 콘셉트와 테마, 또는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어 그 분위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오히려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또 각종 낭독회나 행사도 열리고 있어 날짜만 미리 확인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을 작가의 육성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5월에는 느리미와 기리니가 살고 있는 서울과 광주의 책방을 한 곳씩 소개해 드리도록 할게요. 🙂

 

 

문학을 매개로 한 만남의 공간 〈진부책방스튜디오〉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잔다리로 112, 2층에 위치한 〈진부책방스튜디오〉는 문학 텍스트를 중심으로 다루는 책방으로, 2018년 6월에 문을 열었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낭독회, 독서모임, 공연, 상영회 등을 열어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와 작업실 공간도 겸해 문학과 책방이 조금 더 맞닿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진부책방스튜디오〉는 어떤 공간인지, 책방 매니저님의 소개를 통해 직접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부책방스튜디오의 간판과 입구. 2층에 위치하고 있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진부책방스튜디오〉 매니저 이설빈입니다.

 

Q. 먼저 〈진부책방스튜디오〉에 대해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진부책방스튜디오〉는 문학을 주요하게 다루는 책방입니다. 2018년부터 진부책방 낭독회, 독서모임, 공연, 상영회 등을 열어 왔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많은 작가들이 찾아오는 책방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약 2,500종의 시집, 소설, 에세이, 예술과 인문학 관련 책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상급 음향기기와 LP를 갖추어 선곡에도 신경을 씁니다. 20명 수용 규모의 카페도 겸하여 여유롭게 독서를 하며 커피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평소 오후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며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습니다.

 

Q.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게 아니라 이설빈 시인님이 매니저 겸 책방지기를 맡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서점에서 주로 무슨 일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사장님이 문화예술 방면으로 관심이 많으세요. 책방을 열기 전에 서울 근교의 책방, 카페, 복합문화공간들을 답사하셨어요. 그리고 공공도서관이나 예술관보다 자유도가 높고 현실적인 사업모델을 구상하셨죠. 책방이라는 정체성에 각종 예술 기획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의 기능을 더해 이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작가들을 매니저로 뽑아 책방을 꾸려 오셨어요.
    저는 세 번째 책방 매니저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서재, 작업실, 개인 카페 같은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진부책방 매니저 직책은 좋은 기회였어요. 책방에 카페를 겸하고 좋은 음향기기를 갖춰서 근무하기에도 작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환경이거든요. 무엇보다 문학과 책방의 의미를 제 손으로 연결한다고 생각하니까 묘한 열의가 담기더라고요. 일에도 삶에도 쓰기에도. 그래서 진부책방 낭독회, 독서모임, 공연 등 여러 행사들을 기획해 왔어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누리려고요.

 

봄맞이 새 단장을 한 진부책방의 낮 모습. 민병훈 소설가를 필두로 4월부터 10월까지 〈2021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 사업〉 행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Q.책방지기의 하루는 어떻게 채워지나요?

A. 녹록치 않습니다. 겨우 적응을 해도 새로운 고난이 있어요. 도착한 책 선별, 도서 등록, 행사 및 사업 기획, 작가 섭외, 행사 및 도서 홍보, 카페 영업, 재고 관리, 음향 설비와 화분 관리 등. 책방 매니저로 일한 지 1년 하고 5개월이 다 되었는데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기간이 거의 떠오르지 않아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오픈된 살림살이를 하는 이 기분…… 다른 카페 매니저나 책방지기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그만큼 보람은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내 손과 입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매 순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나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이만큼 투명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Q. 진부책방에서 주로 다루는 서적들도 궁금합니다. 책방지기가 따로 큐레이팅을 하시기도 하나요? 하신다면, 독자들께 책을 소개하는 기준이 따로 있을까요?

A. 진부책방에서는 주로 시집, 소설집을 다룹니다. 문학에 중점을 두고 그와 관련된 인문학 도서와 예술 관련 도서들도 다룹니다. 큐레이팅은 매니저인 저와 주말 책방지기인 김버금 작가님이 맡고 있지만, 오가는 작가님과 손님들의 추천도 참고합니다. 결국 취향의 문제겠지만, 인지도나 판매량에 따르기보다는 작품이 갖는 중요성과 시의성 그리고 기존 큐레이션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들여옵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방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최근 5년간 책방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10년 전, 혹은 그 이전까지 추이를 살펴보면 겨우 회복해 가는 추세죠. 또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책방들이 많아진 거고 대부분 트렌드에 맞춰진 에세이가 주를 이루거든요. 저는 시와 소설 그리고 인문예술 서적이 중심이 되는 책방이 서울에 몇 곳 더 있으면, 그게 진부책방스튜디오라면 좋겠어요.

 

진부책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씨크릿 북’. 포장지에 적힌 인용구만으로 책을 만날 수 있다.

 

Q. 이 ‘진부책방시크릿북’은 뭔가요?

A. 포장지에 책의 인용구를 발췌하여 적혀 있는데요, 제목과 내용을 모른 채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작가나 출판사, 표지 등의 외부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내용만으로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배치해 보았습니다. 매니저 취향의 책들도 몰래 숨겨 두곤 합니다.

 

Q. 진부책방에서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여러 낭독회도 기획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작가들이 다녀갔는지,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무엇이었는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계획된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지금까지 낭독회, 북토크, 독서 토론 모임, 음악 공연, 각종 창작클래스 등을 기획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기존의 북토크나 낭독회에서 나아가 진부책방의 기획이 담긴 특별한 낭독회를 이어 가고 있고요. 인스타그램에 ‘#진부책방낭독회’를 검색하시면 다양한 작가들의 행사 면면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엔 민병훈 소설가를 필두로 〈진부책방스튜디오〉(서교동), 〈고요서사〉(용산동), 〈문학살롱 초고〉(합정동)가 연합해서 ‘다시 만난 문학, 다시 빛날 서점’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매달 일정표를 인스타그램에 공지해요. 많은 관심 바랍니다.

 

Q. 진부책방에서 진행되었던 읽기 모임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읽기 모임은 합평 중심의 모임을 지양하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매개로 한 관계망을 살리는 것이 책방의 순기능이니까요. 이왕 읽기 모임을 하는 김에 우리가 접하지 못했거나 도전하기 어려웠던 책들을 위주로 읽어 보자 해서 민병훈 작가님과 남지은 시인님을 섭외해서 진행했어요. 민병훈 작가님은 독일, 러시아, 미국 등의 해외고전들을 하나씩 골라 고전 위주로 읽기 모임을 진행했고, 남지은 시인님은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도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그림동화책 위주로 선정해서 같이 읽기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반응이 좋고, 함께 참여했던 분들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봄맞이 새 단장을 한 진부책방 밤 모습. 밤이 되면 더 내밀한 공간으로 바뀐다.

 

Q. 낭독회뿐만 아니라 음악회가 진행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서점이 단순히 문학에 국한된 게 아니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부책방에서 지향하는 공간성이 있을까요? 혹은 진부책방은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때로 누가 나를 몰라주고 내가 나를 외면하는 시간이 있죠. 그런데 어떤 책은 나를 알아보고 그 책의 한 줄의 문장이 나를 밝히고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줘요. 그게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게끔 만들면서 어떤 용기와 위안을 주는 것 같아요. 진부책방이 그런 시선을 다양하고 깊게 품어내는 공간이라면 좋겠습니다.

 

Q. 서점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요?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아무래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A. 사실 제가 근무를 시작하고 두어 달 뒤에 바로 마스크를 쓰는 시국에 접어들어서요. 이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예전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어요. 사장님과 이전 책방지기들이 어떤 의무감으로 지켜 왔죠. 그래도 계속 적자를 조금씩이라도 줄이고 있긴 합니다. 눈에 보이는 노력,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면서요. 진부책방은 카페를 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변동이 커서 아침마다 날씨예보를 보듯이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살피며 한숨을 쉬어요.

 

Q. 서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오시면서 생긴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일화가 있나요?

A. 손님의 3할은 작가, 출판사 관계자, 그리고 다른 책방지기들이에요. 일단 책방에 도착해서 한숨부터 뽑아내는데, 대체로 마감에 쫓기다가 책방으로 피신하는데 글에 쫓겨 오는 곳이 책방이라는 게 애처롭더라고요. 게다가 사는 건 비슷하고 도움 될 얘기도 없는데, 이 책 저 책 잘도 뛰어다니며 조잘거려요. 서재에, 책에, 표현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이 한 줌의 친밀함, 한숨의 느슨한 연대에서 자족합니다.

 

진부책방 카운터. 귀여운 엽서와 소품들이 있다.

 

Q.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갈 수 있는 공간도 근처에 많을 것 같아요. 혹시 진부책방과 함께 들르면 좋을 장소를 몇 군데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진부책방스튜디오〉 근처에 있는 〈책방 사춘기〉(성산동)와 〈번역가의 서재〉(서교동), 그리고 〈아침달 서점〉(연남동)과 〈문학살롱 초고〉(합정동)를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방 사춘기〉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들을 위한 그림책, 그림동화책 큐레이션과 매달 새로운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요. 그리고 〈번역가의 서재〉는 국내외 양질의 문학 번역서를 위주로 큐레이팅 하며 전문 번역가 강연과 북토크를 엽니다. 〈아침달 서점〉은 아침달 출판사가 운영하고 송승언 시인이 매니저로 근무하는 곳이에요. 아침달 시집들은 물론 다른 책들도 다루며 매달 낭독회를 엽니다. 〈문학살롱 초고〉는 책과 사람과 술이 함께하는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문학칵테일과 파스타가 유명해요. 그리고 아기자기한 기획들과 낭독회, 북토크가 활발해요. 책방 사춘기와 번역가의 서재는 진부책방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고요. 아침달은 연남동 주민센터 근방, 문학살롱 초고는 합정역 7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Q. 장기화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매니저님의 추천도서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책 소개가 고통스럽더라고요. 책과 독자 사이에 불순물처럼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되도록 본문 발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은둔기계』(김홍중 지음, 문학동네, 2020)에서 인용과 배치를 달리해서 소개합니다.

 

“활동적 삶의 폭주에 관조의 브레이크가 급작스럽게 걸린 비상사태로서의 은둔, 예컨대, 육중한 기관차가 정지해 가면서 바퀴에서 불꽃을 튕기고 금속 타는 냄새를 풍기며 신경을 거스르는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미끄러져 가는 위험한 상태. 관조적 삶은 고요하지도, 평온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그것은 삶의 미친 움직임에 걸린 제동장치의 효과다. 참된 관조는 내면을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파상한다.(60p)”

 

“바이러스적으로 작용하는 대부분의 기호는 면역계에 의해 차단되고, 파괴되고, 무력화되어 자아의 내부에 침투하지 못한다. 반지성주의, 편견, 우상, 혐오, 독단, 신앙과 같은 강력한 면역 시스템.(224p)”

 

“파상되지 않은 자아가 말하지 않게 하라.(124p)”

 

이설빈 매니저의 추천도서.

 

Q.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책방을 상상했을 때,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나요?

A. 진부책방은 동네책방이자 문학서점이라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꾸준한 서점이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책방지기나 행사가 도드라지는 서점이 아니라, 큐레이션과 공간 분위기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중요한 서점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씌어 있는 공간 〈검은책방흰책방〉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서점은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검은책방흰책방〉입니다. 앞서 진부책방 소개에 이어 이야기하려고 보니 공교로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곳 〈검은책방흰책방〉도 복층 건물의 2층에 입점해 있는 데다가 문학에 대한 서점 운영자의 애정이 남다른 곳이거든요. 계단 초입에 씌어 있는 시와 작가들의 사진으로 채워진 내부 벽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은책방흰책방〉은 주로 시집과 소설책 등의 문학 서적을 취급하고 있는 문학 전문 서점입니다. 당연히 문학에 관심이 많은 손님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기도 해서 광주에서는 드물게 문학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죠. 〈검은책방흰책방〉의 이은경 운영자를 만나 책방에 관한 이야길 나눠 보았습니다.

 

〈검은책방흰책방〉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 뒤쪽 칠판에는 김종삼 시인의 「북치는 소년」 시구가 적혀 있다.

 

Q. 이은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광주에서 문학 전문 서점 〈검은책방흰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경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를 쓰고 있어요. 2019년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동 시집 『가장 가까운 말로』를 낸 적이 있습니다.

 

Q. 이어서 〈검은책방흰책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검은책방흰책방〉은 문학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이에요. 시와 소설이 중심이고, 그밖에도 에세이, 희곡, 비평 등등 여러 가지 장르를 포괄해 문학 분야의 서적이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해요. 그리고 문학과 함께 읽으면 좋을 사회과학 서적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방은 2016년 7월에 오픈해서 지금 개점한 지 5년 가까이 되어 가요. 〈검은책방흰책방〉이라는 서점 이름에 대해서도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앞서 말씀드린 공동 시집의 「다시」라는 시에 “검은 글씨와 흰 바탕”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검은 글씨와 흰 바탕이 책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주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검은색과 흰색 하면 떠오르는 게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방 이름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글을 쓰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검은색과 흰색이 글씨와 여백의 이미지지만, 한편으로는 책이 아닌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더라고요.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의 피아노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고, 바둑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고요.
    그리고 원래는 ‘검은책방’과 ‘흰책방’을 나누어서 ‘검은책방’은 소설을 중심으로 다루고 ‘흰책방’은 시를 다루게끔 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책방 운영 초기에는 공간이 절반으로 분리돼서 한쪽은 시집 서가, 한쪽은 소설 서가로 되어 있었어요. 차츰 그런 분리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지금은 공간을 나누지 않고 운영하고 있고요.

 

〈검은책방흰책방〉이라는 서점 이름처럼 검은색과 흰색의 체스판 모양 바닥이 눈에 띈다.

 

Q. 책방이 대학과 가까운 곳에 있어요. 이곳 대학가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책방을 ‘문학 전문 서점으로 운영해야겠다.’ 마음먹고, 문예창작 전공이 설치된 학교 근처로 장소를 정하면 어떨까 했어요.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많이 보는 책들을 취급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문예창작학부가 설치된) A대로 갈까 B대로 갈까 생각하다가, 지금 있는 위치가 근처에 대학만 있는 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의 발길이 잦은 동네가 있기도 해서 여기로 택하게 된 것 같아요.

 

Q.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검은책방흰책방〉이 학교 근처에 있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처음 책방을 열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A. 제가 태어난 곳은 대구고, 본래 수도권에서 살다가 여기 광주에 내려왔어요. 그런데 광주에 연고가 없다 보니 문학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나 사람을 만날 기회도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책이나 문학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이라서 그런 것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충분히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런 역할을 하면서 저한테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 되었죠. 그리고 서점을 실제로 열고 보니 문창과 학생들한테도 좋지만, 이미 문창과를 졸업했거나 문학의 외곽에 있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맞아요. 〈검은책방흰책방〉처럼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문학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은 참 드물고 귀한 것 같아요. 저는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이곳 책방 분위기가 그리워질 때마다 들르곤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책방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A.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출근해서 책방을 열기 전이에요. 책방에 나오면 거리도 한산해서,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그래요. 책방 열고 나서도 손님이 많지는 않아요. (웃음) 이쪽 거리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서점이 2층에 있다는 핸디캡도 있고, 문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요. 그래서 거의 그냥 손님을 기다리면서 하루가 채워지기는 하는데, 그냥 가만히 멍하게 있기도 하지만 주로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글을 쓸 수 있으면 쓰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저의 공간처럼, 작업실은 아니지만 작업실처럼 쓰고 있는 상황이죠. 경제적인 여건과 상관없이 생각한다면 최고의 공간이죠. (웃음)

 

광주에서 〈검은책방흰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 주인 이은경 씨. 손님이 없을 때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Q.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정말 부러워요.

A. 다른 벌이가 있으면 손님이 많지 않은 게 크게 나쁘진 않죠.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운영이 어려운 게 문제죠.

 

Q. 코로나19 이후로 운영이 많이 어려워지신 건가요?

A. 그렇죠. 저희 책방은 행사를 많이 하는 책방인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까. 다른 곳도 다 그렇겠지만 저희 책방도 어려워졌어요. 알다시피 학생들도 수업을 안 나오고, 여행 다니는 사람들도 한 번씩 책방에 오시는데 그런 분들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고요. 책방에서 모임을 하면 사람들이 저녁에 드나들고 했는데 그것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아쉽고 어려운 것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진행을 못 하는 거? 그리고 손님이 적어진 거요. 아시겠지만, 예전에는 행사를 준비하느라고 바빠서 SNS에 책 소개를 올리거나 하는 일들을 거의 안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책방 일기 형식으로 가급적 책과 관련된 얘기들을 SNS에 올리려고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 못 하니까 대신 그거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일부러 올리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하는 상황이죠. 그게 바로 손님이 많아지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책 문화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효과는 될 거 같거든요.

 

Q. 저도 몇 년 전만 해도 책방 행사에 종종 방문했는데 아쉽습니다. 대신 책을 구경하러 자주 올게요. 이번에 주문한 책 입고 소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방이 문을 연 게 2016년 여름 즈음이었으니까 벌써 5년이 되었어요. 제가 처음 책방을 찾았을 때가 대학생이었는데 어느새 직장인이 되었고요……. 적잖은 시간 책방을 운영해 오고 있는 것에 대한 소회 같은 게 있을까요?

A. 5년 정도면 그런 소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책방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학생이었는데 벌써……?’ (웃음) 반바지 입고 소년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시집을 사가던 어린 친구였는데,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어 있대요. 그 얘기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처음 봤을 땐 다 학생이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진로를 고민하고, 심지어는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시간이 참 많이 지났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사이에 등단한 친구들도 몇 명 보았고요. 그런 걸 보면 느낌이 좀 다르긴 하죠.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는 못 느끼는데 새삼스럽게 한 번씩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10년쯤 되면 더 많은 거를 느끼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책방 안쪽에 위치한 한국 소설 서가. 책장 위에는 이은경 씨의 큐레이팅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Q. 그렇군요. 5년 뒤에도 꼭 다시 소회를 여쭙도록 할게요. (웃음) 앞서 말씀하셨다시피 〈검은책방흰책방〉에서는 작가들의 낭독회나 강연 행사가 참 많았어요. 광주는 수도권에 비해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가 적은 편인데, 책방에서 여는 행사 덕분에 만나고 싶은 작가를 실물로 본 적도 있어요. 정말로, 작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그런 기회가 잦아졌지만요. 지금까지 어떠한 작가들이 다녀갔는지,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무엇이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다 기억나죠,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웃음) 황인찬 시인처럼 유명한 시인이나 신인 작가들도 좋았고, 대중적인 편은 아니지만 백은선 시인이나 정지돈 작가도 실제로 만나서 얘기를 들으니까 더 와 닿는 느낌이었어요.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들이 다 너무 말씀도 잘하시고, 얘기를 나누려고 하는 준비가 다 되어 있으셔서요.
    그중에서도 제일 인기 많았던 작가는 황정은 작가였죠. 황정은 작가 초청 행사의 예매가 3초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제일 인기 많았고 반응도 제일 난리였어요. 원체 자주 안 나오는 분이셨기 때문에. 그때 신간이 나오면서 잠깐 활동하셨죠. 워낙 팬도 많고요. 이제니 시인도 기억에 남아요. 이제니 시인과는 서너 번 같이 행사를 했어요. 여기 책방에서 하는 행사 말고도 몇 번 다른 장소에서 하는 행사도 함께했거든요. 그런 기억들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은 최정례 시인이에요. 행사 참여하러 오신 다음날 같이 담양에 죽녹원도 가고 소쇄원도 보면서 종일 같이 다녔는데, 그게 정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선생님이 정말 명랑하시고, 너무너무 기분 좋아하셨고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날 얘기를 종종 하셨다더라고요. 같이 담양에 갔던 그 얘기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이세요.
    그리고 더 있어요. 낭독회를 많이 하다 보니까 그냥 낭독회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크로스오버 형식으로 낭독회를 진행했거든요. 문학이랑 공연, 내지는 음악, 클래식, 미술과 함께요. 그렇게 4회에서 5회 정도 했는데, 정말 다 특색이 있었어요. 디제잉을 하시는 분하고도 같이 영상도 활용하면서 진행했고요. 그렇게 장르를 크로스오버한 것도 기억에 남는 행사였습니다. 특히 2019년은 여러 행사를 했는데 다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행사였어요. 좋긴 했지만 행사가 너무 많아서 힘들기도 했죠.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Q. 듣고 보니 행사에 더 자주 참여할 걸 그랬어요. 올해는 혹시 계획된 행사가 있을까요?

A. 올해는 사업 신청을 안 하기도 했고, 있어도 하기 힘들 거 같아서요. 올해는 아마 후반기에나 한두 번 있을 것 같아요. 구청이랑 같이하는 행사로요. 근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안 나왔고, 아마 여름까지는 행사가 진행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지금 안 풀려서요. 독서모임이나 강좌는 소수로 진행할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집합금지가 풀려야지 추가로 계획해 볼 수 있고요. 그래도 시 쓰기 모임이랑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읽기 모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그 외에는 모든 게 불투명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코로나 상황만 진정이 되면 언제든 다른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Q. 말씀하신 시 쓰기 모임은 언제부터 해오신 건가요?

A. 얼마 안 됐어요. 한 달쯤? 그전부터 꾸준히 시 창작 모임이 있긴 있었어요. 정나란 시인이랑 제가 오랫동안 진행해 오다가 같이 시집을 냈거든요. 그 모임의 연장으로 생각하면 오래되긴 했죠. 중간에 다른 친구 한 명, 사회인인데도 불구하고 시에 갈증이 있다고 해서 같이하다가 쉬다가 그랬어요. 지금은 학생들하고 진행하고 있죠. 학생 중에, 문창과가 아닌 학과에서 시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 친구들이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그런데 지금도 그중에 한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모임이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힘든 상황이에요.

 

Q. 모임이 하루빨리 원활하게 재개되어야 할 텐데요. 그런데 정말 문학을 비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이곳 책방이 중요한 장소가 되었네요. 말씀하신 시 창작 모임 회원들처럼, 서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오셨으니까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많을 것 같아요.

A. 아시겠지만 대부분이 다 기억에 남는 게, 저희는 단골이 많아요. 자주 오시지는 않더라도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오시기 때문에 손님들이랑 친해요. (웃음)

 

Q. 사장님이 책 추천도 많이 해주시고 손님들한테 항상 말씀도 많이 걸어 주셔서 더 자주 오는 것 같아요.

A. 그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웃음) 일단은 그걸 싫어하시지 않는 분들이 자주 오시겠죠. 자주 오는 손님들과는 대부분 친하게 지내요. 서로 요즘 무얼 읽고 있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얘기도 하고요. 그런 걸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다 친구들 같아요. 위로도 아래로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손님들도요.
    그래도 한 명 꼽으라고 한다면,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공부를 함께한 분이 나이 차가 꽤 있었는데 굉장히 기억에 남고, 그분 남편도 기억에 남아요. 남편분이 사진을 찍으시는 분이었는데, 어느 날 시를 가져오셨더라고요. 사진과 시를 책에 같이 싣고 싶다고요. 근데 그분 시가 괜찮더라고요, 제 눈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그런 식의 시가 아니라 생생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분이랑 같이 시 가지고 한참 얘기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해서 그분이 진짜 시랑 사진이 같이 있는 책을 내셨어요.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저랑 같이 작업을 해서 공동 시집을 낸, 정나란 시인이자 오이리트미스트(Eurytmmyst)가 제일 특이하고 인상적인 사람이죠.

 

Q. 방금 말씀해 주셨듯이, 정나란 시인과 재작년에 공동 시집을 내셨어요. 그런데 책의 형태가 특이해요. 책 표지가 뒷면이 없고, 저자 두 분이 표지를 하나씩 나눠 갖고 있어요. 발간하신 시집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정나란 시인은 오이리트미스트이기도 하고, 작년에 〈문학실험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죠. 시집은 우선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간 비용을 마련하고 판매했어요. 책의 형태가 공동 시집이긴 한데, 작품들이 나란히 배열된 공동 시집이 아니고, 표지를 각각 한 면씩 차지하도록 해서 이쪽에서 보면 제 시집이고 반대편에서 보면 정나란 시인의 시집인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그렇게 시집 형태를 특이하게 만들었고요. 시집의 편집 디자인은 최규승 시인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니 시인에게 부탁해서 이제니 시인이 발문까지 써주셨어요. 주례사와 같은 찬사로. (웃음) 당시에 책을 두 권 내시느라 바쁜 와중에도요. 진심으로 감사하죠. 아마 계속 시를 썼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써주셨던 것 같아요.

 

이은경 씨와 정나란 시인이 함께 엮은 시집. 두 저자가 앞뒤 구별 없이 표지를 한 장씩 나누어 갖고 있다. 시집의 제목도 두 개다. 『흙에 도달하는 것들』, 혹은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

 

Q. 저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집을 구매했는데, 시집에 실린 시 중에 「가장 맛있는 빵」이 정말 좋아서 어떤 구절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선생님께서) 책도 많이 읽으시고 시를 쓰기도 하셔서, 사전 질문지에 ‘선생님께 문학이란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을 드렸는데, 너무 어려운 질문을 드린 것 같아서 넘어가겠습니다.

A. 아니에요. 나 아까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열심히 연구했어요. (웃음) 나도 이 시가 좋아서 시집 제목을 ‘가장 맛있는 빵’으로 하려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 아는 시인들에게 제목을 물어보니 별로라고 해서, 그냥 시 구절 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말로”로 했어요. 왜 별로라고 했지? 지금 봐도 저는 ‘가장 맛있는 빵’도 시집 제목으로 괜찮았을 거 같아요. (웃음)
    그리고 문학이란, 제가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시 쓰고 글 쓰는 사람들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 꿰면서 쓰지는 않겠지만, 저는 이런 걸 정리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서 작년에 이걸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준비했어요. 옛날 시인의 시론도 읽고, 철학자들이 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도 막 읽고요. 지금도 작업 중이긴 해요. 그런 질문에 근접한 답변을 하는 에세이 비슷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얼마 전에 읽은 『비평과 진단』이라는 책에서 들뢰즈(Gilles Deleuze)가 한 얘기가 있어요. 세계는 병과 증상들 속에 있고 문학은 ‘건강계획서’여야 한다는. 다시 말해 자기와 세계의 병, 증상의 치료 작업이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한 구절이 있어요. 딱 이 표현은 아닌데 그게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모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나 아렌트는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 혹은 예술이 가진 대지로서의 ‘세계’에 대한 사유에 큰 의미를 부여하더라고요. 뭐 그런 부분들과 더불어 문학이 아름다움과 더불어 우리를 ‘선’으로 이끄는 문제에 관심이 갑니다.

 

Q. 제게도 큰 고민을 던져 주는 말들이에요. 준비하고 계신 문학론이 완성되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저마다 알맞은 좋은 책들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번엔 《문장 웹진》의 독자들을 위해서, 장기화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피로해진 요즘 권장하고 싶으신 책이 있을까요?

A.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책을 추천합니다. 책 제목도 『긴 호흡』이고, 다른 책들도 뭔가 희망을 주는 느낌의 제목들이기도 하고요. 물론 내용도요. 코로나19가 인간이 일으킨 재해라고 하는 말도 있잖아요? 이분은 읽어 보셔서 아시겠지만, 뭐라고 해야 하죠? 환경주의자라고 하기도 그렇고 자연주의라고 하기도 그렇고. 자연의 어떤 경이와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누리기를,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 중 한 명인데, 거기서 나오는 생각이나 시선이 평화로우면서도 아름다운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인간이 지금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문장도 있어서 참 좋은 거 같아요. 이런 식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계가 참 평안할 것 같아요. 지친 사람들에게 이런 책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은경 씨의 추천도서는 메리 올리버의 저서들. 그중에서도 『긴 호흡』과 『천 개의 아침』을 강력히 추천해 주었다.

 

Q. 좋은 책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 보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책방을 상상했을 때 바라는 모습이 있나요?

A. 글쎄요, 계속 유지만 돼도……. (웃음) 막 “10년, 20년 계속 운영하세요.”라고 얘기하는 친구도 있는데, 계속 어떤 식으로든 유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뭐 지금 이렇게 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책을 통해서, 모임을 통해서, 강좌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마도 몇 달 뒤에는 여기서 점심시간마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걸 계획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서만 수익을 많이 내는 건 제 능력이 안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섣부르게 포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책만으로 책방을 잘 유지하는 건 제가 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고요. 그런 건 마케팅에 능하고 발 빠른 사람들이 잘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약간 느리게, 지지부진하게 이 정도밖에 못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자세를 바꿔서 점심시간에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걸 생각 중이에요. 크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아니고 책방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정도만 됐으면 합니다. 여길 유지하는 데 돈이 크게 들진 않아요. 근데 문제는 책을 계속 입고해야 하거든요. 새 책을 가져오고 싶은 제 욕심도 있고요. 계속 새로운 책을 소개하고 마련해 올 수 있는 그 정도의 여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이렇게, 두 곳의 독립 서점을 만나 보았습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텍스트를 매개로 의미망이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공간을 꾸려 나가시는 독립 서점 운영자분들이 정말 대단하시죠? 서점마다 각양각색의 주제를 가지고 있으니 관심사에 따라 방문 계획을 세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집 근처의 독립 서점들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다음번 주제는,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을 문학 동인입니다. 지금까지 시인과 소설가 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든 동인이 함께 책을 내거나 낭독회를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말로만 들었던 동인, 어떤 모임인지, 어떤 동인들이 있는지! 느리미와 기리니와 함께 만나 보아요. 그러면, 싱그러운 여름의 초입, 다시 만나요!

 

 

 

 

 

 

 

 

 

 

조시현

작가소개 / 조시현

2018년 실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
2019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조온윤

작가소개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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