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외 1편

[신작시]

 

 

퇴근

 

 

손미

 

 

 

    봉지 속에서 귤이 상하고 있다
    옆으로 옆으로 옮아 가고 있다

 

    누가
    귤이 담긴 봉지를 가리키며
    사과를 가져오라 했다

 

    파티션 너머로 보이는 머리를 뎅강 자르고
    거기에 귤을 심었다
    귤은 주렁주렁 피를 빨고 자란다

 

    봉지 속에 비가 내리고 있다
    마음이 상한 사람이
    머리가 담긴 봉지를 흔들며

 

    버스를 탄다
    죽은 머리들이 부딪친다
    옆으로 옆으로 옮아 간다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이건 사과가 아니라 귤이라고!!
    봉지를 던진다
    비탈로 굴러간다

 

    안 부끄러워 안 부끄러워

 

    타는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귤나무를 꺾어 불을 쑤신다

 

    봉지는 날아간다
    전선에도 안 걸리고 간다

 

 

 

 

 

 

 

 

 

 

불면

 

 

 

 

    나는 요즘 벌떡 일어납니다
    어둠이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집니다

 

    그 사이로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방향을 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갈라진 어둠은 곧 닫힙니다
    나는 거기에 갇힙니다

 

    몸을 앞뒤로 움직입니다
    아무데도 도착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습니까

 

    불 꺼진 방에서
    육중한 침묵이
    그네를 탑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잠깐 빛이 있습니다
    아무도 내리지 않습니다
    문이 닫힐 때
    벌건 핏물이 올라옵니다

 

    거기 사람 맞습니까

 

    또 아침입니다

 

    정말 이렇게 사는 게
    맞습니까

 

 

 

 

 

 

 

 

 

 

손미
작가소개 / 손미

2009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2013년 제3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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