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내에서 외 1편

[신작시]

 

 

지프내에서

 

 

송진권

 

 

 

    사람은 죽어서 난 자리가 많은데
    제비는 식구 늘려서 돌아온다
    사람 난 빈집은 용케 알아보고
    제비도 둥지를 짓지 않고
    죽을 날 받아 놓은 집엔 명매기만 날아든다
    길이 새로 나면서
    다 나가고 무녀리들만 남은 곳
    외팔이네 처마엔 서너 개나 둥지를 틀고
    영신당 처마에도 둥지가 빼곡하다
    읍사무소며 우체국 소방서에도 제비는 오지만
    둥지를 틀지 않고 짓다 만 빌라에도 깃들지 않는다
    침과 지푸라기와 진흙을 이겨 발랐어도
    제비집은 단단해서 새끼들을 키우지만
    사람 난 빈집은 콘크리트로 지었어도 쉽게 허물어져
    솥단지가 바닥에 구르고 마당에 풀이 산이다
    죽은 사람은 귀신이 되고
    산 사람도 귀신이 다 되었으니
    귀신들만 웅크린 지프내
    명매기가 처마에 자꾸 봉분을 세우고
    사잣밥이나 지어라 한다
    검은등뻐꾸기 우는 밤엔
    동대 물소리도 울부짖는 지프내
    두 배째 알을 품은 제비도 잠든 밤
    이제 귀신들만 웅크린 지프내의 밤이 깊다

 

 

 

 

 

 

 

 

 

 

소가 나를 볼 때

 

 

 

 

    지그시 눈감은 소가 되새김질하다 말고 나를 볼 때
    너풀거리는 비닐을 헤집으며 달이 축사를 비집고 들여다보는 때
    소 둥근 입을 비집고 게침도 버글버글 나오는 때
    왕겨 같은 꺼끌꺼끌한 별들이 쏟아져 구유에 빠질 때에
    백열등에 뭔가 날아와 탁탁 날개 부딪치는 소리 들리는 때
    하루살이 등에 쌀매미 보리매미 각다귀 무슨 무슨 나방들 다 모여드는 때
    내 눈과 소의 그 크낙한 눈에 박꽃이 배길 때
    칡넝쿨이거나 호박넝쿨 같은 것이 마구 엉겨 붙으며 휘감고는 나와 소를
    한데 엮어서 내 한숨과 소의 한숨이 여름 저녁을 덥히는 때
    내 눈동자에 배긴 소는 평안하고
    소 눈동자에 배긴 나는 모처럼 마음이 둥글어져서
    나는 박각시나방이 날아드는 박꽃을 오므리기도 하고
    어릴 적에 소와 같이 간 데를 하나하나 더듬어 보기도 하는 때에
    옴팡골 솔수펑 우무실 먹뱅이를 더듬어 보는 때에
    중천에 높이 뜬 달이
    그림자를 하나하나 둥글게 모으는 때
    소는 소로
    나는 나로 돌아와

 

 

 

 

 

 

 

 

 

 

송진권
작가소개 / 송진권

1970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동시집으로 『새그리는 방법』, 『어떤 것』이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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