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수집가 외 1편

[신작시]

 

 

장면 수집가

 

 

장미도

 

 

 

    극은 칠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는 시간 순서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흰색 가면을 쓰고
    계단을 한 칸 오른다
    두 칸 내려간다
    한 발자국 뒤에 배치되었던 장면이 앞으로 밀려난다

 

    이미 죽은 네가 벌써 태어난 너의 뒤를 좇는 것처럼

 

    너는 인물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장면을 수집한다

 

    지하 이층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의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식탁 위에 책을 쌓듯 너는 한 권의 무게로서 계단을 오른다
    단면으로 서 있는

 

    복도는 깊은 어둠으로 종결
    같은 가면을 쓴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모르는 척, 벽이 되면서

 

    삼층의 남자는 천천히 독약을 삼키다가 어설프게 웃고
    곰팡이 슨 벽장에 갇힌 사층의 여자
    물이 가득한 욕조 속으로 뒷모습으로 쓰러지고

 

    망설임 없이 짙푸른 물이 흘러넘친다

 

    지하 일층
    정적

 

    너는 금발의 뒤를 쫓다가 텅 빈 찻잔에 다다르고
    가슴에 총을 맞은 유모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바닥과 계단으로 건물은 완성되는 한편
    네가 수집한 장면은

 

    가로로 긴 식탁에 앉아 포도주를 마신다

 

    등장인물은 너를 소외시킨다

 

    무언가 만들어졌고 또 어떤 것들은 사라졌는데
    만져지는 것은

 

    부유하는 먼지
    서로 다른 흰 얼굴

 

    돌아가려면 어떤 어깨를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실족

 

 

 

 

    누군가 발을 헛디뎌 얼굴을 잃어버렸다는 바위를 생각해.

 

    파도는 오랫동안 해변에 도착했고 때마다 조금씩 밀려났을.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있기에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쓰러진 그가 더듬었을 바위에 이끼가 말라붙어 있다. 그의 피를 먹고 자란 따개비. 따개비 비슷한 것들. 따개비가 아닌 나머지들.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핏물을 기억하는 파도 소리 위에 햇빛이 버겁게 내려앉고.

 

    두 어깨에 햇빛의 총량을 얹으면 내가 더 무거워질 수 있을 것처럼.

 

    짙은 색의 쇠로 만들어진 봉돌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무게로 가라앉는. 여기보다 더 깊은 바닥으로. 파도 무늬가 새겨진 바닥. 바닥에 닿은 봉돌은 얇은 낚싯줄에 충돌음을 실려 보내고.

 

    부딪치는 소리.

 

    가라앉으면서 차오르는 것.

 

    이상한 침묵에 휩싸여 낚싯줄을 건져 올리면 봉돌은 사라져 있다. 나는 그것도 몰랐는데
    내가 모른다는 사실은 봉돌이 사라진 후에 발생하고. 여전히 매달려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의 무게로

 

    적막은 의심스러워.

 

    사람을 찾는 헬리콥터. 허공을 갈아버릴 것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바다는 눈치 채지 못하게 봉돌을 훔쳐가고 나는 프로펠러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누군가 던진 봉돌처럼 바위에 앉아
    수평선에는 꽃이 피지 않아서 봄이 와도 괜찮을 거라고.

 

    구멍 난 손끝을 바다에 담그며.

 

 

 

 

 

 

 

 

 

 

장미도
작가소개 / 장미도

2020년 《문학과사회》 등단

 

   《문장웹진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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