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외 1편

[신작시]

 

 

봄밤

 

 

조혜은

 

 

 

    봄은 집행관이었다
    이곳에 고양이 먹이를 주지 마시오
    이곳을 두고 고양이들은 모두 목숨을 끊었다

 

    추방을 거듭해 이뤄진 안락의 매듭
    고통 없이, 별일 없이 지나온 소름 끼치는 삶
    배관을 뜯는 고양이도 없고
    그 어떤 사고도 없는 삶
    그 어떤 손해도 기록되지 않는 삶의 기행

 

    너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네가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라고!
    당신은 당신이 지불한 아파트의 현관에는 없는 인간성으로 말했고
    나는 발가벗겨진 채로, 눈앞에서 거꾸로 매달린 아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엄마처럼
    무력한 분노로 피부가 붉어졌지만
    변함없는 비밀은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빌린 집에서 우리의 아이에게 내 몫의 젖을 물렸고
    그 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축축하고 측은한 마음
    누군가 지옥을 걷고 있을 때
    나는 더한 지옥을 걷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차라리 우리를 사람이게 했다

 

    봄을 앞두고 고양이들은 모두 목숨을 끊었다

 

 

 

 

 

 

 

 

 

 

눈 내리는 체육관

— 우산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마음을
    애태워 혼자 쓰고 있던 날

 

    꿈속에서 나는 여러 번 문을 잠갔다

 

    꿈인 줄 알면서도
    우산을 놓고 나와
    다시 들어갔고

 

    불투명한 모든 정면에서 나를 발견했다

 

    저녁을 통과했다
    머리가 깨진 줄도 모르고
    미끄럼틀에 물을 잔뜩 뿌려 나선형을 그리고 내려오는 아이들 곁에서
    위태로운 모든 측면에서

 

    마스크를 쓰고 숨통을 틀어막은 나와 나

 

    나는 내가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견디지 못했다
    망가진 내가 있는 아이들
    서로의 머리칼에 밴 비슷한 저녁의 냄새를 맡으며

 

    손등을 펴면 진실이 보이고 손바닥을 펴면 진짜가 보이지

 

    내가 아직도 당신을 좋아하는 게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더하고 더해도 사랑은 불안한 것이었다

 

    나는 깨어진 날들을 망설였다

 

    터널을 지나는 내가 있고
    아이들을 두고 사라지는 나의 세계
    그런 나의 아이들을 시청하며

 

    이다지도 온건한 나의 삶을
    손톱으로 쥐어뜯고 싶어져요

 

    그가 휙 돌며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초보입니다
    듣는 나보다 더 모욕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씩 감정을 눌러 가며

 

    나는 애써 나의 존재를 모르는 척 기억하려는 사람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과 남의 인생을 얼마나 수렁으로 몰아넣는지 나는 알고 있어요
    거절하지 못해 무책임해지죠

 

    망가진 사람과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 가운데에서
    더 잘못한 쪽은 누구일까요

 

    엄마는 왜 반쪽이야?

 

    반만 남은 커피의 모양으로 나의 세계가 출렁일 때,
    카페의 유리문 너머로는 서로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반성해도 돌이킬 수 없는 당신과 나

 

    빠르게 부서지는 비의 입술이 낱낱이
    우산의 흔적을 좇았다

 

 

 

 

 

 

 

 

 

 

조혜은
작가소개 / 조혜은

200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두코』, 『신부 수첩』이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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