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그리기 외 1편

[창작시]

 

 

유리 그리기

 

 

남지은

 

 

 

    긁힌 흔적
    코피 끈적거리기
    다음 지시까지 차려 차렷
    질문 금지
    말대꾸 금지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꼼짝 말기
    없는 엑스 되기
    겨우 뜬 눈이 허공에 붙들릴 때
    터진 주머니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귀신의 집

 

 

 

 

    어서 오렴
    어린 사람

 

    이 방이 처음인 사람
    하고 싶은 말이 태어난 사람
    아니라도 짭조름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

 

    여러분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나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웠으니까
    검고 미끌한 손끝을 갈고 또 갈았으니까

 

    무른 앞니를 살살 건드려 보렴
    우리들은 차례가 오면 넘어지고
    넘어뜨리면서 지내게 됐으니까

 

    도미노 패처럼
    한통속처럼

 

    울음에는 보호 요청, 항의, 분노 등의 의미가 포함된다

 

    일어난 일을 순서대로 말해 보렴
    순차를 알고 나면 비로소 일어설 수 있다고 하니까

 

    우느라고 못다 한 말이 남은 여러분
    이야기의 꽁무니를 한없이 뒤쫓는 여러분

 

    ; 초인종은 사절
    다음 회기에 시도해 볼 것

 

 

 

 

 

 

 

 

 

 

남지은
작가소개 / 남지은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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