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외 1편

[창작시]

 

 

화요일

 

 

장수양

 

 

 

    등에 들판을 문신했다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쉬다 갔다

 

    케이크처럼 얌전하게 침대에 엎드렸다 문신사가 내 위로 흰 파라솔을 드리웠다
    사람들은 그늘에서 남몰래 잠들고
    문신사는 고요한 목소리로 녹색 등을 읽어 주었다 어떤 이는 미소 지었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다 깨어났다
    문신사가 자리를 비우면 잠꼬대가 들려왔다 재미있어서 나는 대답도 했다
    어느 날엔가
    도저히 웃을 수 없는 말이 있었다

 

    “혼자 여기 온다
    그는 꿈에 나온다 하루는 살아 기쁘다고 울고 하루는 죽어 슬프다고 운다

 

    내일 이곳에 온다면 나는 불을 지르겠습니다

 

    용서하세요”

 

    그렇게 말한 사람은 깨어 있었다
    다시는 오지 않았다
    문신사는 파라솔 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언제든 불이 나면 비를 내릴 수 있었다

 

    *

 

    나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일을 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에도
    내 뒤에서 녹색 아닌 것이
    도사리고 있었다
    문신사의 불안과
    호스를 쥔 손의 떨림
    그것들이 모여 이룬 도안처럼

 

    화요일
    등이 불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의 들판에 찾아왔다 비명을 지르며 달리고 달렸다 납작한 베개를 응시하며, 그것을 꽉 움켜쥐며 나는 물었다 점점 더 많이 문신사의 손은 떨렸고
    눈감을 수 없는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말해”

 

    “사람들이 불의 날개를 흔들고 있어”

 

    “그 사람도 있니?”
    “없어”

 

    “도저히”
    “저들한테 비를 뿌릴 수가 없어”

 

    “용서해 줘”

 

    문신사는 양손으로 내 등을 덮었다 손바닥이 검게 물들어 가는 동안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몇 차례 나는 마른세수를 했다
    침대는 수명이 긴 연기로 덮였다

 

    그는 재가 되어 흩어져 갔다 멈추지 않고 창밖으로 빠져나갔다 하늘 바깥은 들판, 나, 그 바깥은 문신사

 

    “너는 아무도 잃어버리지 마라”
    우리는 한 번도 마주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침묵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등의 빛깔을 알 수 없었다

 

 

 

 

 

 

 

 

 

 

연강

 

 

 

 

2021. 1

 

    너 사랑해
    (나가)

 

    너 사랑해
    – 질문
    (나가)

 

    한 번 잡아 줘. 야경이 볶음밥 같다 생각 안 해? 멍하니 서 있지 마. 왜 차가워?

 

    너 얼굴이 무서워. 누구 하나 없앨 것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예를 들면 너 같은

 

 

    이 터널엔 아무도 없다. 출구로 야경이 보인다. 내 것은 아니지. 혼자다.

 

    낮에 여기서 강의가 있다. 내용은 무섭다. 겁 없는 사람들이 가득 차서 듣는다.

 

    발밑에 웅덩이가 괸다. 녹말이 서린 수면 위로 하얀 머리가 올라온다. 몸체까지 이쪽으로 길게 내밀어 오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그가 날 무서워하지 않을까.

 

    난 화장한다. 두 번. 한 번. 됐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세 번. 또 화장한다. 맞은편 얼굴로 난 날 이해하는 표정 짓는다. 멋진 일이 두 번. 한 번. 일어났다. 이제 없다.

 

    여기 온 것 맞아
    (진짜 맞아)

 

    여기 온 것 맞아
    – 질문
    (비 내린 날의 물방울 수만큼 네가 맞으리라 생각해)

 

    넌 천재야 또 얼굴도 죽여줘

 

 

    사람으로 만든 뱀이 터널을 지난다 다들 터널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몸속의 피가 가늘듯 이것도 누굴 살게 할 테야 믿어 가득 차면 불 꺼지고 불 꺼지면 뭘 만진다 목소릴 만져 여기 있으라 해 매일 있기 위해 조깅로를 달리는 너를 너라도 알아줘 매일 이 터널을 지날 테니

 

    사람 한 번의 불빛 살결 녹을 만큼 밝다 오랜 못 잊는다 외로움을 아는 선생님의 얼굴은 학생들을 연민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교단 위에 손을 얹으시네 그 위를 덮고 덮는 내 시 프린트 지하에 사는 이들은 몸을 적셔야 밖으로 나오는데 수건도 선풍기도 없이 그들을 맞아야 하나 겨울 한 번의 낙엽 조각 수만큼 나는 잘못한다 그들 얼굴에 목소리에

 

    떨어뜨린다 터널은 길고 무섭다 한 번 잡아 줘 야경이 눈빛 같다 생각 안 해? 날씨가 서랍 같다 생각 안 해? 왜 차가워? 우리 다 안이야 입김에 성에 끼면 이제 손으로 써요 하트 그리죠 마음이 연약한 사람처럼 사랑 얘길 자주 할게요 이 시는 높임말로 끝나요 이제 내려가 기다리려고요 네가 쓸쓸히 터널 지날 때…… 오늘 지금 한 번 두 번 다시 없으니, 무서워 마세요.

 

 

 

 

 

 

 

 

 

 

장수양
작가소개 / 장수양

201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문장웹진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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