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외 1편

[창작시]

 

 

동쪽

 

 

송찬호

 

 

 

    우산이 날아간 곳
    최초의 점모시나비협동조합 설립 흔적이 남아 있는 곳
    하얗게 피부병을 앓는 자작나무들이 치유를 위해 군락을 이뤄 사는 곳
    길가에 슴슴한 보리빵집이 있고 그 너머
    종달새 고공 활강장이 있는 곳
    옛날에서 더 먼 옛날로 가는 기차역이 있는 곳
    의자의 발톱을 깎아 죄다 모아 버리는 곳
    아코디언 주자가 안경을 잃어버린 곳
    무지개가 연애하다 자러 가는 곳
    노을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던 곳

 

 

 

 

 

 

 

 

 

 

산을 옮기다

 

 

 

 

    봄날 산을 옮겼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산을 옮겼다
    산의 애인인
    산그늘도
    함께 옮겼다
    산을 번쩍 들어
    옮긴 게 아니라
    연두에서
    초록으로!
    살짝 옮겼는데도
    산은 벌써
    여름인 줄 알고
    울퉁불퉁거렸다

 

 

 

 

 

 

 

 

 

 

송찬호
작가소개 / 송찬호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분홍 나막신』, 『10년 동안의 빈 의자』 등이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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