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뽈스까. 거꾸로 하면 외 1편

[창작시]

 

 

폴란드는 뽈스까, 거꾸로 하면

 

 

권창섭

 

 

 

    까스뽈, 가스불, 아무래도 가스불을 끄지 않고 나온 것 같아, 가스불, 그런 것만 같아, 뽈쓰까, 우째야쓰까,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계속 불붙어 있을 것만 같아, 가스불, 크루프니크가 졸아붙고 있을 것만 같아, 크라이시스, 냄비가 달아오르고 있을 것만 같아,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회기로, 회기를 회귀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달려가야만 하는데, 설마 끄고 나온 것이면 어떡하지, 가스불, 억울할 것만 같은데, 울컥할 텐데, 후회할 텐데, 끝도 없이 뒤바뀌는 생각, 한결도 같이 달라붙어 있는 두 발, 앞뒤를 자꾸 거스르는 시간, 돌아갈 수도,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는 거리, 이렇게 멍하니 서 있다 보면, 바르샤바가 불에 타기 시작할걸, 걷잡을 수 없을걸, 바르게 살 수 없을걸, 거꾸로 살 수밖에 없을걸, 그렇지만 여기는 회기역, 아무리 1호선을 타고 달려도, 바르샤바에 다다를 순 없을걸, 회기가 기회가 된다면,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을걸, 졸아붙는 크루프니크를 해결할 수 있을걸, 불타는 바르샤바를 구할 수 있다, 육룡이 나르샤, 봐, 폴란드로 날아가잖아, 포기하지 마라, 불 끌 때까진 불 끈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애초에 그런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면, 그런 일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면, 바르게 살 수 있었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까,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었을까, 없었을까, 어땠을까, 폴란드는 뽈스까, 뽈스까를 거꾸로 읽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보리를 죽처럼 끓인 폴란드의 전통 요리

 

 

 

 

 

 

 

 

 

 

매생이 전복중

 

 

 

 

    섭아, 섭아, 죽이라도 한술 좀 뜨거라, 엄마나 뜨세요, 엄마, 근데 이건 죽이 아니라 죽음인걸요, 섭아, 아들아, 주저하지 마라, 망설이지 마라, 우린 어차피 다 죽으려고 먹는단다, 먹으면서 죽는단다, 그런 게 다 복이란다, 하지만 엄마, 이건 복이 아닌걸요, 죽이 아닌걸요, 복죽이 아니라 폭죽인걸요, 자꾸만 씹히는 이게 다 뭐죠, 씹히자마자 터져버리는 이게 다 뭐죠, 겁내지 마라, 뱉지 마라, 건더기들은, 어차피 다 죽은 거란다, 우린 다 죽은 걸 먹으면서 죽어간단다, 그게 터진다고 네가 터지진 않는단다, 혹여나 터진대도, 뭘 또 어쩌겠니, 그게 다 네 복이란다, 죽기밖에 더 하겠니, 귀한 전복이란다, 완도산이란다, 꼭꼭 씹어 먹거라, 그렇지만 엄마, 이건 전복죽이 아닌걸요, 전복만 든 게 아닌걸요, 뭉친 머리카락처럼 몰려드는 이것은, 숨 막힐 뿐입니다, 엉키고 있을 뿐입니다, 전복중일 뿐입니다, 자 꾸만뒤엉 키고자 꾸만숨막 히는 이 것들은모 두, 아들아, 말은 똑바로 하거라, 목 메이지 말거라, 목을 매지 말거라, 너에게 못 멕일 걸 멕이겠니, 해코지를 하겠니, 나는 그저 너에게, 나는 그저 맛있는 걸, 나는 그저 우리가, 연을 맺은 나는, 그저 이번 생을 죽이라도, 언제 죽더라도 한술, 맛있게 하고자 하여, 그리고 죽으면, 혹시 모를 다음 생을, 그리고 또 다음 생을, 이어질 다음 생을, 우리의 생, 생이, 매생이,

 

    전복죽입니다, It is abalone rice porridge, 따스한 마음과 마음이 뭉쳐,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게 하는, 이 전복죽입니다, This is abalone rice porridge,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다른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여야만 해, 나여야만 해, 그래야만, 생이 전복죽입니다, Life is abalone rice porridge, 목을 매고 떠난 사람과, 목이 메여 남은 사람이, 뒤엉켜서 울고 있는, 먼저 떠난 사람과, 따라 못 떠나는 사람이, 따로 놓여 웃고 있는, 매생이 전복죽입니다, It is seaweed fulvescens abalone rice porridge, 이전 생에도,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혹은 그, 그다음 생에도 너는 죽는다, 나는 죽는다, 껍데기가 하나뿐이라, 출구는 없어도 입구는 있는, 입구가 없으면 출구가 있는, 매생이 전복죽입니다, Every life is abalone rice porridge, 밥상 위에 놓인 죽이 이젠, 제사상 위에 놓인 죽이 되고, 제사상을 차리던 사람이, 다시 생일상을 받으리, 아무리 그래도 생일을 맞은 사람이, 죽을 먹는 게 어딨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을,,, Every life is ruined rice porridge, 죽은 사람이 어떻게 나이를 먹니, 그렇다고 남은 사람이, 나이를 먹니, 넘어가긴 하니, 먹긴 뭘 먹니, 딸은 이미 죽었고, 저기에선 엄마가 죽어가고, 먼저 죽어 먼저 다시 태어난 딸이, 나중 죽어 나중 다시 태어난 엄마보다 언니가 되면, 망했습니다, 이번 생에 엉킨 것이, 다음 생에도 엉킬 거예요,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Every life has been ruined, Every life was ruined, Every life is ruined, Every life will be ruined, 이건 그저, 그저, 생이, 매생이, 언젠가 바로잡히지 않을,

 

 

 

 

 

 

 

 

 

 

권창섭
작가소개 / 권창섭

2015년부터, 가끔 읽고, 더 가끔 쓰는 편.

 

   《문장웹진 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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