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지어지지 않는 집 2 외 1편

[신작시]

 

 

너는 나의 지어지지 않는 집 2

 

 

임경섭

 

 

 

    은영은 늙은 반려견을 가슴에 안고
    정비가 되지 않아 온통 진흙밭으로 변해버린
    인도 위를 걷고 있다

 

    은영은 노견을 품에 안고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3호선 원흥역
    2번 출구 방향으로 걷고 있다

 

    은영은 눈이 탁해진 자신의 개를 끌어안고
    원흥역 2번 출구 쪽으로 놓인
    횡단보도 위를 걷고 있다

 

    은영은 다리에 힘이 풀린 열다섯 흰둥이를 부둥켜안고
    창릉 더하이브 모델하우스 앞
    보도블록 위를 걷고 있다

 

    걷던 은영이 모델하우스 입구 쪽으로 몸을 틀어
    안을 들여다보자 목에 표찰을 멘 중개사 아주머니가
    나긋한 목소리로 은영을 제지한다

 

    강아지와는 함께 들어갈 수 없다
    은영은 개를 그러안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빌딩 그림자에 가려졌던 햇살이
    개의 흐린 눈동자를 비추자
    개는 은영의 품안으로 제 얼굴을 조금 더 파묻는다

 

    은영은 저 집을 둘러볼 생각이 없다
    은영은 프리미엄 레벨이 다른 투자의 완성작에
    투자할 자금을 생각해 본 적 없다

 

    은영은 개를 그러안은 채 가던 길을 계속 가고
    버스에서 내린 사람 여럿이 은영보다 앞서
    원흥역 2번 출구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페달이 돌아간다 2

 

 

 

 

    단지 옆 수변 공원으론 새 한 마리 울고 있지 않은
    어둑한 겨울이었습니다

 

    공원을 따라 반듯하게 포장된 자전거도로 옆으로
    아파트 단지의 창들은 빠짐없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장갑도 끼지 않은 형은 움켜쥔 주먹들을
    연신 퍼런 입술로 번갈아가며 불어대면서도
    페달 밟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새로 산 기념으로 머리를 새로 한 형은
    미용실에서 나와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있었습니다

 

    형이 힘주어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배경은 빠르게 형을 지나쳐 갔습니다

 

    가도 가도 형과 형의 자전거를 둘러싼 배경은
    반듯한 아파트 불빛이었습니다

 

    반복되는 배경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자신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건 아닐까
    형은 생각하며 페달질을 잠시 멈추어 보았지만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형은 멈추었지만
    배경은 형과 형의 새로 산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형이 동네에서 배달 노동을 하겠다며
    자전거를 사온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임경섭
작가소개 / 임경섭

2008년 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죄책감』,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가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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