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에 대해 말해야 할 것과 문학상이 말해주는 것

[특별기획_문학상 리뷰]

특별기획 〈문학상 리뷰〉는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많은 문학상 중 주요 문학상의 최근 10년간(2011-2020)의 공개된 자료(수상작, 심사위원 등)를 취합 정리하였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4명의 평론가가 각각 시와 소설을 다루는 주요 문학상들의 경향에 대한 리뷰를 2021년 2월호와 3월호에 순차적으로 발표합니다.
 
홍성희, 「이름과 이름과 이름 들」
– 김요섭, 「문학상에 대해 말해야 할 것과 문학상이 말해주는 것」
노태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김정빈, 「문학상 – 비평 기구」

 

 

 

 

문학상에 대해 말해야 할 것과 문학상이 말해 주는 것

 

 

김요섭

 

 

 

1. 질문해온 것과 질문하지 않은 것

 

    비평사의 관점에서 2020년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제도 비평의 해로 기억될지 모를 것이라는 인아영의 말1)처럼, 지난 한 해는 한국 문학의 제도에 대한 비평적 논의들이 뜨거웠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에 대한 불공정 계약 문제나 수상 작품집의 상업화,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로 이어진 김봉곤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인용 사태 등 문학상이 제도 비평의 중심적인 대상이 되었다. 기존의 제도 비평이 문예지와 등단제도, 출판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할 때 이상문학상과 젊은작가상처럼 등단제도 이외의 문학상까지 확대된 논의는 문학의 제도에 대한 이해가 점차 섬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같은 시기 글쓰기-노동에 대한 장은정의 문제제기나 여기서 파생된 계약서, 공공기관 문학지원 등 문학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로 확대하려는 시도들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문학상 문제로 촉발된 제도 비평의 흐름이 향하는 방향이 예상치 못한 쪽으로 선회하는 양상도 함께 포착된다. 구조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익숙한 세대 담론의 형태로 회수되는 것이다.
    김봉곤 사태 직후 강동호가 발표한 「비평의 시간 – 김봉곤 ‘사건’ 이후의 비평」으로 촉발된 논쟁은 그가 젊은 세대 비평가의 대표 격으로 설정한 인아영, 김건형을 향한 세대 비판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동호는 이들 젊은 세대 비평가들의 작업이 “스타 시스템의 속도주의”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위계적 관계”와 같이 기성 문학장의 재생산 경제 시스템에 내재한 구조적 불평등을 반복하고 있음을 비판2)한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 비평의 구조를 비판적 논의의 전면에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대론의 부각은 역설적으로 문학의 제도와 구조에 대한 논의를 비평가라는 주체성의 구성 문제로 환원한다. 한영인은 문학 제도에 대한 논의가 매번 불충분하게 이루어진 상황에서 비평가의 역할을 과잉해석 하는 일이 반복되었음을 지적한다. 비평가 개인의 자의식을 강조하는 태도의 기저에는 비평가라는 주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현실의 죄를(비록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의 책임으로 떠안”으려는 일종의 과잉윤리가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3) “한국 문학과 비평을 위기로 진단하는 과정에서 문학의 물적 토대나 존재 기반을 ‘담론’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려는 시도”가 반복되었다는 인아영의 지적4)은 제도를 둘러싸고 촉발된 비평적 논의가 역설적으로 제도를 비가시화 하는 현재의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문학상 문제에서 촉발된 한국 문학의 제도에 대한 논의는 제도의 여러 양상들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누적되기도 전에 세대론으로 방향을 틀면서 반복되는 질문들로 회귀하고 있다.
    한국 문단 문학의 제도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등단·대학·출판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국의 문단 문학은 그 고유한 재생산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등단제도를 통해서 배출된 작가와 비평가는 주요 문예지를 발간하는 출판사들을 통해서 출판 시장에 안착한다. 그리고 문예지 등 출판 시장에서 획득한 상징 자본은 다시 대학에서 안정된 사회·경제적 지위로 전환(혹은 교환)된다. 이러한 순환의 구조는 한국 문단 문학의 주체들을 재생산하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구축하지만 동시에 이 체계 바깥의 이들을 배제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비평 활동을 통해 문학 자본을 이중으로 축적”하지 못하는 “학계에 종사하지 않거나 학계로부터 이탈한 이들”은 비평장이 수용할 수 없다는 이은지의 지적5)은 이 순환 구조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문단 문학의 제도에 대한 비평이 이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은 바로 이 자족적인 순환 구조가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세 개의 축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틈이 문단 문학의 제도에는 존재한다. 등단제도 이외의 문학상과 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이후 문학상은 등단제도 안에서 가장 우세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80년까지 신춘문예를 제외하고 가장 일반적인 등단 방식이던 신인추천제는 90년대 초부터 점차 신인문학상으로 대체되었다. 신인추천제는 《현대문학》에서 그 명칭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인문학상이라고 해도 장편소설상은 그 성격이 이질적이다. 장편소설상은 신인의 등용문이기도 하지만 문예지 발표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단 문학장의 구조 속에서 등단의 창구보다는 장편소설 원고 확보의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큰 금액의 상금을 내걸었던 장편소설상은 출판 시장 안에서 장편소설 장르의 상업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급증했으나 이제는 상당히 위축되었다.6) 그런데 장편소설에 대한 문학 시장의 기대가 꺾여 가던 2010년대에 큰 규모의 장편소설상들이 연이어 신설되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제주 4·3평화문학상이나 혼불문학상, 수림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 등 5,000만에서 7,000만 원까지 문학상 중 최고 금액의 상금을 수여하는 이 문학상들은 출판사가 주도하지 않는다. 기업인이 창립한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수림문학상을 제외하면 모두 제주도, 논산시 등 지자체 등이 주도하고 있다. 출판 자본의 빈자리를 공적 재원이 대신하는 것이다. 제주4·3평화재단이 4·3의 상처를 문학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 중인 4·3평화문학상처럼 공적 재원에 의해 운영되는 문학상은 출판 시장과는 다른 목적을 가진다. 장편문학상이라는 동일한 제도라고 해도 운영 주체와 그 목적에 따라서 문학장의 경제적 배분이 작동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 비평에서 이러한 문학의 재분배 구조가 가진 다층성이 충분히 설명된 것은 아니다. 단편소설과 그 발표 지면인 문예지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문단 문학장의 구조에서 장편문학상 등은 주변적인 제도에 불과한 만큼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다.7) 이런 주변적인 제도들은 등단, 출판, 대학처럼 문학 재생산의 핵심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어렴풋하게 문단 내 성원들이 경험을 통해서 인식할 뿐인 문학의 경제적 순환 구조에 대한 구체적 형태를 파악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만해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이미 출판된 단행본을 대상으로 하는 상을 중심으로 (장편소설)문학상의 10년간의 경향을 정리했다. 처음 문장 웹진의 문학상 특집을 청탁받았을 때, 드문 일이지만 원고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필자들과 편집위원이 회의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문학상 심사에 참여할수록 문학성에 대한 기준을 합의하기 어렵다는 사실만을 체감했다는 서영인의 말8)처럼 문학상의 심사 과정이나 수상의 합당함을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외부에서 심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될뿐더러, 수상작에 대한 판단에는 문학성에 대한 상이한 이해들이 교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학성’을 그 구체적인 대상으로 삼게 된다면 문학의 제도에 대한 논의를 담론 논쟁이 대체할 뿐이다. 기획회의를 통해 문학상의 심사위원이나 후보작, 후보작들의 발표 지면이나 출판사 정보 등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이를 특집과 함께 공유하기로 한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이었다. 제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토론을 위해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경숙 표절사태 이후 비평에 대한 담론들이 2000년대의 문학 권련 논쟁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9)을 떠올려 본다면, 망각되지 않을 수 있는 공통의 판단 근거를 누적해야만 무의미한 공회전을 피할 수 있다.
    제도로서 문학상을 향해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문학상이 한국 문단 문학장의 재생산 경제 시스템의 일부라면, 이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문학의 상징 자본을 분배하고 있는가? 범박하게 정리한다면 문학상의 재분배 효과는 출판 시장으로부터 일정한 자율성을 갖추고 작동한다. 그리고 이 시장 외부의 분배 장치는 문학 제도의 다른 영역들과 맞물리면서 문학성에 대한 다른 입장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문학 자본을 분배한다. 시장에 대해 문학 제도가 가질 수 있는 자율성은 문학상과 같은 상징 자본의 다른 분배 장치들에 의해 지탱될 것이다. 그리고 이 문학상이라는 제도의 운영이 비평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문학상에 대한 논의는 글쓰기라는 노동, 즉 문학 시장에서 노동자로 참여하는 비평가를 상정해 왔다. 그러나 문학상이라는 시장 외부의 분배 시스템에서 비평가가 관여하는 방식은 오히려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 가깝다. 한국 문학장은 어떤 기능은 비평가의 노동을 통해서 작동하지만, 노동과 고용계약 관계만으로 해명되지 않는 다양한 역할들이 있다. 그리고 이 역할을 맡은 문학장의 참여들을 열악한 조건 속에서 착취당하는 자로 단순화했을 때, 구조의 폭력성을 드러내기보다 무기력한 주체로 남기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제도 비판은 정치적이어야 한다.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그리고 그 분배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가장 고전적 의미의 정치 말이다.

   1)  인아영, 〈다가오는 것들〉, 《문학동네》 겨울호, 문학동네, 2020, 203쪽.
   2)  강동호, 〈비평의 시간 – 김봉곤 사건 ‘이후’의 비평〉, 《문학과사회》 가을호, 문학과지성사, 2020, 419쪽.
   3)  한영인, 〈‘바깥의 비평’을 넘어서〉, 《자음과모음》 겨울호, 자음과모음, 2020, 323쪽.
   4)  인아영, 위의 책, 207쪽.
   5)  이은지, 〈신인비평상의 구조적 욕망과 환상〉, 《문학과사회-하이픈》 여름호, 문학과지성사, 2020, 57쪽.
   6)  이광호, 〈문학 장치의 경계에서〉, 《문학과사회》 겨울호, 문학과지성사, 2015, 414쪽.
   7)  장편 및 단행본을 대상으로 한 소설문학상에 대한 비평적 논의는 동인문학상을 둘러싼 친일문학 논쟁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동인문학상은 한국작가회의를 중심으로 친일문학상 철폐 운동의 핵심 대상으로 이야기되고 있으며, 채만식문학상도 같은 논란으로 인해 몇 년째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8)  서영인, 〈문학상 비평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학과사회-하이픈》여름호, 66쪽.
   9)  김대성, 〈한국문학의 ‘주니어 시스템’을 넘어〉, 《창작과비평》 가을호, 창비, 2015, 339쪽.

 

2. 출판 시장 외부의 공적 보조와 독자라는 근거

 

    지난해 문학상을 둘러싼 비평적 논의가 촉발된 계기는 이상문학상 사태였다. 이상문학상 사태 당시 출판사 문학사상사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계약을 요구했고, 문학상의 수상을 거부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비평가들의 작업을 노동의 문제로 설명하려고 했던 글쓰기로 설명하고자 했던 장은정의 지나간 미래〉가 주목받았다. 장은정의 글은 비평가가 문단 내에서 글쓰기 작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의 성격으로 파악했다.10) 십 년간 자신의 비평 활동을 통해서 얻은 수입을 상세하게 정리한 그의 작업은 이상문학상 사태와 함께 출판 시장 내의 불공정한 처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하였다. 이 두 맥락에 의해서 문학상에 비평적 인식의 틀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문학상 사태에 대한 비판들이 “‘작가’를 ‘노동자’로, ‘문학 제도’를 ‘노동환경’의 문제로 재정의 하는 비평적 해석 및 개입”11)으로 규정하는 《문학과사회 하이픈》의 권두언이 대표적이다. 이런 인식은 이상문학상이라는 사건의 출발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학상의 성격을 단순화한 것이기도 하다. 문단의 경제적 분배 시스템으로서 문학상의 성격에 대한 이런 설명들은 시장경제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12)
    문학상이라는 재생산의 장치는 출판 시장과 함께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출판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기도 한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문학사상사라는 출판사가 문학상에 의해 파생되는 매출에 높은 의존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매년 상당한 판매량을 보장해 온 이상문학상 출판 작품집은 문학 출판 시장에서 그 위상이 위축되어 온 문학사상사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산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대부분 문예지 문학사상에 수록된 작품들이라는 사실도 논란이 되었는데, 이는 문예지의 운영과 파급력을 확보하는 데 문학상이 핵심적인 수단이었음을 보여준다. 비단 이상문학상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문학상이 출판 시장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90년대 출판 시장의 확대에 맞춰서 원고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던 장편문학상뿐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소설 분야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문학상인 젊은작가상은 수상 작가들이 출판 시장에 안착하는 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왔다. 문학상 수상이 곧 “어느 정도의 ‘판매 사이즈’를 보장하는 외적 의미”13)를 가지는 것이 한국 출판 시장의 현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학 출판 시장에서 비주류인 작품이나 작가들에게 문학상이 수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출간된 단행본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모 문학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비공모 문학상에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된 작품이 수상하는 경우 이를 출판 시장에서 회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특정한 문학 에콜과 문예지의 대표 작가라는 위치가 흐릿해진 90년대 이후의 출판 시장에서 이렇게 문학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쉽게 회수되지 않는다.14) 문학상의 상금은 실제 출판 시장에서 작가가 기대할 수 있는 인세 수입을 넘어서기도 하고, 그에 미치지 않더라도 부수입을 제공함으로써 출판 시장의 자원 분배를 일부 보완하거나 이를 대체하기도 한다. 일종의 작가에 대한 재정 지원인 셈이다. 문학실험실이 운영하는 김현문학패는 수상자에게 상금을 창작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데, 이는 출판 시장의 자원 분배를 보완·대체하는 비공모 문학상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명칭이다.
    문학상의 상금은 일종의 공적 지원이나 산업보조금의 성격을 가진다. 출판 시장에서 독자들에게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작가라 하더라도 문학상의 제도적 도움을 받아서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고 그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화산업의 특징을 생각할 때 상금은 다양한 작품이 창작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데 기여한다. 공적 지원이라는 문학상의 성격은 출판사가 운영하는 경우보다 출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지자체나 언론사, 민간 문화재단 등이 운영하는 문학상의 경우에서 더 두드러진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소설 대상 비공모 문학상은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작가상이 대표적이다. 언론이나 지자체, 민간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학상은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등이 있다.
    특징적인 것은 출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들이 더 큰 규모의 비공모 문학상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매해 4개 분야에 걸쳐 각 5천만 원씩, 2억 원의 상금을 내건 대산문학상이 대표적이다. 대산문학상만큼 지원 분야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동인·동리·한국일보문학상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상금을 내걸고 있다.15) 언론사와 민간기업, 공기업, 지자체 등이 자금을 지원하거나 주관하는 이런 유형의 문학상들은 특정 작가를 추모하는 기념사업이거나 한국 문학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문학적 성취에 대해 지원한다는 문학상의 취지는 출판 시장의 경향, 때로는 현장 비평의 경향과도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문학상 수상을 통해서 출판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인세 이상을 얻기도 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상징 자본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이나 문화재단, 지자체, 언론 등을 통해서 작가는 문학상을 통해 획득한 상징 자본을 출판 시장 외부의 경제적 수익으로 전환한다. 문학상의 경제가 출판 시장으로부터 가진 일정한 자율성은 바로 상금뿐 아니라 상징 자본이 시장 외부에서 수익으로 원활하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상은 출판 시장과는 별도의 목표와 경로로 작가에게 자원을 분배한다. 특히 비공모 문학상의 경우에 이런 성격이 훨씬 두드러진다. 이런 시장 외부의 분배를 공정 거래와 같은 시장경제의 틀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400개가 넘는 한국의 문학상 중에서 수상 작품집 등으로 출판 시장에서의 판매를 기대하는 상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의 문학상은 ‘문학성’에 대한 공적 지원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문학상은 넓게 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각 지역 문화재단 등 공적 기관이 수행하는 문화지원 정책과 유사한 성격인 셈이다. 물론 문학상의 재원은 출판사부터 언론, 민간재단, 지자체 등 다양하고 상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목표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특정한 문학적 가치나 작가, 작품을 시장논리를 따르지 않고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출판 시장에 대한 문학상의 상대적 자율성과 공적 목표와 수단은 곧 책을 구입하는 독자와 문학상의 선택이 엇갈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학상을 통해 얻는 상금이나 상징 자본이 출판 시장에서 기대되는 인세를 넘어서는 사례는 책의 소비를 통한 독자의 선택이 문학 제도를 통해서 상쇄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문학상 제도는 독자로부터 문학을 괴리시키는 제도인가? 만약 우리가 독자를 출판 시장의 소비자로 한정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경숙 표절사태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독자는 한국 문학장을 갱신할 수 있고, 이를 요구하는 핵심적인 주체로 인식되었다. 소영현은 제도 속 비평가들의 역할이 소수적인 취향의 영역으로 협소화된 상황에서 독자이자 시민이 새로운 비평적 주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다.16) 한국 문학장을 통렬하게 비판했던 오혜진의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은 독자를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 문단 문학이 “가부장적 패권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개저씨’들의 K문학/비평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하며 “한국 문학의 주요 독자층은 언제나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은 바로 그 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강력한 이유이자, 그 방향”17)이라 주장했다. 독자를 전면에 내세운 갱신의 요구는 당시 여성혐오와 성폭력조차 문학의 권위로 정당화해 온 이들을 방치한 한국 문학장의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특히 출판 시장의 핵심 소비자이면서도 문학 담론에서 외면 받았던 여성 독자들이 한국 문학장의 핵심적인 주체임을 확인함으로써 이후 한국 문학장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출판 시장 외부에 자리한 독자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로서의 독자상을 점차 강화하여 온 것도 사실이다.
    선우은실은 문학상의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출판사와 같은 문학상 운영 주체들에게 독자가 윤리적 책임성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그는 독자를 “문학상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것을 하나의 상품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보고 구매력을 행사할지 판단하는 참여 주체”18)로 정의한다. 출판 시장에서 구매력을 행사하는 ‘소비자/참여자-독자’와 문학상은 선우은실의 표현을 빌리면 일종의 공정 거래를 체결해야 하는 관계이며, 현재 문학상에 관한 문제들은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던 비공모 문학상은 어떠한가? 문학상을 통한 자원의 배분은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지 않으며, 적지 않은 문학상은 출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주체가 운영한다. 그리고 비공모 문학상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는 공적인 문화지원 정책들에도 이 소비자로서의 독자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제도들이 독자를 상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출판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조차 독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들은 출판 시장 외부의 독자를 통해서 정당화된다. 사회적 독자로서 시민은 문학에 대한 공적 지출의 근거이자 이를 통해서 보호하고 가꾸고자 하는 대상이다. 공적 지원은 다양한 문학을 지원하고 더 쉽게 이를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는 사회에 대한 공헌을 위해 문학상을 운영하는 민간 기관들 역시 마찬가지다. 문학상에 의한 공적 지원은 시민-독자들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며, 동시에 그들의 시민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가치를 문학성을 통해 형성·확산하려고 한다. 근대문학이 국민과 민족을 형성하기 위한 국민국가의 정치적 수단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 문학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은 시민-독자의 필요뿐 아니라 사회적 행위자들이 시민성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문학상이라는 제도는 문학적 계보를 형성하고 독서의 경로를 설정함으로써 장르적 규범과 독자를 구성하는 수단이다.19) 문학의 상징 자본이 주로 대학과 같은 교육 분야에서 교환된다는 사실은 출판 시장 외부에서 작동하는 문학의 경제는 바로 이 시민-독자의 형성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상이라는 문학 경제의 재분배 시스템은 문학성을 시민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수단으로 인정받을 때, 재생산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문학상은 문학의 공공성을 증명해야만 하며, 시장은 공공성을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10 )  그러나 글쓰기를 노동으로, 비평가를 노동자라는 틀에서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요즘비평포럼의 ‘리와인드 요즘이비평’ 행사의 패널로 참가했던 이지은은 이전에 발표했던 「‘글쓰기-노동’이라는 문제 설정, 그 이상의 논의를 바라며」의 논의를 보충하면서 ‘글쓰기-노동’이라는 문제 설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출판 시장에서 비평가의 위치에 대해 더 상세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쓰기의 경제적 보상을 노동의 결과로 볼 것인지, 저작권의 사용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논의가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판업계 노동자들과 비평가의 관계가 현재의 구조 속에서 정말 동일한 조건에서 연대할 수 있고, 하고 있는가를 질문했다.
   11 )  소영현, 장은정, 조연정, 〈들어가며〉, 《문학과사회 하이픈》 여름호, 6쪽.
   12 )  문학상 문제를 ‘공정 거래’의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선우은실의 논의(선우은실, 〈공정 거래로 사유하는 문학상과 문학상의 구성 요소 – 문학의 윤리와 비평 행위를 아우르며〉, 《기획회의》 519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20)가 이러한 경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비공모 문학상의 사례를 중심으로 본다면 문학상의 분배는 정치적 행위 혹은 문화정책의 성격에 더 가깝다.
   13 )  김효선, 〈문학상 수상작을 ‘파는’ 마음〉, 《기획회의》 519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20, 41쪽.
   14 )  원고 확보를 목표로 하는 공모 방식 문학상들도 대부분 문학상 운영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 김수영문학상 수상 작품집이 선인세 성격의 상금 이상으로 인세가 발생하는 거의 없다는 서효인의 말(정홍수 외, 〈2020년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문장웹진 공동기획 연속좌담 : Ⅲ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문장웹진》, 2020)은 대다수의 공모 방식 문학상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물론 문학상의 운영이 출판사의 입지를 견고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작가와 독자를 확보하게 돕는 등의 간접적 방식으로 회수한다. 그러나 김준성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동리·목월문학상 등 출판사가 운영하지 않는 문학상들은 문학을 경유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불된 비용의 대가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와 구분된다.
   15 )  비공모 문학상 중 가장 상금의 규모가 큰 동리·목월문학상은 소설과 시 각 분야에 6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이 상의 운영 경비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지원하고 《동아일보》와 경주시, 경상북도 등이 운영에 관여한다.
   16 )  소영현, 〈민주화 시대의 비평(2)〉, 《문학3》 문학웹, 2017.2.8.
   17 )  오혜진,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 《문화과학》 봄호, 문화과학사, 2016, 104쪽.
   18 )  선우은실, 〈공정 거래로 사유하는 문학상과 문학상의 구성 요소 – 문학의 윤리와 비평 행위를 아우르며〉, 《기획회의》 519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20, 32쪽.
   19 )  이문영은 SF장르에서 비공모 문학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는 문학상 제정의 필요성을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면서 장르를 선택하는 규범과 그 역사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는 장르 규범을 공유하는 독자를 구성하는 수단으로서 문학상을 주목한 것이다.

 

3. 문학상의 공공성과 문학성의 정치

 

    문학상, 특히 비공모 문학상은 출판 시장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다. 이는 문학상이라는 분배의 시스템이 문학의 공공성을 근거로 시장 외부의 자원을 지원받고 이를 재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외부의 사회적 자원과 연결될 수 있을 때, 문학상은 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한 부분에 속한다. 그 운영 방식을 본다면 대다수의 공적 지원은 실제 문학상의 운영 방식과 유사할 뿐 아니라, 핵심적인 운영 인력의 성격도 문학상의 심사위원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문학상과 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은 그 운영 주체가 다를지라도, 제도의 성격이나 운영 방식 등에서 유사성이 크다. 문학상 중 공모 형식의 장편문학상이나 단편문학상이 출판 시장의 분배 장치와 결합되어 있다면, 비공모 문학상들은 문화정책 등의 공적 지원과 연결되어 있다. 문학상이라는 제도는 출판 시장과 공적 지원이라는 두 개의 분배 시스템이 중첩되는 장소인 셈이다. 문학상의 경제는 문학이 출판 시장에 완전히 종속되지도, 그렇다고 대중과 분리되어 정책적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문학이 다양한 사회적 자원과 연결됨으로써 그 자율성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인 셈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도 경색된 운영으로는 긍정적 역할을 지속할 수 없다. 적지 않은 문학상은 동시대의 문학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보다는 오래된 관성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소통의 기능 부전 상태는 한국 문학장의 갱신을 뒷받침할 수 없을뿐더러, 시장 외부에서 제도로 공급되는 사회적 자원을 확보할 정당성을 점차 잃어 갈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을 문학장의 경제에 공급하는 문학상이라는 분배의 제도는 시민적 가치의 창출, 즉 문학의 공공성을 통해서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문학의 공공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단일하지 않다. 신경숙 사태 직후 문단 문학장의 위기는 대중 독자와의 소통을 상실한 상태에서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제도가 겪는 한계20)로 인식되기도 했다. 신인의 발굴부터 작품의 발표, 책의 유통, 담론 생산, 문학적 권위의 인정이라는 전 과정이 문학장의 제도 안에서 자족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대중 독자와 괴리된 내부의 논리에 침윤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앞서 보았듯 ‘독자’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논의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독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공공성은 사회적 시민성의 가치를 형성하는 작업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때로 어떤 공공적 가치는 당대 시민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가꾸어야 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문학장이 놓였던 상황은 문학의 공공성을 독자와의 소통으로 이해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문단 문학장의 권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독자와의 소통을 회복해야 했을 뿐 아니라,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민성의 가치들을 담론적으로 이끌었던 이들 역시 독자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당시 문학장에서 시도되었던 혁신 시도들은 독자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었다. 「중계」라는 형식으로 작품에 대한 독자와의 대화를 문예지에 수록하고, 정기적으로 독자 편집회의를 진행했던 《문학3》이나 독자와의 친연성을 강하게 내세웠던 《릿터》 등이 이 시기 혁신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대중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 참여로 제도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이후 진행되었던 일련의 혁신 시도들은 문학 제도의 오랜 관성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다면 아마 출판계가 학습한 소비자 중심주의일 것이다. 문단 내 성폭행 사태를 기점으로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출판 시장에서의 신속한 상품 철수로 대응하는 관행이 형성되었다. 초기 이러한 대응은 다양한 문학적 논의와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졌지만, 유지되는 제도의 관성과 공론장의 경색 속에서 출판기업이 논란을 회피하는 확립된 전략이 되었다. 지난해 논란 속에서 수상 작품집을 출간하지 않았던 이상문학상이 한 해 만에 수상 작가를 발표하고 작품집을 출간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논란의 책임성은 문학의 공공성을 어떻게 재고할 것인가보다는 출판 시장에서의 대응으로 협소해졌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독자를 담론적 주체로 호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독자의 위상을 소비자의 자리로 위축시킨 셈이다. 전문화된 제도 대부분이 그러하듯, 직업적 참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역할을 제도화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제도화의 시도들은 시민의 참여를 일종의 민원 처리처럼 수동적이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위축시키기도 한다. 독자를 전면에 내세워 문학의 공공성을 갱신하려는 시도들은 안타깝게도, 시민을 시장의 소비자로 한정하여 문학성이란 무엇인가를 향해야 했던 물음들을 소비자의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
    문학 제도가 독자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안착하려고 했던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문학상의 사례로 보면 민음사가 운영하는 ‘오늘의작가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편소설공모전이었던 오늘의작가상은 2015년부터 소설 단행본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모 문학상으로 변경되었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본심 후보작의 선정을 독자 투표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문학상의 변경 첫해에 50명의 추천위원을 통해 22편의 예심작을 선정한 뒤에 온라인서점의 독자 투표를 통해서 본심 진출작을 결정한다. 최종 수상작은 심사위원들에 의해 선정되었다. 독자 투표 방식은 2018년까지 유지되었지만, 작가의 첫 소설집과 장편에게 주는 상으로 개편되면서 독자 투표는 중단되었다. 독자 투표는 인지도 높은 작가에게 유리했고, 심사 결과가 투표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드물지만 최종 투표 방식을 초청된 독자 투표로 선정하는 심훈문학상 같은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에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투표 참여 방식은 소비자-독자 모델과 차별화될 수 있는가?
    문학상이라는 분배의 장치는 소비자와 다른 독자의 상을 상정한다. 예를 들어 《부산일보》가 운영하는 요산김정한문학상은 상의 선정 과정에 출판 시장의 독자가 참여하지 않는다. 부산은행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 상은 부산의 대표적 소설가 김정한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수상작 선정에는 김정한의 문학과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산문학상이 상정하고 있는 문학성과 공공성의 방향은 소비자-독자의 참여로 닿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른 문학상에 비해 지역 기반이 강한 작가나 선배 세대 작가들의 비중이 높은 문학상의 성격은 일반 독자의 참여로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특정 작가를 기리는 다른 문학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소비자-독자 모델의 반영은 문학상의 전제가 되었던 시장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독자로부터의 독립성이 문학상 운영의 전제가 될 것인가? 이 또한 아니다. 문학상이 지원받는 공적 지원은 문학성이 사회적 시민성의 가치를 뒷받침해 줄 때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상은 소비자-독자만이 아니라 시민-독자, 그 시민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가치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문학상의 문학성을 시민적 가치로 등재함으로써 독자에 기여하는, 문학의 공공성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독자가 직접 수상작을 선택한다는 방식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다시 오늘의작가상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작가상의 개편 과정에서 독자의 직접 투표보다 눈에 띄지 않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다. 작가와 평론가 중심인 심사위원 구성을 상당히 차별화했다. 작가와 평론가 이외의 다른 출판 시장 구성원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학 독자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한 독자 심사위원이다. 3회 동안 한시적이었지만 독자 심사위원 제도는 독자가 소비자적 선택을 넘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그리고 15년에 개편 이후 19년까지 편집자, 기자, 서점 대표 등 출판 시장의 다른 구성원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 문단 문학장이 평론가와 작가 중심으로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출판 시장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년간 심사에 참여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을 수 있었다.
    문학상 심사위원 구성의 경직성은 제도 비평에서 계속 지적해 온 문제였다. 문학장의 구성원 중 일부에게만 선택과 발언의 권한이 주어졌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문학상이 예심과 본심을 분리함으로써 예심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본심에서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문학장 안에서 문학성에 대한 상이한 주장들 사이의 격론이 이루어져도, 문학성을 통한 분배 장치인 문학상은 이 논의를 수용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심과 본심의 분할, 심사위원 구성의 경직성과 배타성 등 제도의 운영 과정이 문학성 간의 경합 관계를 일종의 승인 절차로 환원하기 때문이다. 때로 당대 문학장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심사에 반영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제한 속에서는 새로운 문학성의 준거로 인정된 것이 아니라 승인되어야 할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문학장의 위기에 대한 논란 속에서 선택했던 혁신의 시도가 여론의 관심이 잠잠해지면 다시 과거로 돌아오곤 하던 관성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재생산되었다. 그리고 이는 문학상 비판의 논의가 가진 한계이기도 했다. 동인문학상으로 대표되는 친일 작가 문학상 제도에 대한 논쟁은 공공성의 차원에서 문학상을 접근하는 흔치 않은 사례다. 하지만 이 논쟁이 친일이란 비판의 논리를 넘어서 현재 문학장에서 논의되어 왔던 가치들을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서영인의 비판21)처럼 문학상은 문학성이 경합하는 논쟁적인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학상이 문학성에 대한 경합의 장이 되지 못할 때, 문학을 통한 시민적 가치를 재고하는 문학의 공공성은 달성될 수 없다. 그리고 문학의 공공성을 잃었을 때, 문학의 자율성을 지탱해 주던 문학상과 같은 시장 외 분배의 시스템은 정당성을 잃고 사라질 것이다. 폐쇄적인 문학 제도의 자율성이 오히려 그 자율성의 물적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문학상을 문학성이 경합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문학을 실천하려는 다양한 주체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학성의 경합은 문학장을 통해 시민적 가치를 갱신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학장 안의 자율적 분배 시스템들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장을 갱신하기 위해 독자를 주목했던 이유는, 그들에게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문학성이 시민적 가치를 두고 경합하는 정치일 때만 문학장의 자원을 배분하는 정치도 기능할 수 있다. 오래전 문학의 정치가 남겨 준 자율적 제도 위에 안주할 수 없고, 안주해서도 안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0 )  서영인, 〈한국문학의 독점 구조와 대중적 소통 감각의 상실〉, 《실천문학》 가을호, 실천문학사, 2015, 154쪽.
   21 )  서영인, 위의 책, 68~69쪽.

 

4. 문학(상)의 자율성이 문학성의 새로움이 될 수 있도록

 

    한국 문학의 위기는 자주 출판 시장 내에서의 위축으로 진단된다. 출판 시장의 독자를 잃어 가는 일은 분명 중요한 경고신호다. 그러나 한국 문단 문학은 출판 시장이라는 단일한 경제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보았던 수백 개에 달하는 문학상을 비롯해 각종 지원제도와 상징 자본의 교환 구조가 촘촘히 얽혀 있다. 문학을 향해 사회적 자본을 분배하는 이 복수의 시스템들을 통해서 문학장은 일정한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때로 시장에 대한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던 사회적 자원들이 오히려 그 지원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문학에서 문학의 자율성이라는 논제”가 여전히 페미니즘 문학 등 새로운 문학적 공공성의 “반대편 자리에서 여전히 하나의 지평으로 기능”22)해 왔다는 황정아의 지적은 오늘날 문학의 자율성이 보이는 기이한 모순을 설명해 준다.
    담론적 차원에서 사회에 대해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논의는 크게 위축되었다. 그러나 그 문학의 자율성을 담보해 왔던 제도들 안에서는 어떠했나? 독자의 재인식을 통해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문학성에 대한 주장과 그 과정에 동참했던 담론 주체의 급진성을 향해 제도는 오히려 완충제로 작용했다. 문학성을 향한 경합의 장을 열어 주는 대신에 참조와 승인으로 대신하는 구조를 구성해 왔다. 이 오래된 관성은 제도를 문학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장으로 만드는 대신 문학성을 경직시켜 왔다. 문학의 자율성을 보장해 온 제도들은 역설적으로 문학성을 갱신하려는 목소리들에 대한 내성을 갖추게 했던 것이 아닌가 되묻게 된다.
    문학의 담론 속에서 비가시화 되었던 문학의 제도들을 더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제도야말로 문학장을 갱신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문학성이 경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주장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들이 연결되어야 한다. 시장의 배분은 문학성이라는 논리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문학성, 그리고 문학성을 통해 갱신해야 할 시민적 가치는 시장 안에서 때로 부차적 목표조차 되지 못한다. 문학성을 사회적 자원과 분리해서 신비화하는 이도 있겠으나, 문학성은 그저 자명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통해 힘겹게 지탱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문학성을 만들어 갈 경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낡고 더는 기능하지 않는 것들을 녹여서라도 새로움을 유입할 관을 만들어야 한다. 점차 줄어드는 물줄기 앞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을 수는 없다.

   22 )  황정아, 〈문학성과 커먼즈〉, 《창작과비평》 여름호, 창비, 2018, 25쪽.

 

 

 

 

 

 

 

 

 

 

김요섭
작가소개 / 김요섭

문학평론가. 22회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등단. 요즘비평포럼에서 활동 중.

 

   《문장웹진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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