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편(2) – 던전, 쪽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2021년 2월(웹진 편 2)

 

 

조시현, 조온윤

 

 

 

 

 

    안녕하세요, 느리미와 기리니입니다! 여러분들은 올해를 어떤 책과 함께 시작하셨나요? 혹은 어떤 책을 읽으며 보내실 건가요? 새해를 맞아 여러분의 한 해를 빛내 줄 독서리스트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2021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에 접어들었네요. 유독 추운 날이 많은 1월이었는데요,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도 있었죠. 오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눈사람과 눈오리 사진들을 보며 잠깐 웃어 보기도 했던 거 같아요. 이런 날씨에도 이어지는 우리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 잊지 마세요! 좋은 책들과 함께 마음이 풍성해지는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느리미와 기리니가 출동하였답니다! 앞선 회차에 이어, 이번 회차에도 웹진들을 살펴보려고 해요. 어떤 웹진들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바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우리 일상의 페이지에 건네는 입맞춤, 《쪽》

    먼저 소개해 드릴 웹진은 우리의 평범한 나날에, 삶의 페이지를 채우는 일상에 건네는 입맞춤이라는 뜻을 가진 《쪽》입니다. 자신의 바깥에 있는 텍스트와 만나는 순간과 그 순간 발생하는 파동도 일종의 입맞춤이 될 수 있겠죠! 《쪽》은 시와 소설을 주로 다루던 앞선 문예지들과는 달리 ‘일상비평’을 중점에 두고 운영되고 있는 웹진인데요, 우리가 보통 작품 바깥에 있다고 여기는 미시적인 일상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글쓰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쪽》에 게재되는 작품들은 이름 붙지 않은 텍스트들을 조명하고, 특정한 글들이 더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분위기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 쪽! 하는 입맞춤처럼 페이지를 열어 볼까요?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일상비평 웹진 《쪽》에 대해서 자유롭게 소개를 부탁드려요. 🙂

A. 안녕하세요, 일상비평 웹진 《쪽》을 운영하는 희음, 조이, 정수, 은수입니다.
 
희음 : 일상적이고 가벼운 느낌의 ‘쪽’이라는 제목처럼, 웹진 《쪽》은 우리의 모든 일상을 하찮은 것, 주변적인 것으로 만드는 흐름에 반대하면서, 그 일상을 비평적 소재로 삼아서 쓴 글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에요.
 
조이 : 여성적 글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환대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정수 : 평범함 속에 있는 특별한 이야기와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공간, 그리고 나의 이야기도 건넬 수 있는 공간!
 
은수 : 일상 속에서 비평적 시각을 갖고 살아간다는 건,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페미니즘의 구호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한 글쓰기가 가능한 곳이 웹진 《쪽》이라고 생각해요.

 

Q. 《쪽》이라는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책의 페이지를 뜻하는 ‘쪽’과 입 맞출 때 나는 소리의 ‘쪽’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웹진의 이름과 의미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예리하신데요? ‘쪽’은 페이지, 조각, 얼굴, 입맞춤, 방향이라는 뜻이 있어요. 그중 페이지라는 뜻을 먼저 살필 경우, 이 페이지들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되잖아요. 우리 삶의 순간들도 이와 비슷해요. 한 ‘쪽’에 해당하는 순간들이 모여 한 인생 전체를 이룬다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삶의 순간들이 웹진 《쪽》의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셈이죠. 이 기록들이 독자와 만나서 어떤 파동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입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쪽! (웃음)

 

웹진 《쪽》을 운영하는 네 명의 작가들. 각자의 특징이 첨가된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일러스트레이터 cellophanegirl

 

Q. 어떤 분들이 《쪽》을 운영하고 계시나요? 또, 어떻게 모이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웹진 《쪽》은 원래 시인 희음이 2018년 10월 10일에 혼자서 기획 및 운영을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약 2년 뒤, 농부 조이, 일러스트레이터 겸 북디자이너 정수, 작가 은수가 합류하게 되어 공동운영 체제로 바뀌었죠. 그게 2020년 10월경의 일인데, 은수의 자취방에서 놀다가 처음 모의가 시작됐어요. 저희는 모두 웹진 《쪽》에서 필진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기획을 나누는 데는 부담이 없었어요. 은수는 생업(?) 현장에서 소식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웹진 《쪽》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뉴스레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해 주었습니다. 조이는 원래부터 《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해 주었는데 이 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함께하게 됐죠. 동네 친구여서 놀러 와 있던 정수도 옆에서 케이크를 먹다가 얼떨결에 같이하게 됐습니다.

 

Q. 네 분 모두 《쪽》으로 함께하게 될 인연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쪽》을 일상비평 웹진이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비평은 잘 알지만 ‘일상비평’이란 말은 조금 낯설기도 해요. ‘일상비평’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또, 웹진의 주된 테마를 ‘일상비평’으로 잡은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웹진 《쪽》을 처음 구상할 때 소수자성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비평적이고 성찰적일 수 있는지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월간 〈알아여〉 1호에서 얘기하기도 했는데) 라벨링이 되지 않은 채 생산되는 일상적인 글쓰기나 소수자의 목소리가 그저 어디에나 있는 값싸고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는 흐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죠. 또, 예술이나 비평이 특정한 제도 내의 승인을 통과한 특별한 이들의 전유물이 되는 분위기에도 균열을 내고 싶었고요. 그래서 웹진 《쪽》에 ‘일상비평’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특히 페미니즘과 퀴어, 젠더, 장애 문제 등과 연관된 작업이야말로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얼마나 정치적일 수 있고 예술적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일상을 비평한다는 게 가볍지만은 않은 의미였군요. 최근에 다양한 문학 웹진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쪽》처럼 비평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웹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비평 웹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떤 이유로 웹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도 알고 싶어요. 또, 《쪽》에서 지향하는 웹진의 형태나 방향성이 있다면요?

A.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단순 비평 장르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일상비평’에 방점이 찍히는 게 중요한데요. 살림이라든지, 자기와 주변 돌봄, 취미 등 우리의 미시적인 일상이, 혹은 그것을 소재나 주제로 하는 글쓰기가 문학, 예술, 인문학 외부로 밀려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어요. 그것들이 이름을 얻는다면, 혹은 엄연한 지면 위에 오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흔히 잡글이라고 하면서 깎아내렸던 글을 다시 살피고, 글쓰기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작가와 비작가로 갈라 하찮은 것으로 치부했던 비작가의 글을 가시화시키는 것이 중요했어요. 여기서 가시화란 단순히 보이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 장착된 가시화 공간에 들게 하는 일이기도 해요. 또 이와 같은 글쓰기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회자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웹진이라는 시스템이 가장 유효하다 싶었어요. 저희와 같은 웹진 활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 작업들이 게시되고 노출된다면 기존 위계와 가치판단의 흐름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관점이 자연스레 생겨날 거라는 기대도 있고요.

 

최근에 연재를 마친 〈내가 사랑한 영화들〉 15회에 삽입된 일러스트.
ⓒ은수

 

Q. 읽을 수 있는 연재 게시판이 다양해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동화, 전시 리뷰, 생활기, 여행기 등등 문화 콘텐츠 전반을 넘어 삶에 대한 비평들까지 다루고 있더라고요. 〈그림책 처음 일기〉, 〈글다락〉, 시오랑 작가의 〈리싸이월드〉, 은수 작가의 〈내가 사랑한 영화들〉, 한소리 작가의 〈우리끼리도 잘 살아요〉 등등…… 그중에는 연재 작가가 정해져 있는 게시판도 있는데, 필진이나 주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요?

A. 웹진 《쪽》은 연재를 희망하는 여성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플랫폼인데요, 운영진이 필진을 임의로 구성하지는 않고 있어요. 웹진 《쪽》에 글을 게재하고자 하는 분들의 원고를 투고 받거나, 연재 제안을 받아 그분들을 필진으로 구성합니다. 필진분께서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내주시면, 운영진이 웹진 《쪽》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Q. 그렇군요! 개인적으로 연재 게시판 중에 ‘오네긴 시창작 그룹’도 눈에 띄었는데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모임인지 조금 더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오네긴 시창작 그룹’은 2018년 8월부터 오네긴 하우스에서 희음이 진행했던 페미니즘 시선(視線/詩選) 수업을 통해 꾸려진 그룹인데요, 그때 쓴 시들 중 일부가 이 카테고리에 올라가 있어요. 이때 1기 구성원이었던 7인 여성의 시를 모아 만들어진 게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라는 앤솔로지 시집이에요! 텀블벅 프로젝트로 진행해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시집이기도 해요. 지금도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서 절찬리 판매 중이랍니다.

 

Q. 말씀해 주신 앤솔로지 시집도 무척 궁금하네요. 《쪽》을 처음 알게 된 건 SNS를 통해서였는데요, 얼마 전에 SNS에서 메일링 서비스로 월간 〈알아여〉의 신청을 받는 걸 보았어요. 웹진 쪽의 소식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월간 〈알아여〉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월간 〈알아여〉는 ‘알고 싶고, 알아 가고 싶은 여성들의 글쓰기’를 의미해요. 〈알아여〉를 통해 기획 연재 ‘묵혀온 시간의 방’을 소개하고, 필진분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어요. 연재 글과는 다른 작가님들의 면모를 볼 수 있답니다. 또 웹진 《쪽》의 최신 글과 지난 이야기들도 소개하고 있어요. ‘책 속의 여자들’ 코너를 통해서는 책 속의 여성 캐릭터나 여성 작가의 책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많이 구독해 주세요. 그리고 피드백은 항상 환영합니다. 😀 구독 신청 링크를 첨부할게요! (링크: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9797)

 

월간 〈알아여〉에는 네 명의 운영진이 연재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짧은 인터뷰가 실린다.
ⓒ쪽

 

Q. 웹진을 운영하시면서 맞닥뜨린 어려움은 없었나요? 혹시 그런 난관을 극복하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그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A. 희음 : 이건 제가 먼저 이야기할게요. 2018년부터 제가 혼자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웹진 《쪽》을 꾸리다 보니 힘이 무척 달리더라고요. 새로운 필진을 구하는 일도 그렇고, 홍보 면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외로웠어요.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 더 쪼그라들기 전에 덜 초라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그때 딱 은수, 정수, 조이 님이 선물처럼 손을 내밀어 주신 거예요! 이건 저의 운이 아니라 웹진 《쪽》의 운이 타고난 거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다시 달려 볼 수 있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은수, 정수, 조이 님께 감사의 키스를 전하고 싶어요. 쪽! (웃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진 《쪽》은 현재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저희의 노동력과 회비로만 웹진 《쪽》을 운영하고 있어 여전히 힘들긴 해요. 현재로선 어떻게 하면 이 경험을 더 재밌게 해나갈 수 있을지를 궁리해 나가고 있지만요.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이국적인 섬나라 엠티도 상상하고 기획하고 그러면서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네 분의 팀워크가 정말 좋다는 게 느껴져요. 부디 안정적인 구조가 되어서 네 분의 활동이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작년 초에 예기치 않게,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된 이후로 온라인 매체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활자로 된 콘텐츠보다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이기도 한 지금, 비평이 어떤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지를 문득 생각해 보게 되네요.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매체와 비평의 역할은 무엇이 될지 《쪽》 운영진분들의 생각을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희음 : 영상 콘텐츠도 결국 언어로 콘티가 짜이고, 그에 기반해 최종 콘텐츠가 제작되는 거잖아요. 영상을 소비하고 영상 콘텐츠에 맞춤화된 몸이 된다 해도,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스스로 관찰하고 나누면서 성찰하는 일은 비평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한 플랫폼인 온라인 매체를 통할 때 비평 행위는 훨씬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고요.
 
조이 :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매체는 '숨통'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요? 타인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나마 타인을 만나 소통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비평의 역할은 천천히 길을 걷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촉박하기만 하던 일상이 코로나로 매우 느슨해졌는데, 이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라 되게 낯설고 힘들잖아요. 비평을 통해서 이 상황을 여러모로 관찰하고 천천히 고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일상을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수 :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매체는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기능이 더 첨예화될 때,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콘텐츠가 풍성해질 때 구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구독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창작자들도 소양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텐데, 거기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어떤 사안을 비평하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는 것이라고 봐요. 또 영상 콘텐츠 또한 결국 그 기반은 활자에 있으니 둘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거죠. 앞으로도 그 둘은 함께 맞물린 채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은수 :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매체의 중요성은 그것을 활용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슬아 작가를 시작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하는 작가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비평의 역할과 함께 이야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출판사에 의해 선별된 작가 중심으로 출판된 글들을 수동적으로 읽는 독자들이 많았다면, 현재는 자신의 글을 직접 발행하는 작가들과 독립 잡지 및 독립 문예 플랫폼들이 늘면서 더욱 능동적인 독자들이 많아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이제는 어떤 지위를 형성하지 않고, 누구나 쓰고자 하는 이는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평의 지형도 훨씬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 지식인들이 비평을 전유해 오면서 그들끼리의 리그를 만드는 문화, 즉 ‘주례사’적 흐름이 이제 축소되고, 독자가 곧 비평가이자 작가가 되는 수평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온라인 플랫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생적인 비평 지형의 확장을 위해 기존 출판계에 투입되어 온 국가 재원이, 자원이 부족한 작가 및 독립 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진 《쪽》의 경우에도 이렇다 할 재원이 없어 고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구조인데, 이미 지면과 재원을 충분히 확보한 기성 출판사가 계속해서 국가 지원을 받는다면, 이러한 플랫폼들은 계속해서 단발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되거든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소모된다는 점이고요.

 

웹진 《쪽》의 회의 현장.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모산pictures 임준

 

Q. 단발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구조가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을 소모한다는 말씀에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네 분 모두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네 분이 함께 웹진을 운영해 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최근에 한 기자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희음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얼떨결에 운영진으로 합류하게 되었기 때문에 각자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웹진 《쪽》이라는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기자분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혼자만의 글쓰기가 아닌 모두의 글쓰기, 일상에서의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플랫폼의 모토가 알게 모르게 각자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어요. 사이가 돈독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정수 : 특히 제 경우, 에피소드라기보다 인상 깊은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웹진 《쪽》에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된 2020년이 개인적으로 칭찬을 정말 많이 들은 한 해였어요. 저는 칭찬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못하는데, 웹진 《쪽》 운영진분들은 칭찬 천재들이에요. 물론 욕해야 할 땐 욕도 잘하세요. (웃음)

 

Q. Q. 《쪽》 운영진분들의 유쾌한 기운이 2020년에 이어서 올해도 쭉 이어졌으면 해요. 올해 발간 일정이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올해엔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계획 중입니다. 또한 필진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에요. 웹진 《쪽》은 글을 쓸 공간이 되어 드리는 것 외에 원고에 관한 사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운영진 모두가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월간 〈알아여〉에 원고 모집 내용을 알릴 때도 되도록 그 부분에 대해 예비 필진분이 인지하실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플랫폼이 유지되려면 새로운 필진이 드물게라도 계속 꾸려져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숙제였지만,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 기획서를 내주신 분이 두 분이나 계셨어요. (전원 환호했다는 후문) 에이젠더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불온한 구멍’의 지아 님과, 모녀 셋으로 이뤄진 가족이 개성 넘치는 일상을 꾸려 나가는 이야기를 펼치는 ‘우리끼리도 잘 살아(우잘살)’의 한소리 님 그 두 분이었어요. 그 후로도 2021년에 들어서자마자 선물처럼 연재 제안이 6건이나 들어왔고요. 그렇게 해서 새로 시작된 연재인 한소리 작가의 ‘우잘살’과, 프랑스 여성 시인의 시 번역을 연재하는 ‘흘러내리는 프랑스 시’는 첫 화부터 반응이 뜨거워요. 그리고 올해 10월로 웹진 《쪽》이 3주년이 되거든요. 〈느린 기린 큐레이션〉 인터뷰에서 처음 밝히는 건데…… (웃음) 3주년을 기념하는 출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후 자세한 소식은 뜨거운 한여름에 발행될 월간 〈알아여〉를 주목해 주시길! (찡긋)

 

Q. 네, 월간 〈알아여〉도 기대하면서 구독해 놓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해 주세요!

A. 이런 좋은 기획을 통해 웹진 쪽의 속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웹진 쪽의 페이지를 가득 채운 좋은 글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웹진 쪽을 통해 더 많은 작가분들, 구독자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요. 웹진 쪽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주저 말고 찾아와 주세요!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께도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느린 기린 큐레이션〉 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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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펜을 든 용사들이여 모여라?! 문학 플랫폼 《던전》

 

    어렸을 때 한창 게임에 빠져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포켓몬부터 삼국지, 대항해시대, 타이쿤 시리즈 등등 공부만 하기에는 지나치게 재밌는 게임들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건 소설책을 읽듯이 스토리를 따라가며 주인공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롤플레잉 장르의 게임들이었고요.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 예전만큼 게임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퀘스트를 깨기 위해 새벽까지 픽셀 잔디밭을 돌아다니던 날들은 여전히 애틋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년 2월에 오픈한 《던전》은 바로 이런 레트로풍 롤플레잉 게임의 콘셉트로 제작된 문학 플랫폼입니다. 저처럼 게임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던전》에 접속하는 순간,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친근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던전》에 들어서면 작가는 용사가 되고, 작가의 원고는 무기가 됩니다. 독자들은 정기구독료로 매일 밤 마감과 맞서 싸우는 용사들에게 포션을 지원해 줄 수도 있습니다!

 

 

Q. 던전지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 분씩 《던전》에 대해서 짧은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서호준(이하 호준) : (손가락 다섯 개를 펴며) 안녕하세요, 《던전》(이하 괄호 없이 던전)입니다!
 
박서련(이하 서련) : 반갑습니다! 문학 플랫폼 던전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문필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투고할 수 있는 웹 기반 유료 문예 플랫폼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투고 작품이 연재되고, 일요일에는 던전지기들의 기획 꼭지가 비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이유리(이하 유리) : 매월 투고작 검토 회의를 통해 새 연재 작가들을 충원하고 있고요, 현재 서호준, 박다래, 박서련, 이유리 4인이 운영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다래(이하 다래) : 안녕하세요? 던전은 ‘매일 만나는 동시대 한국 문학’을 모토로 하는 문학 플랫폼입니다. 지난 2020년 2월에 오픈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웹상에서라도 충분한 지면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던전에 접속하면 정말로 게임 속 지하 던전 맵에 들어온 것 같아요. 까만 바탕에 흰 글씨, 메인 화면의 이미지 같은 게임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진 건지, 웹진 이름을 왜 ‘던전’으로 지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서련 : ‘던전’이라는 타이틀은 웹 기반 플랫폼을 구상함과 동시에 떠올린 것인데, 사실 적절한 설명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럴싸한 말을 하려 하면 할수록 이건 (이미 던전이라는 타이틀을 떠올린) 사후적으로 덧붙이는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일단은 지면은 한정되어 있는데 문필가(용사) 수는 많고 작품은 더더욱 많다는 점이 던전의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았나 합니다. 필드에 나오는 몬스터 수가 너무 적으면 던전으로 갈 수밖에 없잖아요. 이름이 던전이 되니 이미지 콘셉트도 자연스럽게 레트로 게임을 패러디하는 형식이 된 것 같고요. ‘순문학’의 이미지와 일대일 매칭되지 않아서 의아하게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 개성이 뚜렷해서 좋지 않나요. 하하하.
 
호준 : 서련 님이 말씀하셨듯, 던전은 구상과 동시에 떠오른 이름이어서 뭔가 그럴싸한 이유를 말한다면 거짓말이 되겠는데요. 던전에서 모험가는 어둡고 앞이 잘 안 보여 랜턴 하나 들고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문학 창작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무의식중에) 여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라 눈이 아프긴 하지만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곧 흰색, 검은색이 색반전된 야간 모드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다래 : 던전이라는 이름에 맞추어 생각한 콘셉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까만 바탕에 흰 로고는 트위터와 디스코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던전지기 회의를 주로 디스코드에서 하는 터라 그것과 유사한 디자인을 선택한 것 같아요.

 

《던전》의 홍보 이미지. 《던전》은 RPG 게임 속 던전 맵과 레트로풍의 콘셉트로 제작되어 있다.
ⓒ던전

 

Q. 던전지기분들의 소개가 늦었어요. 어떤 분들이 던전을 운영하고 계시나요? 한 분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서련 : 각자 자기소개하면 되려나? 저는 소설 쓰는 사람이고, 지금까지 세 권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던전 오픈 전에 한 권, 던전 준비 기간에 한 권, 던전 오픈 후 한 권. 2015년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2017년 계간지 겨울호 시즌까지 ‘0탁’(청탁이 없는 상태를 저는 임의로 0탁이라고 부릅니다)이었어요. 0탁이던 동안에 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감사하게도 첫 책으로 장편소설을 내게 되면서 0탁 상태가 해제되었지만 저 말고도 많은 분들께 여전히 이런 공간이 필요하리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서호준 시인처럼 미발표 원고가 많은 사람.
 
유리 : 저는 2020년 신춘문예를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어요. 10년간의 투고 생활 끝에 등단했고요. 등단이라는 목표는 어찌어찌 이뤘지만, 그전의 10년 동안 정말 이게 맞나, 정말 이런 방법밖에 없나…… 하는 문제를 꾸준히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와중 맨 처음으로 서호준 시인과 친해져 (그러고 보니 호준과의 첫 만남 역시 《문장 웹진》에서 마련한 신진 작가들의 좌담회 자리에서였군요!) 게임 친구가 되었고,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던전지기 박다래와도 학우가 되었죠. 그런 연유로 어느 날, 셋이 피자를 먹고 있는데 다래가 갑자기 ‘언니 던전 할래?’ 묻기에 그래! 하며 그날부터 던전지기가 됐습니다.
 
호준 : 저는 시와 소설을 쓰고 거의 집에서만 활동하며 침대에서 리젠됩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그랬습니다. 작년에 첫 시집을 냈던 것 같습니다.
 
다래 : 저는 소설과 시를 쓰고 있고요,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입니다. 2018년과 2019년 웹진 비유에 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단순한 이유에서 던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글을 썼는데, 그 글을 발표할 공간이 없어서였죠. 그리고 그것은 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결과, 정말로 많은 작품들이 발표할 지면 없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저는 그런 작품들이 독자들을 직접 만나기를 바랐어요. 물론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제가 걱정한 부분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내놓을까?’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이렇게 운영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몇 해 전부터 OTT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구독 경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던전도 최초 가입 후 무료 구독 기간이 지나면 정기구독권을 결제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그렇게 해서 얻는 수익으로 웹사이트를 유지하는 한편 연재 중인 작가들에게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을 통한 문학 콘텐츠 서비스에 있어 작가와 매체 운영자, 독자 모두가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정기구독 시스템을 채택하셨는지,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서련 : 유료화 모델로 대표적인 것은 작품별 구매 시스템이 있겠는데, 그것보다는 연재 중인 모든 작가가 다 같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해서 정기구독 위주의 모델을 채택했어요. 시스템 자체는 말이 되게 설계했다고 자평하지만 (저 혼자……) 역시 구독자가 적으면 연재 작가에게 합당한 고료를 지급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중대한 문제입니다.
 
유리 : 맞아요, 아무래도 그 부분은 정기구독 시스템의 장점이자 단점인 듯해요. 같은 원고인데 누구는 더 받고 누구는 덜 받는 불공평한 구조가 아닌 대신, 안 그래도 적은 파이를 여럿이 똑같이 나눠 갖자니 각자에게 돌아가는 고료가 너무 적죠…… 게다가 다음 달 구독료 총합을 예상할 수도 없으니, 투고작을 선정해서 연재 제의를 드릴 때 미리 고료를 알려드리기가 곤란하다는 점 역시 큰 단점입니다.
 
호준 : 던전은 고정 고료를 지급하지 않고 그 달에 던전이 올린 매출에서 세금과 서버 유지비를 제하고 전부 작가들에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매출이 적은 달도 있고 많은 달도 있는데, 작년에는 첫 세 달을 제외하고는 송금을 하면서도 너무 면목이 없었어요. 다행히 2021년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고료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정기구독 시스템보다 더 나은 수익 모델이 있다면 따르고 싶어요. 함께 머리를 싸맸지만 이보다 나은 걸 못 찾았거든요. 많은 플랫폼들처럼 사이드 광고를 달아 볼까 싶기도 했지만, 광고 퀄리티 조절에 제한이 있어 시도하기가 곤란했어요.
 
다래 : 매달 고료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배너 광고 등이 없는 것보단 깔끔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독자로서는 월 구독료 7천 원이 조금 많은 돈처럼 느껴지는 것이 문제인 것 같긴 해요. 그렇다고 1회 연재작별로 따로 구매하는 것은 고료 분배가 원활할 수 없기에 현재의 방식이 최선인 것 같긴 합니다. 올해부터 지원사업으로 고료 사정이 나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던전 입장권을 판매하는 고블린 상인. 처음 일주일은 무료로, 이후에는 한 달에 7천 원으로 《던전》의 모든 작품을 구독할 수 있다.
ⓒ던전

 

Q. 한 달 7천 원에 다양한 작가의 연재작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비싼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던전을 문학 전문 웹진이 아닌 문학 ‘플랫폼’으로 명명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서련 : 웹진이라면 웹 기반 ‘매거진’이니까 기획자들이 꼽은, 기획자들이 보여주고 싶은 기획이나 작가를 선별해서 보여주는 게 되지 않나 해요.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저희가 하는 작업이 픽 앤 쇼(Pick&Show)가 아니라 유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재를 원하는 작가님들은 저희에게 작품을 보내주시고 저희는 그걸 검토한 다음 게시할 뿐이니까요.
 
호준 : 그래서 저희는 연재 작품에 대해 저작권이 아닌 전송권만을 임대하고 있어요. 연재 종료 후 작가가 원한다면 언제든 작품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작품을 내리면 매출 정산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식입니다.)
 
다래 : 사실 서련 님이 말했듯이 던전에는 ‘기획’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연재하고 싶은 분들의 작품을 보시고 내보낼 뿐이니까요. 기획자 위주의 웹진이 아닌, 작가 위주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그렇군요. 던전에 대해 더 살펴보자면, 상단 메뉴에 던전의 연재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리뷰 게시판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작품에 감상평을 댓글로 달 수도 있고요. 그리고 출석 체크와 리뷰 작성을 통해서 물약을 획득하고, 그 물약을 애호하는 작가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런 시스템의 도입은 ‘플랫폼’이라 이름 붙여진 맥락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돼요. 물약의 쓰임새가 궁금했는데, 롤플레잉 게임에서 포션을 마시고 체력을 회복하는 것처럼, 던전의 작가들도 지원받은 물약 개수로 연재를 지속하는 힘을 얻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아무튼 플랫폼을 기획한 아이디어가 대단한 것 같아요.

A. 서련 : 사실은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하하하. 앞서 말씀드렸듯 ‘던전’이라는 타이틀과 그 단어로 인한 연상작용들을 자연스럽게 엮으면서 구독자들에게 레벨 업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 아이디어가 꽤 있었는데 사이트 제작비용 예산 문제로 꼭 있어야 하는 것들만 남긴 게 지금의 결과입니다.
 
유리 : 아무래도 던전지기들 모두가 각자 게임에 인생의 일부를 떼어다 바친 사람들이라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머리가 굴러가지 않나 합니다…….
 
호준 : 제가 웹사이트 기획을 맡았는데, 작품을 읽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게임하는 느낌이 나도록 설계하고 싶었어요. 전면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리뷰를 쓰거나 댓글을 달면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이 오르거든요.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아이콘을 장착할 수 있다거나, 물약을 지급하여 여러 웹사이트 내 편의 기능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는데 개발비 부족으로 반쪽만 넣게 되어 아쉬워요. 수익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레벨과 물약 기능 자체는 들어가 있긴 합니다. 회원 정보에 잘 보시면 레벨이 있어요…….) 레벨·보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구축하는 게 다음 과업입니다만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개발자가 팀 내에 없다 보니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래 : 물약과 레벨 시스템이 현재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또 더 ‘게임’처럼 느껴지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들은 내년쯤? (합의된 사항 아닙니다) 하하.

 

Q. 사이트 내에서 투고 안내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한데요, 최근에 투고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분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던전의 용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궁금합니다.

A. 서련 : ‘용사’라고 불리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분들도 계시고 자랑스러워하는 분들도 (소수지만)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연재를 시작하신 작가님들 중 제가 눈여겨보고 있는 분은 (아, 이렇게 쓰면 편애라고 생각하실까 봐 조금 걱정도 되지만……) 수요일 연재작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의 소설가 김준성 님과 토요일 연재작 《직사광선을 피하시고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십시오》의 시인 서제만 님입니다. 김준성 소설가는 현대인다운 통찰력은 있지만 말마따나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인물들의 크고 작은 충돌이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요, 서제만 시인은 시적 대상의 (때로 허구적이기도 한) 물성을 극한으로 짜내는(?) 작업을 하는 듯해요. 던전의 용사가 되는 데는 원고 말고는 요구되는 것이 없고요, 던전지기들은 개성 있는 원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곧 새해 첫 용사들도 출전하실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유리 : 기본적으로 던전에 올라오는 모든 작품들에 애정이 있지만(직접 뽑았으니까요), 굳이 최근 연재 중인 시, 소설에서 각각 하나씩 꼽자면 저는 월요일에 연재하는 최은우 시인의 시와 목요일에 연재 중인 김현현 소설가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최은우 님의 시집 《P의 일기장》은 덤덤하고 차분하게 정렬된 일상을 감상하는 재미와 동시에, 시 너머의 숨겨진 배경 서사가 있음을 짐작케 하는 시들입니다. 투고작 회의 때 제가 강력한 찬성표를 던졌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김현현 님의 소설 《선명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빛에 대해》는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서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요. 최근 완결된 「stupid Seoul wave」는 삶의 무료함에 지쳐 괴팍한 짓거리를 벌이는 부잣집 도련님들이 등장하는데 피식피식 웃어 가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던전의 새 용사가 되는 법이라, 글쎄요…… 저희 넷은 모두 취향이 정말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취향이라면 서련 님이 말씀하셨듯 개성 있는 원고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개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호준 : 용사가 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개별 작가 소개는 패스하겠습니다.
 
다래 : 프린세스 메이커 2에서 용사 굉장히 어려운 결말이더라고요. 미·지·덕·체를 다 갖춰야 하는…… 하지만 던전의 용사는 그럴 것까진 없고요. 용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모두의 용사가 될 필요는 없고 소규모 팬클럽의 용사가…….

 

몬스터를 무찌를 수 있는 강력한 원고 뭉치가 있다면(?) 투고를 통해 《던전》의 용사가 될 수 있다.
ⓒ던전

 

Q. 개성 있는 원고만 준비된다면 저도 던전의 용사로 합류해 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등단만이 작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았다면, 최근에는 작가가 되고 저서를 출간하는 루트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작년 9월에 던전지기 서호준 작가님의 시집 『소규모 팬클럽』(파란, 2020)이 출간되기도 했고요. 거기에는 던전이 이바지한 부분도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이러한 변화에 대한 던전지기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A. 호준 : 루트가 넓어졌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단계라고 봐서요. 원래도 단행본 투고의 경우, 한두 군데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딱히 제한이 없었어요. 다만 일종의 ‘국룰’처럼, 등단하고 그다음에 단행본을 내는 게 옳은 순서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죠. 저 역시 그렇게 여겨서 단행본 투고는 생각조차 못 하다가 비교적 최근에야 시도했고요.저는 등단-청탁 제도가 출판사나 독자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제도라고 생각해요. 작품이든 작품집이든 투고를 마냥 열어 놓으면 엄청나게 쏟아질 테니까요. 신인상은 보통 연 1회 시행하잖아요. 청탁은 계간지의 경우 계절마다 하고. 그때만 몰아서 바짝 바쁘면 되니까 일반 투고제보다 덜 고생스럽겠죠. 전담 인력 부족 문제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신인상이 일종의 스타 만들기잖아요. 일반 투고제와 달리 신인상을 받았다고 하면 일단 이력이 생기고, 띄울 수 있으니까요. 매해 매체별 1명씩이고. 그렇게 검증되고 선별된 소수 작가의 작품을 읽는 큐레이팅 방식이 독자로서도 편하겠죠.그러나 창작자로서는, 정말 이게 건강한 방식인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요. 예술에 있어 취향은 절대적이잖아요. 내가 쓸 수 있는 것도 손쉽게 바꿀 수 없고. 그런데 심사위원 풀이 제한적이고 출판사끼리의 색깔 차이도 옅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아무리 투고해도 등단을 할 수 없어요. 투고자 본인은 왜 등단을 못 했는지도 알 수 없고요. 등단을 했다 해도 왜 청탁을 못 받는지 알 수 없죠. 이 구조가 창작자를 답답하게 하고 병들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저는 던전뿐 아니라 전면 투고제 혹은 부분 투고제를 실시하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그러려면 출판사에 전담 인력이 확충되어야겠죠. 오늘날 편집자들은 하는 일이 너무너무 많아요. 딱 투고작 검토와 출간만 담당하는 전문 편집자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이건 전적으로 창작자 처지에서 하는 말이에요.
 
서련 : 등단 전에는 등단한 사람들이 종종 하는 ‘등단한 다음부터가 진짜다’, ‘여기부터 진짜 싸움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되고 얄미웠어요. 등단 이후에 알게 된 그 싸움은 일단 첫 단행본을 낼 수 있는가, 없는가, 낸다면 어떻게 내는가로 시작되는 것 같았고요. 등단과 관련된 많은 ‘설’들을 이 관점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유력지에서 등단해야 한다는 말 : 그래야 등단하자마자 출간 계약을 맺을 테니까. 신춘문예로 등단하면 힘들다는 말 : 출판사 주관이 아니라서 출간 계약이 올지 안 올지 확실치 않으니까. 그런데 단독 출간 단행본을 낼 자격이라는 게 꼭 등단해야 주어지는 것인가? 확장하면, 단행본 출간 지원사업에 도전할 자격은 꼭 등단자에게만 부여되어야 하는가? 사실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단행본 원고를 추릴 능력을 갖춘 문필가들은 많고, 오히려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다가도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너무 소진되어 버리는 문필가들도 적지 않으리라는 입장입니다. 이건 던전지기 공동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저의 개인적인 믿음이지만…… 등단만이 길은 아니라는 의식이 공유되는 데 던전이 한몫 거들고 있다고 보아 주시는 건 정말 기쁘네요!
 
유리 : 투고작 회의를 하다 보면 매번 느끼지만, 소위 ‘미등단자’ 가운데에도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원고의 완성도로 보나 분량으로 보나 ‘이건 이대로 출간해도 되겠는데?’ 싶은 글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에게 던전이 새로운 기회, 혹은 더 좋은 기회로 가는 중간 발판이 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다래 : 저 역시 등단하지 않은 상태이고, 계속 투고를 하는 중입니다. 오랜 투고와 습작 기간을 거치면 필연적으로 사람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분들이 내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인상을 받는 것이 다는 아니겠죠. 하지만 신인상을 받지 않으면 활동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등단’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일입니다. 던전이 그런 흐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Q. 던전과 같은 시도들이 모여서 창작자를 위한 제도가 점점 더 개선되리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충도 많지만,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는 처지에서도 어려움을 느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A. 서련 : 산문 연재 형식과 독자가 감상하고 감각하는 방식의 괴리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알기 쉽게 웹소설과 비교하자면 주인공의 대사와 거의 영상물 대본의 지시문에 가깝도록 깔끔하게 쓴 서술이 한 문장 걸러 한 문장씩 반복되는 형식의 웹소설에 비해, 순문학적 형식으로 쓰인 단편들은 아무래도 문단 하나하나의 밀도가 너무 높게 느껴질 수 있죠. 이렇게 쓰인 글을 원고지 10~20매 내외로 끊어서 연재한다는 점 또한, 미완결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에게는, 한 장면씩 감질나게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고요. 지금까지는 웹 연재를 고려한 형식이되 순문학적 주제 의식과 서사를 쓰는 작가가 없다 보니 이 아쉬움을 극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유리 : 온라인 매체라기보다는 던전이 채택하고 있는 일일 연재 방식이 가진 문제점이겠지만, 한 작품을 여러 조각으로 끊어서 일주일에 한 조각씩 연재하는 방식이 흐름을 끊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특히 소설의 경우 작가가 소설 한 편에 나름대로 분배해 둔 강약이 있게 마련인데 조각조각 떼어 보게 되면 그 의도가 흐려지게 마련이고, 아무래도 읽기에도 늘어지는 감이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던전지기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종종 나오는 주제인데, 해결하려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할 듯합니다.
 
호준 : 문학 플랫폼인 던전에 특화된 기획 연재 투고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작품집을 연재한다는 점, 최소 20회차의 연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살린다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다래 : 일일 연재이다 보니 조각난 단편소설을 읽게 된다는 점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엽편소설도 연재한 적이 있지만, 그리 사례가 많지는 않았어요. 또한 시의 경우에는 웹이다 보니 레이아웃이 시인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단점인 것 같습니다.

 

Q. 특집으로 마련된 〈작가 생활〉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작가분들이 저마다의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써나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좋더라고요.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요. 참여한 작가 수가 무척 많은데, 어떻게 기획된 것인지 좀 더 설명해 주세요.

A. 서련 : 서호준 시인이 청년예술가 지원사업 수혜자로 선정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던전의 모든 작가님들과 이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였어요. 원래는 사이트 개발 보수비에 더 많이 투자하려고 했는데 문예위에서 머시기 저시기 해서 그것은 곤란하다…… 하시니 그렇다면 작가님들께! 라는 식으로. 기존 고료에 더해서 나눠주는 방식은 이미 연재가 종료된 작가님들께 수익을 드리기가 어려워 최대한 많은 작가가 참여할 수 있게 새로운 연재기획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던전에 연재한 작가님들 모두 개성이 뚜렷해서 던전의 작가였다는 점만이 유일한 공통점이 되다 보니 ‘작가 생활’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쓰게 하자…… 는 방향을 잡게 되었어요. 쓰고 보니 제한 조건이 만들어준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은데, 동시대 청년 작가들이 어떻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유지하는지를 많은 작가님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보여주셔서 기획 의도 이상의 의미가 발생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유리 : 〈작가 생활〉은 던전지기들을 포함, 던전 작가 총 39인이 참여한 나름대로 큰 기획이었어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글들이 도착해 저희도 독자로서 매우 즐거웠고요. 장르를 불문하고 작가 생활이란 대개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러면서도 제각기 다른 사정과 역사를 갖고 글쓰기에 매진하는 이야기들이 생활감 있고 재미있었죠. 평소보다 더 많은 고료를 드릴 수 있어 마음이 좋았던 것도 있고요.
 
다래 : 연재 대상은 ‘연재가 가능한 모든 던전 작가’들이었고요. 작가분들에게 받은 원고들이 개성이 넘치고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재밌었어요. 언젠가 이 원고들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글 쓰는 생활에 관한 《던전》 작가들의 산문이 연재되었던 특집 기획 〈작가 생활〉.
ⓒ던전

 

Q. 웹진과 관련한 질문은 아니지만, 던전이 게임을 콘셉트로 제작되어서 문득 드는 궁금증입니다. 던전지기분들은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혹시 즐기는 게임이 있다면 어떤 게임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

A. 서련 : 스팀 게임 중에서는 ‘아이작의 번제’를 제일 즐겨 하고 이따금 생각나면 ‘심즈4’나 ‘프린세스 메이커 2’를 해요. 온라인 멀티 게임 중에서는 ‘오버워치’와 ‘디아블로’ 시리즈를 좀 열심히 했는데 피시방을 못 가서 놓은 지 오래됐고요. 모바일 게임 중에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꾸준히 하고 있고, 2020년 상반기에 열심히 하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다시 하고 있어요. 아, 요새는 갑자기 다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서…… 작업하기 전에 ‘빠른무한맵’ 두 판 정도 해요. 저는 인터뷰에 요새 뭐에 빠져 있다 하면 꼭 그 무렵부터 질려서 나중에 인터뷰 나온 거 보면 약간 민망해지던데 스타크래프트도 그럴는지…… 사실 끊고 싶어서 언급하는 것입니다.
 
유리 : 던전지기들은 저마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또 각자 즐기는 게임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재밌어요.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좋아합니다. 저 역시 서련 님처럼 작업하기 전에 게임을 두세 판 해서 손과 두뇌를 푸는(?) 편이에요. LOL에는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도 LOL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어요. 우리 팀에 트롤(고의로 패배를 유도해 게임을 망치는 유저)이 한 명 있기에 이 판은 졌구나, 생각했는데 적 팀에는 트롤이 두 명 있어서 결국 이겼거든요. 삶은 누구나 조금씩 망했고 덜 망한 쪽이 마지막에는 이기는 거구나…… 하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때그때 재미있게 읽은 작품/작가의 이름으로 LOL 닉네임을 바꾸는 것도 저의 소소한 취미예요.
 
호준 : 저는 게임을 거의 접는 데 성공했습니다. 너무 쉽게 중독되어 식음과 수면을 전폐하는 타입이라서. 그래도 아쉬우니까 재미가 덜한 모바일 게임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하는 게임은 ‘용사 식당’이고요. 현질을 안 해도 무방한 유저 친화적 게임입니다. 콘텐츠가 많지 않아 하루에 30분쯤 하면 더 할 게 없어서 좋아요.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3’, ‘리그 오브 레전드’, ‘풋볼매니저’였습니다.
 
다래 : 저의 경우에는 늘 모바일로 이런저런 게임을 하는데 주로 퍼즐게임이나 RPG 게임을 해요. 가끔 스팀에서 게임을 찾아서 할 때도 있어요. 빨리 게임에 질리는 터라 이틀 정도 몰아서 하고 게임을 접는 것 같아요. 주로 엔딩을 보기 위해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탠리 패러블’처럼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게임도 좋아하고요.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프린세스 메이커 시즌 2’를 다운받아서 세 번의 엔딩을 보았어요.

 

던전지기들이 즐겨 한다고 소개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스팀

 

Q. 역시 다들 게임 마니아이실 줄 알았습니다……. 다시 웹진 얘기로 돌아와서, ‘문학 저변을 확대하려는 온라인 문학 플랫폼’이라고 던전을 설명한 걸 보았어요. 던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웹진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나아가 작가의 생계 문제나 던전지기분들이 지향하는 문학생태계에 대해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A. 서련 : 일단 문학 시장이 더더더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절대적인 수치가 너무 낮아서 이 안에서 뭘 나눠 먹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달지. 시장 규모 같은 말을 하니 대단한 자본주의자라도 된 것 같은데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한국어 사용자들이 한국어 텍스트를 더 많이 당연하게 부담 없이 소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 모처에서 내 책보다 잘 팔리는 책, 내 책보다 먼저 영화화된 책 같은 걸 보면 질투가 나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책이 재미있었다면 제 책을 살 가능성도 커진다고, 그 책이 영화화가 성공적이었다면 영화 제작자들이 더 많은 영상화할 만한 원작을 찾게 될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조금씩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서 문학의 파이가 마침내는 우리 모두가 나눠 먹어도 남을 만큼 커다래졌으면 좋겠고요. 문학의 파이가 커다래지는 데 던전도 일조하고 싶다는 말을 의젓하고 점잖게 표현한 말이 ‘문학 저변을 확대하려는 온라인 문학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종이 지면에는 표현하기 힘든 문학의 형식에 대한 의식도 어느 정도 있지만요.
 
유리 : 공감해요. 덧붙이자면, 저는 던전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분들이 그 사실로 용기나 격려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글쓰기란 오롯이 혼자 해내는 일이다 보니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고 너무 외로울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던전이, 마치 마라톤 트랙 중간중간마다 달리는 이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물병을 건네주는 관중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려면 던전이 더욱 커지고 탄탄해져야겠죠.
 
다래 : 저는 던전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존의 한국 문학 독자들 외에도 다른 독자들에게도 더 친숙하게 다가가, 이렇게 한국 문학이 재미있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많은 독자들을 만나면 자연히 작가들에게 더 합리적인 원고료를 줄 수 있고, 생계 문제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Q. 네, 더 많은 독자분들이 던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최근에는 던전에서 연재된 글들이 『셋 이상이 모여』(기획:1, 2020)라는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또 다른 발간 계획이 있나요? 제가 미처 듣지 못한 던전의 소식이나,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도 살짝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서련 : 출간은 아니고, 뭐랄까 출간이 아니어서 더 신선한 소식도 있었어요. 던전에서 연재된 이주연 작가의 『뒤늦게 도착한』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윗치 완더 휘슬〉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요. 던전에서 『미신을 만드는 사람들』을 연재한 차원선 시인이 2021 한경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요새 저도 저의 던전 연재소설을 단행본화 하는 작업 중이고요. 던전과 연관된 개인 작업들이 조금씩 던전 밖에서도 출몰(?)하는 셈인데, 던전지기들이 2021년 준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독자님들, 예비구독자님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으면 좋겠네요!
 
유리 : 던전지기들은 기본적으로 기획력에 모든 스탯을 몰빵해 버린 사람들이라(말만 많고 실행은 적다는 의미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은 갖고 있어요. 새해에는 던전 유튜브를 출범하고 싶다는 게 최근의 화두이자 목표이고, 저 개인적으로는 던전 오프라인 파티(?)를 꼭 개최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다음에야 가능한 얘기겠지만요.
 
호준 : 앗! 유튜브는 비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만 몰래 기억해 주세요.
 
다래 : 이런저런 이벤트들이 있는데요, 새해에는 뭔가 새로운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웹 플랫폼 밖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요. 유리 님이 말했듯이 기획력만 있는 사람들이라, 언제가 될지는…….

 

던전지기들과 소통할 수 있는 디스코드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던전

 

Q. 정말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던전 밖에서도 만나 보았으면 해요.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실지 던전지기분들의 기획력도 기대돼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분씩 말씀을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A. 서련 : 네이버 아이디와 카카오 아이디를 이용해 원클릭으로 던전에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주일의 무료 구독 기간 동안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아보시고, 출석 체크 물약으로 연재 작가들을 응원해 보세요. 문학 저변의 확대를 꿈꾸는 온라인 문학 플랫폼 던전을 구독자님들이 확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유리 : 던전은 시,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 비평, 칼럼, 수필 등 한국어 텍스트로 이루어진 모든 문학 작품의 투고를 받고 있어요. 투고작은 던전지기 4인이 모두 꼼꼼히, 그리고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호준 : 던전에서 만나요.
 
다래 : 던전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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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월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웹진의 운영진들을 만나 보았는데요, 지향점과 성격이 다른 두 웹진의 운영진들이 각자 만들어 가고 있는 작업들을 살펴보니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문학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고 풍부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과정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고 또 함께 지켜볼 수 있어 느리미와 기리니도 무척 기쁘다고 하네요. 하지만 잠깐! 아직 소개해 드리지 못한 또 다른 웹진들이 남았답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웹진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럼 이어질 웹진 마지막 편까지,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2월에 있을 설 휴가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고, 더욱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

 

 

 

 

 

 

 

 

 

 

 

 

조시현

작가소개 / 조시현

2018년 실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
2019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조온윤

작가소개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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