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와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봤을까

[단편소설]

 

 

나는 누구와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봤을까

 

 

조수경

 

 

 

    재원 선배 00:38AM
    선생님 돌아가셨다.

 

 

    1일

 

    모교인 K대학 진입로는 차들로 가득했다. 도로 끝에 학교 정문이 있고, 정문 앞에서 좌회전하면 곧장 K대학병원이었다. 초겨울, 비에 젖은 거리는 음산한 기운이 낮게 깔려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마을버스와 택시, 자가용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차들이 멈춘 사이에 우산을 쓴 사람들이 틈새로 끼어들며 위태롭게 길을 건너갔다. 와이퍼가 빗물을 쓸어낼 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났던 세상은 이내 동그란 물방울에 갇혀 수십, 수백 개로 분열되기를 반복했다.   
    나는 아침에야 재원 선배의 문자를 확인했다. 며칠 전 선배는 잔뜩 쉰 음성으로 내게 전화했다. 거칠게 갈라지는 목소리가 낯설어 나는 귀에 대고 있던 휴대전화를 살짝 뗐다.
    “수연아.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때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처럼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메시지를 읽자 풀기 어려운 시험지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선생님이 살아오신 일흔아홉 해의 긴 세월과 우리가 알고 지낸 20년이라는 시간은 부고 문자 하나로 쉽게 정리될 수 없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 뒤에 검은색 블라우스와 바지로 갈아입었다. 장식이 없는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를 꺼내다 거울 속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까만 옷에 대비돼 하얀 피부가 더욱 창백해 보였고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얼굴 어디에서도 스무 살 무렵의 생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거울 속 여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사람 같았다. 슬픔인지 공포인지 모를 감정이 스며들자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장례식장에 가면 선생님이 영영 다른 세계로 건너가셨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코트를 침대 위에 던져두었다. 평소처럼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린 다음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물건들을 정리했다. 건조기에서 꺼낸 옷을 개어 서랍 속에 넣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집을 나섰다.
    올봄, 선생님이 K대학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나는 졸업 후 처음 모교를 찾았다. K대학 주변은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변해 있었다. 예전에도 유명했던 제과점은 그대로인 반면, 진입로에만 스타벅스가 두 곳이나 보였다. 친구들과 종종 찾던 레스토랑은 새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었다. 예전엔 가게 이름이 뭐였더라. 실내 구조나 조도, 소파의 부드러운 질감 같은 건 선명한데, 도무지 옛 상호가 떠오르지 않았다. 혀끝에 닿을 듯 말 듯한 이름을 찾아 입술을 달싹거리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학교 주변을 찍어 혜수, 상은과 함께 만든 그룹채팅방에 올렸다. 얘들아, 학교 앞에 이런 것도 생겼어. 얘들아, 이 골목은 그대로다…….
    K대학 정문 앞에서 핸들을 천천히 돌렸다.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 뒤에 줄을 섰을 때, 건물 앞에 서 있는 나이 든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쌀쌀한 날씨에 남자는 환자복만 입고 우산도 없이 혼자 서 있었다. 누굴 기다리는 걸까. 저러다 감기까지 들면 어쩌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데, 순간 목덜미가 서늘했다. 남자는 비를 맞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젖지 않은 상태였다. 차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제법 굵어 와이퍼가 지나간 자리에 동그란 얼룩을 만들었다가 긴 선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이런 날 밖에 잠깐이라도 서 있으면 머리카락이 금방 이마에 축축하게 들러붙을 게 분명했다. 남자 옆으로 우산을 쓰고도 어깨가 젖은 사람들이 지나갔다. 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자는 어쩐지 낯이 익었다. 하얗게 센, 어깨에 닿을 듯 긴 고수머리.
    선생님……?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유리창 쪽으로 몸을 기울였을 때, 뒷차가 경적을 울렸다. 나는 서둘러 차를 움직였다. 룸미러에 눈길을 주며 남자를 찾아봤지만 빗물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묘한 기시감이 일었다. 돌아보면 삶 곳곳에는 이상한 일들이 널려 있으니까.
    최근에 삶이 기이하다고 느낀 건 에드워드 양의 영화 때문이었다.
    몇 주 전이었다. 밤에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남편은 아이들을 재운 뒤 거실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 속 사람들은 한창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불쑥 슬라이드 사진처럼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붉은 치파오를 입은 소녀.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소년. 분명 내가 오래전에 본 영화였다. 머릿속을 뒤져 그것이 대만 영화라는 것과 감독의 이름이 에드워드 양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위해 올라탄 1호선 전철이라든가, 그때 창문 밖으로 보이던 풍경들, 어두운 극장 안, 영화가 끝난 뒤에 걸었던 광화문 거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인 것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오래전의 어느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지만, 그때 내 옆에 있던 사람만 가위로 오려낸 듯 비어 있었다. 그날, 어두운 극장 안에서 어깨가 닿았을 때의 떨림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사람만 없었다.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는 것도 아닌, 원래 없던 것처럼 기억 속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도 이 영화 봤어?”
    화면에 시선을 둔 채로 남편이 물었다. 그는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는지 곧장 말을 이었다.
    “와, 나 군대 있을 때 본 건데 벌써 20년이 지났네. 에드워드 양 영화 보려고 휴가까지 냈다니까.”
    화면에는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한 결혼식장 풍경이 가득했다. 한쪽에서 네온사인으로 만든 ‘희(囍)’자가 반짝거렸다.
    “누구랑 봤는지, 기억나?”
    그제야 남편이 나를 돌아봤다.
    “이 영화 누구랑 봤는지 기억하냐고?”
    “응.”
    남편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다가 소년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기억하지.”
    그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눈빛은 화면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남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화를 보면 생각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텅 빈 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누구였을까. 정확한 시점을 알면 도움이 될까 싶어 개봉 날짜를 검색하다가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손끝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뭔가 낯설었다. 피부랄까, 형체랄까, 하여간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소매를 걷어 팔을 살펴본 다음 다리도 만져 봤다.
    “나 좀 이상하지 않아?”
    나는 팔을 뻗어 남편의 팔 옆에 나란히 놓았다. 남편은 무슨 얘기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좀 희미해진 것 같지 않아?”
    “으응?”
    “그러니까, 나 좀 옅어진 것 같지 않냐고.”
    나는 보라는 듯 남편 팔 옆에 내 팔을 바짝 붙였다. 남편은 두 개의 팔을 번갈아 본 뒤 잠시 내 눈을 응시하다가 가볍게 웃었다.
    “영화가 지루해? 피곤해 보인다. 가서 자.”
    피로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날 분명 나의 몸이 조금 희미해졌다고 느꼈다. 사라진 기억만큼 희미해지다 결국 나도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그날 이후로 이따금 생각해 봤지만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살아온 나의 삶인데, 누군가 시간의 한 구간을 잘라내고 나머지 부분을 이어붙인 것처럼, 등장인물들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만 까맣게 지워 놓은 것처럼 기억은 제멋대로 편집돼 있었다.

 

    “왔구나.”
    빈소 앞에 앉아 있던 재원 선배가 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는 상조회사에서 준비해 온 걸로 보이는 상복을 입고 있었다.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인지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붉게 충혈 된 눈이 잠시 내게 머물다가 허공으로 멀어졌다.
    “밤새 병원에 있었던 거야?”           
    “응, 뭐. 처리해야 할 일들도 있고 해서.”
    재원 선배는 손가락을 뻗어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다른 선배들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오신 선생님에게는 남자 선배 몇몇이 벗이자 아들이었다. 선생님이 퇴임하신 뒤에도 선배들은 선생님의 아파트에 모여 함께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보거나 동네 퓨전 한정식집, 일식집, 오리고깃집 같은 곳을 찾아다녔다. 나는 계정만 만들어 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소소한 소식들을 접하고 있었다.   
    “영호랑 지석이랑 몇 명 있어. 다른 애들은 퇴근하고 들를 거고. 너도 이러고 서 있지 말고 선생님부터 봬야지.”
    빈소에 들어서자 영정 속에서 웃고 계신 선생님이 보였다. 재원 선배가 찍은, 아직 건강하실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선생님의 시선은 렌즈 바깥을 향하고 있어 아무리 바라봐도 눈을 맞출 수 없었다. 언젠가 선생님이 하신 얘기가 생각났다. 너무 늙고 병들기 전에 고비 사막에 들어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얘기. 그 말을 듣고 제자들은 슬픔이나 충격보다는 소설가의 날섦과 주체성, 단정함 같은 걸 느꼈다. 하지만 올해 봄, 병실에 찾아갔을 때 선생님은 생의 비밀을 알아버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아이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수연아, 그저 이대로 10년만 더 살고 싶구나.”
    오십대 후반의 선생님과 칠십대 후반의 선생님. 그 20년이란 세월 동안 선생님의 생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생을 더 갈망하게 했는지 묻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영정 앞에 올린 향불이 답을 적는 듯 천천히 연기를 피웠으나 산 자가 결코 해독할 수 없는 글자들은 점점 희미하게 번지다 끝내 사라져 버렸다.

 

    저녁이 되자 빈소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다. 사람들은 고인께 예를 갖춘 뒤 빈소 옆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당 직원들이 하얀 종이가 깔린 상에 따뜻한 밥과 국, 반찬을 올렸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이름만 들어 본 나이 든 선배들이 육개장에 밥을 말아 먹고 술잔을 비우며 선생님을 추억했다. 나는 재원 선배와 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재원 선배가 잘 아는 사람들이 옆자리를 채우면서 테이블이 제법 시끌벅적해졌다. 나는 슬쩍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혜수는 남편이 출장을 간 데다 아이가 장염에 걸려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했고, 퇴근 후 들르겠다던 상은에게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늘은 어렵겠다. 아직 회의 중. 발인이 토요일이니까 그날 가야겠어.
    상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타이밍을 살피고 있을 때, 잘 아는 얼굴들이 한꺼번에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소설연구회 사람들이었다.
    “야, 너희들은 아직도 몰려다니냐?”
    술에 취한 누군가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 온 문상객들을 반겼다. 테이블별로 소란스럽게 떠다니던 얘기들이 가라앉고, 사람들의 시선이 소설연구회, 아니 이제 소설가가 된 그들에게로 모여들었다. 문화부 기자들은 술잔을 들고 그들 옆으로 옮겨갔다. 시끌벅적한 인사말들이 오가고 난 뒤 실내는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의 극장처럼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한기주 작가가 입을 열고 모험담을 들려주기를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학교 때부터 필력은 물론 입담이 좋기로 유명했던 기주 선배는 이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얼마 전에는 다음 작품을 위해 취재차 남극에 다녀왔다는 얘기가 주요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한때 나도 소설연구회 멤버로 활동하며 꽤 부지런히 글을 썼다. 학기 초마다 수많은 문청들이 입회했다 가혹한 합평을 견디지 못하고 탈퇴하는 바람에 멤버가 많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유대가 더욱 돈독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연구회의 지도교수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늘 “난 너희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가르칠 것도 없다”고 하셨지만, 제자 중에 많은 이들이 등단해 종종 화제가 되곤 했다. 선생님의 부고 기사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 외에도 ‘후학 양성’, ‘가장 많은 소설가 배출’ 같은 말들이 빠지지 않았다. 소설연구회 출신 중에는 외국에서 주는 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있었고, 책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7개국에서 팔리는 작가도 있었다. 의외로 평론가로 데뷔한 사람도 있었고 재원 선배처럼 사진작가가 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소설가로 활동 중이었다.
    “자리 옮길까?”
    재원 선배가 소설연구회 사람들이 앉은 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난 이제 일어나려던 참이었어. 인사만 하고 갈게.”
    재원 선배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먼저 일어섰다. 나는 코트와 가방을 챙겨 들고 선배를 따라갔다. 겨우 몇 발자국 옮길 뿐인데, 아주 먼 길을 나서는 기분이 들어 자꾸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소설연구회 사람들이 옛 멤버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간격을 좁혀 앉았다. 금세 두 사람이 앉을 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요란한 말들 사이에서 인사를 건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어색하게 서 있다가 기주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수연이 오랜만이다.”
    낮은 음성 뒤로 세월의 공백을 닮은 침묵이 따라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잠깐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정적처럼 느껴졌다.
    “우리 수연이, 선생님이 많이 아끼셨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기주 선배는 시선을 내리깔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네 소설도.”
    선배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응시했다. 미간의 주름이 더 깊어지고, 눈 밑이 움푹 들어가 음영이 짙어지긴 했어도 눈빛은 이십대 시절 그대로였다.
    “이제 와 하는 얘기지만, 선생님이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 우리 중에 수연이 글이 제일 낫다고.”
    누군가 기주 선배를 거들었고, 누군가들이 말을 이어 갔다.
    “야, 나는 아직도 기억나. 수연이가 쓴 소설인데, 제목이 굴이야, 굴.”
    “굴. 나도 그거 기억난다. 그거 좋았지.”
    “그러고 보면 수연이가 운이 안 따랐어.”
    운이 따르지 않아서였을까. 나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끝내 받지 못했다. 소설연구회 사람들이 하나둘 등단하기 시작하면서 그들과 조금씩 멀어졌고, 졸업 후에는 방송국 교양프로그램 작가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 명절이나 스승의 날, 선생님 생신 파티를 겸하는 연말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작가가 된 재원 선배와만 종종 연락을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만나 밥을 먹거나 선배의 전시회에 찾아가는 정도였다.
    “옛날얘기는 그만 하자. 수연이 잘나가는 예능피디랑 결혼했잖냐. 기사 보니까 몸값이 어마어마하던데?”
    “야, 수연이 너 인마, 결혼식 날에도 우리 안 부르고 말이야.”
    “무슨 소리야. 얘 결혼할 때 우리가 축가 부르지 않았어?”
    “축가?”
    빠르게 오가는 말들이 오래된 기억만큼이나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팔에 걸쳐 둔 코트를 꽉 끌어안았다.
    “수연이는 일어나려던 중이었어.”
    내 표정을 살피던 재원 선배가 나 대신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등을 구부려 인사하고, 세월만큼 조금씩 늙어버린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2일

 

    장례식장엔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재원 선배는 여전히 충혈 된 눈으로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어젠 불러도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더니, 또 왔어?”
    선배가 짓궂은 표정으로 웃었다.
    “잘 왔다. 저녁은?”
    “점심을 늦게 먹어서.”
    “나 점심도 못 먹었어. 배고파. 같이 밥 먹자.”
    재원 선배가 코트 소매를 잡아끌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 곧 상 위에 뜨끈한 밥과 육개장이 올라왔다. 식당 직원이 돌아간 뒤에 재원 선배가 전이 담긴 접시와 곤약조림이 담긴 접시를 내 앞으로 옮겨 주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선배.”
    “응?”
    “옛날에 말이야, 우리 같이 영화도 보고 그랬었나?”
    숟가락 포장지를 벗기다 말고 재원 선배가 나를 바라봤다.
    “둘이?”
    “둘이.”
    선배는 “흐음” 하는 소리를 내고 그대로 멈춰 있더니 이내 숟가락 포장지를 천천히 접기 시작했다.
    “글쎄 뭐, 그랬었나.”
    선배는 포장지로 접은 수저 받침대에 내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올렸다.
    “밥 먹자.”
    재원 선배는 그릇을 거꾸로 들고 밥을 국에 털어 넣은 다음 후루룩 떠먹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에 다시 온 건 선생님과의 작별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이기도 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뒤늦게 에드워드 양의 영화가 떠올랐다. 20년 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이 찾아올 이곳에서 어쩌면 사라진 기억을 되찾게 될지도 몰랐다. 누구인지 모를 그 사람과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잃어버린 조각이 제자리를 채울 것만 같았다.
    “기주 형 또 올 거야. 다들 아침까지 마시고 여기서 잤거든. 씻는다고 근처 사우나에 갔으니까 이따 다시 올 거야.”
    내가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사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재원 선배의 말을 듣고 나니 알 것 같았다. 나는 궁금했다. 기주 선배를 보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보고 싶은 게 사실이었고, 오늘 이곳에 오면 다시 마주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무 살 무렵에는 내 안에 깃드는 감정들 중에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무엇이든 서툴고, 작은 일에도 애를 태우던 시절. 사랑을 잘 몰라서 오히려 쉽게 사랑에 빠지던 시절.
    내가 대학 신입생이 되던 그해에 기주 선배는 군에서 제대해 2학년에 복학했다. 학교에서 주최한 공모전은 물론이고, 신춘문예 최종심에 이름이 여러 번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 선배는 특별해 보였다. 여름방학에 선배는 고향인 남해에 내려갔고 이따금 동아리방으로 편지를 보냈다. 소설연구회 사람들 모두에게 쓴 것이었지만, 나는 새로운 편지가 왔을까 싶어 방학 내내 동아리방에 자주 들르곤 했다. 2학기에는 선배와 교양수업을 같이 듣게 됐는데, 강의실 칠판에 하얀 분필로 ‘휴강’이라고 적혀 있던 날에는 함께 종로에 있는 커다란 서점에 가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배를 남자로 좋아했다고 할 수는 없고, 그저 함께 있을 때의 묘한 긴장감이나 소설에 대해 얘기 나누는 시간들, 그때 선배의 눈빛 같은 것들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건 내가 2학년이 되고 맞은 봄부터였다. 함께 시간표를 짜고, 교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던 평범한 연인이었지만, 소설연구회 사람들과 다 같이 바다로 여행을 떠났을 때,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둘 곯아떨어지고 난 뒤 어두운 방 한쪽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듣다 잠이 들었던 밤처럼 비밀스럽고 예쁜 추억을 나눠 가진 사이이기도 했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됐을 때,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선배는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는 축하하는 마음인 동시에 선배를 질투했다. 선배를 동경하는 한편 그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바보 같은 배신감도 들었다. 선배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는 습작에 조금 소홀해졌는데 선배는 등단을 하다니, 뭔가 속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3학년 봄이 끝나 갈 무렵에 선배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학기 중이었음에도 선배는 휴학계를 제출하고 고향에 내려가 내가 졸업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선배를 학교에서 밀어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변해서 끝낸 것이 아니었기에 이별은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지 못했고, 그 뒤로도 기주 선배는 내게 끝나지 않은 감정으로 남아 있었다. 선배에 관한 기사를 볼 때나 선생님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선배를 발견할 때면 마음 한쪽에 무겁고 축축한 감정이 고여 들었다.
    “쟤 수연이 아냐? 수연이 맞지?”
    내 이름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제 막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던 무리가 나를 보고 서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 위로 하나둘 이름이 떠올랐다. 영서, 경주, 민형, 윤희…… 국문과 동기들이었다. 내가 알아본 걸 눈치 채고 그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오랜만이다. 이게 몇 년 만이니?”
    “잘 지냈어?”
    한 학번에 60명.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우리 학번은 친한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몰려다닐 뿐 딱히 끈끈한 동기애랄 게 없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본 동기들이 무척 반가웠다.
    “선배가 고생이 많네.”
    재원 선배 옆에 앉으며 영서가 말했다. 평범한 듯 보이다가도 웃을 때면 입술 양끝에 보조개가 별처럼 박혀 자꾸 눈길이 가던 아이였다. 졸업 후 타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일한다는 얘기를 재원 선배에게 전해들은 기억이 났다. 영서는 재원 선배의 사진전도 기획 중이라고 했다.
    “혜수, 상은이랑은 자주 봐?”
    윤희가 물었다.
    “그럼. 다들 가까이 살 거든.”
    동기들에게 혜수는 사회적 기업에서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상은은 최근에 L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으로 발령 났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을 때, 소설연구회 사람들이 나타났다. 기주 선배도 함께였다. 20년 전,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함께 봤던 사람이 기주 선배였던가. 영화가 개봉한 건 20년 전 가을이었고, 그때는 아직 우리가 연인이 되기 전이었지만, 둘이 종로나 광화문에 간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선배를 봐도 빈자리는 아직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누구였을까. 교양수업을 같이 들었던 타 학과 남학생이 내게 편지를 건넸던 일이라든가 문학의 밤 행사 때 누군가 내 앞으로 꽃다발과 케이크를 남기고 사라졌던 일들이 시간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조각조각 떠올랐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럿이 웃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반죽처럼 뭉개진 음성들 속에서 기주 선배의 목소리만 또렷이 들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조금 놀랐다.
    “수연아, 너도 기억나지?”
    윤희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딴생각 중이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장학금 못 받은 게 딱 한 번이거든. 그게 선생님 때문이었잖아.”
    다음에 어떤 얘기가 이어질지 알 것 같았다.
    “소설창작이론 첫 시험에서 난 완벽한 답을 적어냈는데, 선생님이 겨우 B플러스를 주신 거야. 그때 너무 억울해서 교수회관까지 찾아갔잖아. 씩씩거리면서. 너희들 기억나지?”
    윤희가 영서와 경주, 민형을 돌아봤고,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이 답안지를 꺼내 확인하시는데, 맨 위에 수연이 네 답안지가 보였어. 언뜻 봐도 시험 문제랑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 그게 그러니까…… 그때 억울하게 죽은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 아버지가 그 일을 알리려고 시청 옥상이었나, 하여간 어떤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서 그 사연이 뉴스에 나왔잖아. 네가 그걸 보고 며칠 마음을 앓느라 시험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고, 죄송하다고, 장문의 편지를 써 놨었지. 그 사건에 대한 네 생각과 함께 말이야.”
    윤희가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 답안지에는 A플러스가 적혀 있었어. 그렇지, 소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거지, 가슴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에게는 이론 같은 거 다 필요 없지, 그걸 그렇게 알려주시더라고. 참 이상한 게 그날 이후로 선생님이 더 좋아졌지 뭐야. 물론 다음 학기부터는 선생님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윤희가 술잔을 비웠다.
    “멋진 분이셨어.”
    “맞아. 우리 선생님. 스승이자 선배이자 친구였던 분.”
    우리 과 사람이라면 선생님과의 잊지 못할 추억을 최소 한두 개쯤 갖고 있었다. 문학 답사를 갔을 때 선생님은 제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독사진을 찍은 뒤 액자에 담아 선물하셨는데, 사진에는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건 선생님이 평소에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셨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그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오고 있었다.
    “근데 윤희야, 걔 이름이 뭐였지? 매번 너랑 1등 자리 놓고 경쟁하던 애.”
    민형이가 물었다.
    “효준이? 걔 지금 S대에서 강의하잖아.”
    경주가 대답하자 민형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효준이 말고. 걔는 그 정도로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 걔는 바람둥이였잖아. 걔랑 사귄 애가 진아였지? 걔네 둘이 헤어지고 난리도 아니었잖니. 진아가 술 먹고 강의실에 들어와서 소리 지르고 울고…….”
    가만히 듣고 있던 윤희가 끼어들었다.
    “잠깐. 나랑 1등 다투던 애가 효준이 맞는데, 걔가 바람둥이였다고? 효준이는 여자랑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애였는데. 그리고 걔 로스쿨 갔다고 하지 않았어? 개업한 지 벌써 몇 년 됐을 텐데.”
    “아냐, 효준이 맞아. 진아랑 사귀면서 다른 과 여자애랑 양다리 걸친 애.”
    “진아랑 사귄 사람은 우리보다 한 학번 선배 아니었나?”
    “효준이 맞을걸?”
    “아닌가?”
    “그럼 누구지?”
    순간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다들 자신의 기억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되짚어 보거나 혹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침묵을 깬 건 영서였다.
    “뭐야, 수연이 너 아직도 술이 그대로네?”
    취기가 도는 얼굴로 영서가 나를 장난스럽게 흘겨봤다. 그녀는 맥주병을 들고 술을 따를 준비를 하며 내게 빨리 잔을 비우라는 손짓을 했다. 재원 선배가 영서에게서 맥주병을 빼앗았다.
    “수연이 차 가져왔어. 영서, 넌 인마 좀 천천히 마셔라.”
    “선배, 나 말짱하거든.”
    영서는 재원 선배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단숨에 비웠다. 취했는지 자꾸만 상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몸이 쏠리는 쪽으로 머리카락이 쏟아졌고, 까맣고 긴 머리칼 사이로 길게 올라간 입 꼬리와 보조개가 드러났다.   
    “선배는 참, 그대로네.”
    웃음기를 거두고 재원 선배를 빤히 바라보던 영서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수연이 너. 너도 옛날 그대로다.”
    영서는 명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그러나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그거 알아? 수연이 너, 진짜 나쁜 년이야.”
    나는 영문을 몰라 그저 영서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영서, 많이 취했네. 슬슬 일어나야겠다.”
    윤희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다른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영서가 그런 말을 할 만한 ‘어떤 이유’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얘 봐라,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네?”
    영서가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녀는 내 눈빛에서 거짓의 증거를 찾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음식이 잔뜩 차려진 상을 손바닥으로 짚으며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 바람에 상이 흔들리고 맥주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영서야, 너 안 되겠다. 그만 가자.”
    윤희가 서둘러 일어났다. 윤희는 경주와 함께 영서를 겨우 일으켜 세우고 고개만 숙여 인사한 뒤 출구로 향했다. 민형이 영서의 코트와 가방을 황급히 챙기며 말했다.
    “우리 먼저 갈게. 어쨌든, 영서가 이러는 건 네가 이해해야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서가 대체 왜 이러는지, 내가 어떤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저 온몸이 차갑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끌려가듯 멀어지던 영서가 고개를 젖히고 나를 돌아봤다. 하얀 블라우스에 육개장 기름이 벌겋게 번져 있었다.
    “얘, 수연아! 너 진짜 기억 안 나?”

 

    밤하늘은 잔뜩 흐리고 축축했다. 금방이라도 어둠을 닮은 잿빛 눈송이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 금요일 밤이기 때문인지 광화문 부근은 평소보다 북적거렸다. 신호등이 파란색 불로 바뀌었지만 차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나는 영서가 한 말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그 애에게 ‘진짜 나쁜 년’이 되어버린 일이란 대체 뭘까. 지나온 시간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군데군데 끊기고 지워진 일들이 많았다. 어느덧 오랜 세월이 흘렀고, 세월이 흐른 만큼 어떤 일은 한때의 것으로 남았고, 어떤 일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고, 어떤 일은 애써 덜어냈거나 소각해 버렸겠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밤새 운 것처럼 기운이 빠져버렸고 조금 슬픈 기분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영영 ‘나쁜 년’으로 남을 거라는 사실과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를 상실했다는 사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슬픈 건지 알 수 없었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에서 다시 신호가 바뀌었다. 횡단보도로 인파가 밀려들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다 도로 중간쯤에서 뒤섞였다. 뒤섞였다가 흩어지는 사람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다 어느 순간 익숙한 건물에 눈길이 가닿았을 때, 겨울의 도심이 순식간에 봄으로 물들었고 아주 먼 곳에서부터 빗소리가 들려왔다.
    “다 젖겠다.”
    빗소리와 함께 기주 선배의 음성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날,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쏟아졌다. 광화문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 밖으로 나왔을 때 축축하게 젖은 거리를 보고 선배도 나도 조금 당황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선배가 내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선배는 활짝 웃어 보이고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길 건너편에 우산을 팔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나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틈으로 선배를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빗물에서는 봄 내음이 진하게 풍겼고, 그 냄새를 맡자 어쩐지 그곳에서 영원히 선배를 기다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땐 어쩌면 그렇게 사랑이 쉽게 왔을까. 선배는 다시 길을 건너고 사람들을 지나쳐 내게 달려왔다. 손에는 포장을 벗기지 않은 우산이 들려 있었다.
    “그걸 쓰고 오지 그랬어요.”
    선배는 옷이 흠뻑 젖었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종각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비 때문인지 공기엔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고, 나는 내 어깨가 떨리는 걸 느꼈지만 그것이 추위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 춥구나?”
    선배는 팔을 크게 벌려 내 어깨를 감쌌다. 선배의 크고 단단한 몸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내 왼쪽 어깨를 선배의 오른쪽 가슴에 댄 채 오래도록 걷고 싶었다. 우리는 종각역으로 들어가는 대신 역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탑골공원을 지나고 종묘를 지나 창경궁 돌담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혜화동에 도착했을 무렵 비가 그쳤다. 선배는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우산을 단정하게 접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그 봄날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선배에게 잔인하게 굴었던 일들, 선배를 학교에서 밀어낸 것이나 다름없었을 이별의 날들이 떠오르자 따스한 기운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 시절에 무언가를 두고 온 것만 같았다. 주머니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길을 걸어온 기분이었다. 언제, 어디쯤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는 채로. 확실한 건 이제는 두고 온 것도, 잃어버린 것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모든 것들이 그때로부터 너무나 멀어져 있었다.

 

 

    발인

 

    “와, 여긴 눈이 더 많이 쌓였다.”
    상은은 차문을 열고도 쉽게 발을 내놓지 못했다. 열린 문틈으로 찬바람과 함께 눈송이가 밀려 들어왔다. 나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밤새 쌓인 눈 위로 새 눈송이가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잿빛 구름이 벌어지며 깨진 유리조각 같은 햇빛이 날카롭게 떨어졌고, 바닥에 쌓인 눈이 빛을 반사해 세상은 비현실적으로 환하게 느껴졌다.
    “첫눈이네.”
    눈이 부신지 상은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웃었다. 혜수는 여전히 아이를 돌봐야 했고, 어제도 야근한 상은이 아침 일찍 전화를 했다. 나는 두 블록 떨어진 상은의 아파트로 차를 몰고 가서 그녀를 태우고 승화원으로 곧장 달려왔다.
    “눈 내리는 거 좋아하셨는데.”
    상은이 다가와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너 그거 생각나? 우리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암튼 폭설이 내렸던 겨울에 선생님이 문리대 건물 앞에 쌓인 눈 다 치우셨던 거. 한쪽에 눈사람까지 만들어 놓으셨잖아.”
    나는 당연히 기억한다는 듯 크게 고갯짓했다.
    “난 아직도 눈사람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더라.”
    빨개진 코끝을 찡긋거리며 웃던 상은이 돌연 굳어버렸다. 그녀는 상기된 목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저기, 기주 선배다.”
    승화원 입구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중에 기주 선배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선배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담뱃불을 끄고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럼 나는 잠깐 화장실에.”
    상은이 기주 선배에게 목례를 건네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또 보네.”
    기주 선배는 다음 말을 잇는 대신 내 눈을 바라봤다. 선배에게서 희미하게 담배 냄새가 풍겼다. 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데, 선배에게서 나는 것만큼은 싫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오래전 어느 날에도 우리는 이렇게 마주 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연애를 시작한 그해 함께 첫눈을 맞으며 서로의 얼굴을 영원히 질리지 않을 것처럼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금방이라도 선배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내 얼굴을 따뜻하게 감쌀 것만 같았다. 문득 선배에게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거.”
    선배가 주머니에서 파이프와 라이터를 꺼냈다. 선생님의 물건이었다.
    “어젯밤에 선생님 댁에 다녀왔거든. 추억할 만한 물건 몇 개 챙겨서 소설연구회 사람들이랑 나눴어.”
    선배는 내게 파이프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선배는 라이터를 들어 보이고 파이프에 가볍게 부딪힌 뒤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며칠 면도하지 못해 수염이 거칠게 자란 턱을 매만지며 선배는 뭔가 망설이고 있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직 꺼내지 못한 눈치였다.
    “수연아.”
    나는 선배의 눈을 바라봤다. 그 안에 오래전 소설에 대해 얘기 나눌 때의 눈빛도, 우산을 들고 달려왔을 때의 눈빛도 모두 들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말해야 할까. 그때는 내가 정말 미안했다고. 내가 너무 어렸고, 그래서 시기심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망설이는 사이 선배가 어렵게 다음 말을 이었다.
    “미안했다.”
    선배는 감정을 누르려는 듯 입을 굳게 닫았다. 잔뜩 힘을 준 턱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바라볼 뿐 나는 낯선 외국어를 들은 것처럼 선배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그렇게 훌쩍 떠나버려서 정말 미안했다. 그땐 모든 게 버거웠거든.”
    뒤쪽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기주 선배를 불렀다. 승화원 입구에 장의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 때문에 네가 소설을 놓아버린 것 같아서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한 번쯤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네. 정말, 미안했다.”
    선배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돌아섰다. 나는 내게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은 헤어진 뒤에도 가슴 한쪽에 시간과 감정과 얘기들이 압축된 무언가를 똑같이 지니고 살아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그 시간에 대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늘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때 진짜 떠나버린 사람은 내가 아닌 선배였던가. 누구의 기억이 맞고 누구의 기억이 잘못된 걸까.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에서 현기증이 일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닌 타인의 삶 속에 떨궈진 기분이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항아리 옆에 재원 선배가 챙겨온 작은 액자들이 놓였다. 파이프를 물고 있는 선생님의 독사진, 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어느 해인가 문학의 밤 행사를 마치고 찍은 단체 사진에는 수줍게 웃고 있는 대학 시절의 내가 있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고요한 추모관이 왁자지껄해진 기분이었다. 이 작은 방 안에서 선생님은 외롭지 않으시겠구나. 장례를 치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곳까지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고, 선생님의 소설을 사랑한 독자들과 선생님이 사랑하고 선생님을 사랑한 제자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니 선생님은 분명 쓸쓸하지 않으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장례를 치르는 사흘간 내가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나는 다른 일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생에는 이상한 일들이 널려 있었다. 별 의미가 없는 어떤 일들은 40년 가까이 됐음에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소중하다고 느꼈던 어떤 순간들은 영영 잊고 말았다. 언제 흘렸는지, 어디에 두고 왔는지도 모르게 영영 잃고 말았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기억에는 오류가 발생했고, 몇몇 단서만 남겨 둔 채 생의 수많은 순간들이 증발해 버렸다.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이, 내가 사랑했고 나를 웃게 했던 사람들이 다른 곳도 아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는 일.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나는 죽은 이가 아닌 잊힌 것들을 위해 울어야 했다.

 

    추모관 밖으로 나오자 세상은 저녁처럼 어둑어둑했다. 두툼한 잿빛 구름은 언제까지라도 눈을 뿌릴 기세였다. 제법 굵어진 눈송이들은 일정한 방향 없이 떠다녔다. 눈이 쏟아진다기보다 먼 곳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만.”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상은이 걸음을 멈추고 추모관 쪽으로 돌아섰다.
    “이상하다. 분명…….”
    상은은 말을 맺는 대신 빠른 걸음으로 추모관에 들어갔다. 나는 상은을 따라갔다. 그녀는 안쪽을 기웃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틈에서 몇 발짝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던 상은은 체념한 듯 한참을 멀거니 서 있었다. 나는 상은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뭘 잃어버렸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상은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조금 전에 지나간 사람. 분명…… 선생님 같았는데.”
    상은은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나는 주머니 안에 넣어 둔 파이프를 손에 꼭 쥐고 추모관을 빙 둘러봤다. 이틀 전에 K대학병원 앞에서 본, 비를 맞고도 젖지 않은 남자가 떠올랐다. 나는 상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쩌면, 여전히 살아계신 건지도 모르지.”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발이 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시절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몽고의 고비 사막에 갔던 날들이 떠올랐다. 사막의 밤은 아름다웠다. 모래 언덕 위로 바람의 그림자가 지나가고, 낙타 목에 걸린 방울소리가 아주 먼 곳까지 퍼졌다. 해가 지면 잠시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다가 이내 불이 켜지듯 하나둘 별이 떠오르고, 달빛이 환해 책을 읽을 수 있던 곳. 그 밤, 가이드에게서 아름답고도 슬픈 얘기를 들었다. 몽고에서는 9월 무렵에 첫눈이 내립니다. 워낙 건조한 지역이라 9월의 첫눈이 그해의 마지막 눈이 되기도 하지요. 기온은 차갑고 바람은 거칠고. 그래서 9월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12월까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언제 내린 건지 알 수 없는 눈송이들이 얼굴 위로 차갑게 내려앉았다가 천천히 녹았다. 눈송이는 내가 오래전에 살았던 시간들 같았다.
    “수연아, 이 사람 누군지 알겠어?”
    상은이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모니터에는 인화한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촬영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병산서원 앞에서 예닐곱 명이 당시에 유행했을 법한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이었고, 혜수, 상은, 나, 그리고 같은 과 동기 몇몇이 보였다.
    “기억나? 우리 1학년 때 안동으로 문학 답사 가서 찍은 사진이야. 혜수가 옛날 생각나서 대학 때 앨범 보고 있었나 봐. 이 사람 누군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는데, 나도 영 기억이 안 나네.”
    상은이 가리킨 사람을 바라봤다. 내 머리 위로 장난스러운 손동작을 취하며 웃고 있는 남자. 이름은 물론 얼굴조차 처음 본 것처럼 낯설었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나는 코트를 단단히 여미며 상은을 바라봤다. 상은이 두른 검은색 목도리 위로 하얀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누구일까.”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 봤다. 그 순간, 나는 상은이 조금 희미해졌다고 느꼈다.

 

 

 

 

 

 

 

 

 

 

조수경
작가소개 / 조수경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 장편소설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가 있다.

 

   《문장웹진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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