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외 1편

[창작시]

 

 

이사

 

 

신영배

 

 

 

    이사는 서커스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작은북을 친다 그동안 나는 짐을 쌌다 나는 젤소미나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갈 수 있다 우리가 떨어진다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서커스를 망칠 셈이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전진한다 나는 까르르 웃는다 차르르 돌진한다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아이처럼 모자란다 차르르 타버린다 좋아! 불 지를 집을 향해 앞으로! 나와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지적장애가 있고 매를 맞는다 맞았다 집에 사는 동안 그리고 맞을 것이다 이사한 집에서도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나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나와 같은 아이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성냥불로 다 태워버릴 거다 요와 이불 그리고 모조리, 차르르
    그리고 뛰어내리는 거다 불타오르는 줄에서 그리고 떠도는 거다 연기와 함께 차르르 재와 함께 차르르
    차르르 이건 물소리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치는 작은북 이건 이사의 비밀

 

 

 

 

 

 

 

 

 

 

 

위장 취업

 

 

 

 

    그 작업장에서 시집은 찾을 수 없지 시집은 속도와 싸우고 있거든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석탄을 긁어내야 해 아주 빠르게 빠르게 더구나 시집은 어둠에 덮여 있어서 찾을 수 없지
    젤소미나가 죽은 해변은 여기서 멀지 않다 여기도 바닷물이 들어온다 물가를 걷다 보면 그 해변에 닿는다 그리고 만날 수 있다 죽어서 밀려온 수많은 얼굴들과
    시집은 안 좋은 꿈을 꾸었다 죽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꿈이었다 시집은 꿈을 꾸고 취직을 했다 작업장으로 들어갈 땐 산 사람처럼 보이도록 했다 작업장에서 나올 땐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얼굴이라 죽은 사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밥은 맛있게 남기지 않고 먹었다 먹고살기 위한 것을 드러냈다 계속 속도와 싸우는 일이었다 속도를 멈추는 버튼을 누구도 눌러 주지 않았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사발면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건 위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밤에 일하고 아침에 일을 마친 날에는 물가를 걸었다 계속 걷다 보면 젤소미나가 죽은 해변이 나왔다 시집은 그 해변에서 기다렸다 작은북이 울리고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얼굴을

 

 

 

 

 

 

 

 

 

 

신영배
작가소개 / 신영배

2001년 《포에지》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물모자를 선물할게요』, 『물안경 달밤』 등이 있고, 산문집 『물사물 생활자』가 있다. 김광협문학상·김현문학패·구상문학상을 받았다.

 

   《문장웹진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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