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

[제38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 시 부문 장원🏆]

 

 

지나가는 것

 

 

박다은

 

 

 


🔊 수상자의 목소리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흰 양말을 신고
    기차에 탄다

 

    신발을 벗지 않을 예정이기에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을 안다

 

    사람들은 어디에도 꺼내놓지 않을 흰 마음과 흰 계란을 준비하여 의자에 앉는다

 

    저 안에 노른자가 있을까
    저 마음에도 노란 꽃 한 송이 있을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의자는 달음박질치는 풍경만 바라보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떤 아이가 한쪽 다리를 꼿꼿이 세운 백로들 사이로 달려가고 어떤 언니가 걸어가는 남자들 앞으로 달려가고 어떤 공룡이 가까워지는 소행성을 등지고 달려간다

 

    마지막에 우린 어떻게 되지?

 

    흰 양말을 벗지 않으면
    흰 양말인 채로 죽게 되겠지

 

    유리창은 굉음을 지르고 난동을 피우지만 무릎들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홀로 살아남은 아이와 언니와 공룡의 결말을 확인하지 못한 채로 기차는 멈추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세상에 도착한다

 

    외투를 벗지 않을 예정이므로
    흰 마음을 숨기고

 

    지나간다 서로를

 

 

 

 

 

 

 

 

 

 

제38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수상작

구분 산문 아동문학(동화)
장원 박다은, 「지나가는 것」 오유경, 「미완의 영화」 안보라, 「친구까지 삼십 센티」
최영희, 「백발의 기수」
우수 김현진, 「달리기」 전앤, 「영화」

 

   《문장웹진 2021년 0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