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꿈틀책방(제1회)

[책방곡곡]

 

 

 

경기도 김포시 꿈틀책방(제1회)

박지원, 『열하일기1』(돌베개, 2017)

 

 

사회/원고정리 : 이숙희(꿈틀책방 책방지기)
참여 : 곽민희, 김보영, 양승주, 오민수, 최수이

 

 

 

 

 

    백 년이 넘은 김포 원도심의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꿈틀책방. 이 낡고 작은 곳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드나든 지 어느새 6년 차가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독서모임이 생겨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처럼 탄생한 모임에서 『열하일기1』을 완독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꾸준히, 함께, 우리 문학을 읽어 나갑니다. 코로나에도 지지 않고.

 

사회자 – 560쪽의 책을 낭독으로 읽어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열하일기1』을 읽은 소감을 나눠주시겠어요?

 

오민수 – 사람 박지원에 대한 그림이 좀 그려졌어요. 호기심 가득한 성격이 열하 여행에서 빛을 발했다고 봐요. ‘왜’라는 질문을 항상 품고 답을 찾으려고 애쓰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더군요.

 

곽민희 – 연암도 연암이지만, 조선이라는 시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가 이 책을 통해 연결된 느낌이에요. 조선시대에 관심이 없었는데 책 읽는 동안 조선에 발을 내디딘 듯 가까워졌어요. 구체적인 존재로 다가온 거죠. 역동적이었다고나 할까요.

 

양승주 – 정말 공감해요. 역사드라마를 통해서만 만들어진 추상적인 이미지가 당시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이나 풍습 등 다방면으로 구체화되더라고요.

 

곽민희 – 자연스럽게 이 당시뿐 아니라 앞뒤 역사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중국의 역사와 문학까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역사를 너무 몰랐다가 호기심을 품게 된 좋은 계기였어요.

 

김보영 – 반성도 많이 했어요. 풍자와 해학이 끊이지 않는 글을 읽는 내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색과 내 귀에 들리는 소리가 허상일 수도 있겠다,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겠다, 깨달았어요.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사람 사는 건 200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요.

 

최수이 – 서양 고전에만 익숙했는데, 학교 다닐 때 극히 일부만 알았던 우리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에요.

 

사회자 – 이 책은 서문 외에 압록강을 건너며 쓴 「도강록」, 심양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성경잡지」, 달리는 말 위에서 기록했다는 「일신수필」,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이야기 「관내정사」, 북경에서 열하까지의 이야기 「막북행정록」 이렇게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느 장이 제일 재밌었는지, 혹은 오래 마음에 남는지 궁금해요.

 

양승주 – 「도강록」에서 말한 ‘경계인’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경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상식적으로는 한양에서부터 시작했어야 할 여행기를 압록강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어요.

 

최수이 – 저도 「도강록」을 읽으며 ‘경계인의 자세’, ‘도는 경계에 있다’는 부분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특히 소똥과 여의주 이야기에 담긴 연암의 시선이 던져 주는 바가 컸어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것만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해주었으니까요. 카프카가 말한 도끼 같은 책이 저한테는 열하열기였어요.

 

양승주 – 맞아요.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저도 제 손에 있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여의주를 탐내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나에게 필요한 소똥경단에 집중하는 소똥구리 엄마가 되자고 결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쪽과 저쪽의 사이에 서면 중심과 주변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것, 여전히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오민수 – 경계에 선다는 것은 곧 내가 누구인지, 내 위치가 어디여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잘 아는 것과 같은 말 같아요.

 

사회자 – 경계에 선다는 것,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죠.

 

곽민희 – 저는 「일신수필」도 좋았어요. 이 장을 읽고 나서 저도 모르게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뜻이겠죠? 공자가 말했다고 하면 무조건 진리로 받아들이고 석가나 서양 사상가들이 한 말에는 코웃음 치는 분위기에서 연암은 고독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민수 – 저도 「일신수필」, 특히 머리말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짧은 글이지만 평소에 제가 고민하던 질문들이 문장마다 담겨 있더라고요.

 

 

사회자 –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과 마주하셨나요?

 

오민수 – “그러나 그들이 남의 나라에서 말을 배우고 머리가 세도록 글을 익혀서 불후의 업적을 내고자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요.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업적을 낸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그리 했을까, 자주 고민하던 거였어요. 학창 시절 이렇게 재밌는 책을 선생님이 제대로 소개해 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회자 – 대부분 시험 점수 따기 위한 연도 외우기에 급급했죠. 어떤 사건을 둘러싼 역사적 흐름, 지금의 나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면 역사든 다른 공부든 훨씬 재밌었을 거라는 생각 저도 어른이 되어 종종 해요.

 

오민수 – 그리고 하나 더, 마지막 장인 「막북행정록」에서 고북구를 떠나며 연암이 남긴 문장들은 뭔가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자기만의 장소에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 그림처럼 다가왔어요. 글을 쓰려는데 벼루 물이 없어 먹다 남은 술을 부어 먹을 가는 모습,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김보영 – 맞아요. 저도 「막북행정록」에 푹 빠졌어요. 책을 읽는 내내 연암의 열려 있는 마음가짐과 시선이 남다르게 다가왔지만, 이 장에서 이별을 표현하는, 독자의 애를 끓게 만드는 문장들은 더욱 좋더라고요. 마치 연기하는 사람은 울지 않으나 관객은 통곡하게 만드는 영화나 연극처럼 말이에요. 특히 이별의 최적의 장소로 ‘흐르는 물’에 비유했을 때는 무릎을 탁 쳤어요.

 

양승주 – 박지원은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문장가란 생각이 들어요. 위트도 있고.

 

최수이 – 박지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묘하게 감춰 놓고 찾을 수 있는 사람만 찾아봐라, 는 식으로 펼쳐 놓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요.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랄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보석을 하나씩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어요.

 

곽민희 – 타고난 글쟁이인 동시에 여행가죠.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버려요.

 

김보영 – 학식도 뛰어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사람인 것이 글에 드러나요.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을 줄 알고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랄까.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이요. 게다가 자연친화적이면서 고저장단이 있는 문장력을 가졌고요. 열하일기 이 끝에서 저 끝까지의 폭이 크고 다양하다 느껴졌어요.

 

사회자 –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김보영 – 고전들이 그렇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내가 이 책의 시대적·문화적 배경을 아는 만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죠. 웃기는 부분에선 더 크게 웃고 싶었고, 비트는 부분에선 더 통쾌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곽민희 – 박지원이 한문이 아닌 한글로 썼으면 어땠을까요. 물론 좋은 번역과 해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연암의 뛰어난 문장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충동도 생기더라고요. 물론 저의 한자 실력으론 이번 생은 어렵겠지요. (웃음)

 

양승주 – 저는 조선시대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어요. 제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그게 아쉬워요. 파면 팔수록 요즘 말로 하면 ‘덕후’가 많이 생길 분인데.

 

최수이 – 박지원이 살았던 때에도 그의 팬들이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소위 ‘연암체’가 유행하고 여러 필사본이 돌아다닐 정도였고, 결국엔 열하일기가 몰고 온 사회적 파장 때문에 정조가 반성문도 쓰게 했다잖아요. 그만큼 당시에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거죠.

 

양승주 – 충분히 그럴 만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만큼의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요. 일부분이 수능시험 문제로 나오는 것에만 그치기에는 아쉬울 따름이에요.

 

김보영 – 열하일기만이 아니라 우리 고전문학 전반에 대한 현상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무엇이든 빨리, 짧고, 쉽게 소비되는 요즘엔 어쩌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도 있겠어요.

 

 

사회자 –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연암의 비판 정신과 해학을 본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웃음) 사실 읽어 보면 이렇게 재미난데, 이 책을 막상 펼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맞잖아요. 두껍고, 어렵고, 게다가 책값도 싸지 않고. 주변에 어떻게 이 책을 권하시겠어요?

 

김보영 – 얼마 전에 연암 연구자인 박수밀 선생님께서 『열하일기 첫걸음』이라는 열하일기 안내서를 내셨는데, 이 책과 함께 보면 좋겠어요. 저도 훨씬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곽민희 – 사실을 말씀드리면, 2년 전에 혼자 앞부분 몇 장 읽다가 그만둔 경험이 있어요. 혼자 열하일기 한 권만 놓고 읽으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저도 열하일기와 관련된 책과 동영상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되었고, 무엇보다 ‘함께’ 읽으니 즐거웠어요. 누군가와 같이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무조건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양승주 – 높은 산에 올라가야 경치가 더 좋은 것처럼,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등산 과정이 힘들지만 그만큼 기쁨과 보람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개 처음 마음먹기가 어려운데, 저는 친구 따라 시작했어요. ‘우리가 언제 열하일기를 완독해 보겠느냐’ 하더라고요.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해요.

 

최수이 – 저는 혼자도 읽어 보고 함께 읽어도 봤는데요, 장단점이 있어요. 아무래도 함께 읽어 나갈 기회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완독할 가능성이 높고, 여러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으니 여러 번 읽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으니까요.

 

사회자 – 소위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의 함정이라면, 너무 유명해서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는 거죠. 학창 시절 국어나 역사 시간에 익히 들었던 열하일기를 우리가 드디어 완독을 했습니다. ‘나에게 열하일기란’ 한 마디로 표현해 보며 오늘 모임을 마무리할까요?

 

양승주 – 읽을 때마다 여행 떠나고 싶어지는 리얼 여행기이며, 옛 것을 배워서 지금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책이다.

 

김보영 – 높은 곳에서 풍경과 사람을 내려다보는 줄타기 곡예사가 떠오른다.

 

곽민희 – 청나라로 가는 여행기지만 독자에겐 조선시대로 가게 해주는 여행기다.

 

최수이 –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고, 옛날과 현재를 이어 주는 인연의 끈이다.

 

오민수 – 박지원도 보이고 열하도 보이는 여행기다.

 

사회자 –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우리 꼭 연암이 군수를 했던 면천에 가요. 당장 열하는 가보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연암 박지원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을 여행해 보고 싶군요. 그날이 곧 오기를!

 

 

 

 

 

 

 

 

 

 

 

 

이숙희
사회·원고정리 / 이숙희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 믿고 사는 책방지기입니다.

 

곽민희
참여자 / 곽민희

매일 달리고, 채식을 하며, 책을 읽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김보영
참여자 / 김보영

그림책과 시를 사랑합니다. 세상에 밝은 리듬을 뿌리는 삶을 추구합니다.

 

양승주

참여자 / 양승주

공연과 캠핑, 책을 좋아하는 과학 강사입니다.

 

오민수

참여자 / 오민수

여덟 살 아들과 동네책방 여행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요즘은 독서모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최수이

참여자 / 최수이

책을 이고지고 사는 여자입니다.

 

 

   《문장웹진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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