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파리공원
조해주
공원 한쪽에는 작은 코트가 있다
같이 해도 되나요?
농구 골대를 중심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서로 밀어내거나
서로의 뒤에 있거나
몸을 낮춘다
인기척이 가까워지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는다
드리블하는 동안에 공은
아주 잠깐씩만
바닥에 붙어 있다
점점 가늘어지는 공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혀질 때쯤
패스하려고 팔을 뻗는다
공이 벗어난 순간
이미 알고 있다
잠시 후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지 아닌지
타인의 손끝이 살짝 닿은 것만으로
날아가던 공의 각도는 바뀌고
코트 바깥으로 튕겨 나간다
하고 있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공이 놓인다
나는 멀찍이 서 있는 사람을 부른다
저기요,
그것 좀 이쪽으로
최근
서재 같은 분위기의 카페
책은 자유롭게 꺼내어 보아도 좋다
최근에는 이런 곳이 많아
나도 들어와 본 건 처음이야
나는 그와 만나
최근 들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었다던데? 익사라던데?
그가 말하자 나는
죽은 건 맞지만 최근은 아니라고 답한다
길쭉한 메뉴판을 그의 앞으로 놓아 준다
시곗바늘이 돌아가듯
빨대가 구부러진 채 몇 번 원을 그리려고 시도하다가
멈춘다
무슨 일 있었어? 그가 묻고 나는
있었던 건 맞지만
최근은 아니라고 답한다
아주 오래전에 산 마요르카 여행 잡지를
그에게 건네는 순간처럼
나는 지금 말한다
한 달 전에는 스페인 시골 마을에 살았고
작년에는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또 보자
인사하고 뒤돌아서서 걸어가면
간판 불이 꺼지듯 눈 깜빡할 사이에 여름은 끝나고
어느 날 그는 바다 한가운데 누워 둥둥 떠가고 있다
대책 없고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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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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