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미용실 외 1편

[신작시]

 

 

라라미용실

 

 

함순례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손재주 살려 생, 활을 꿈꾸는 라라가 있지. 할 수 있을 거야, 하면 되지, 몸에 좋은 말들을 골라 우리 동네 모퉁이에 인생 2막의 무대를 연 주인공. 역병이 창궐하니 시간차 두고 손님을 맞는 시간에도 아내이고 엄마라서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고 아이 온라인 수업과 빨래와 설거지가 우물우물 밀려오는데, 옥수수수염처럼 금세 자라는 머리카락들이 풀어놓는 수많은 얘기, 조용하고 다정히 쓰다듬을 줄 아는 여자가. 아무튼 오늘은 내 마음의 수리공으로 돌아와 손톱 밑 가시 같은 불안을 싹둑싹둑 자르고 다듬고 있는 여자가. 자르고 잘라도 몸속에서 자라는 어떤 슬픔과 투정 쓸어 모아 저녁놀로 물들이는 여자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라랄라 허밍을 밀어내는 새싹보리 같은 여자가.

 

 

 

 

 

 

 

 

 

 

사랑해

 

 

 

 

    이 둥근 말을 이 다정한 말을 왜 누르고 살아야 하지? 말없이도 알아듣고 말없이도 통하면 얼마나 좋아. 모르겠는 걸, 도통 모르겠는 걸 어떡하냔 말이지. 쑥스럽다거나 헤퍼 보인다는 것도 다 꼰대들의 철벽이지. 사랑해사랑해사랑해 호접란에 물을 줄 때마다 속삭였더니 윤기가 도는 이파리 좀 봐. 피어나는 꽃잎을 봐. 그냥 미소가 번지잖아. 웃음이 툭툭 터지잖아. 온몸에 향기가 돌잖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말이 아무것이 되어 마술을 부리게 되지. 역병의 그늘도 뒤집을 수 있는 이 말랑말랑한 말을 이 뜨거운 말을 왜 아끼고 살지?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너는 나는.

 

 

 

 

 

 

 

 

 

 

함순례
작가소개 / 함순례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시와사회》로 등단.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울컥』.
한남문인상·아름다운작가상·충남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작은詩앗〮 채송화> 동인.

 

   《문장웹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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