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질문 외 1편

[신작시]

 

 

명절의 질문

 

 

서효인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아직 잘 설명할 수 없어서
    어른이 덜됐다고 느낀다
    어른이 뭔데?
    아이는 악마처럼 입에서 불지옥을 뿜는다
    할머니를 어머니로 두는 것이지
    왜?
    너 때문이지
    왜?
    지옥의 입구를
    가래나 호미로 막고 싶다
    가래와 호미의 생김새를 모르듯
    네 할머니의 불행과 행복을 나는 모른다
    한 번도 관심이 없었고
    그걸 아이는 확인받으려 하는 것 같다
    왜? 할아버지가 둘이야?
    나는 입이 무거운 농사꾼이 되어
    땅을 고른다 거기에
    너무나 많은 마늘이 있었다
    왜냐면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할아버지가,

 

 

 

 

 

 

 

 

다이 하드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죽음을 생각한다
    이곳에서의 사고사야말로 최대한의 자연사다

 

    내가 죽으면 보험회사 직원이 출동할 거고 어제 마신 술이 덜 깬 덤프트럭 운전자에게도 선량함이 깃들어 있을 테고 중학생 자녀라거나 갚아야 할 대출이라거나 하는 게 있을 테다
    내가 죽으면 아내는 보험회사에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것이며 운전을 더욱 무서워할 것이며 서류는 꼼꼼하게 잘 낼 것이다 갚아야 할 대출이라거나 하는 것은 여기에도 남을 테다
    내가 죽으면 서울 서쪽 병원의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모여 웃거나 울 것이다 아직 젊은 축이니 우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갈수록 울 일이 없으니 이를 기회 삼아야 할 테다
    내가 죽으면 이런 방식의 자연사를 기리면 좋겠다 그날 아침도 그는 회사에 가기 싫어했으며 그 싫어함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아침이었다고 그것은 자연의 귀감이 될 테다
    내가 죽으면 덤프트럭이 좌회전하기 전에 내가 스마트폰을 들어 트위터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주길 바란다 알 만한 사람도 없고 궁금해할 사람도 없을 테다
    내가 죽으면 어린 딸들은 없는 아빠를 찾아 무척이나 울다가 그 울음이 몸에 스며들어 문득 부서질 듯 아프기도 하겠지만 세상에는 미안하지만 미안해할 수도 없는 일도 있을 테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미친놈처럼 운전하는
    사람이 꼭 있어서 평소에 안 하던 욕을 자연스레 사고처럼
    하게 된다 저 새끼가 뒈질라고 환장했나

 

 

 

 

 

 

 

 

 

 

 

 

 

 

 

 

 

서효인
작가소개 / 서효인

1981년생,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가 있다.

 

   《문장웹진 2020년 10월호》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