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외 1편

[신작시]

 

 

소유

 

 

권누리

 

 

 

    나 어느 날 산 적 없는 병 가지게 되었어요.
    병은 투명하고 솔직합니다.
    나는 이제 기침하다가 깨버릴까 봐서 물도 많이 마셔요.

 

    지금 나 고개 뒤로 꺾는 것
    보고 있지요.

 

    이 일은 하늘 보기 위함이 아니고요, 나는 이런 일에 조금 슬퍼지고요,

 

    하지만 이런 일에 조금씩 슬퍼지는 것이 나의 병입니다.

 

    작고
    연약한

 

    이것은 깨지기 쉽고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가끔 손 안에 담아 볼 수 있지만 세게 쥐어 볼 수는 없지요. 마음껏 도망쳐 버리라고 가만 풀어 두었는데 내 방 안에서만 실컷 뛰어다니네요. 이리저리 마구 어지르네요.

 

    세워 두었던 물건이 쓰러져요.
    도미노 게임이 하고 싶었어요?

 

    끝에서부터 쓰러지고 있는 나의 중간을 재빠르게 쳐내는 일
    그거 필요해요.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오래 세워 두었네요.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야 했는데 나는 가끔 잔뜩 맞으며 온통 젖어 가며 맨몸으로 달리고 싶었고요.

 

    어느 순간 멈춰 섰을 때 그곳이 낯선 동네면
    집으로 얌전히 돌아가는 방법에 관해

 

    이제는 알고 싶어요.

 

 

 

 

 

 

 

 

주정

 

 

 

 

    지금 내 비밀 하나 고백하려구 나의 영생에 관해 말해 주려구

 

    길 걸을 때면 눈이 부셔 나는 바닥을 보고 걷는단다
    가끔 골목은 몸을 일으키고 나는 거기에 바짝 붙어 엎드려
    무지개 같은 걸 보면 그날은 운세가 좋을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죽지 않을 거지만

 

    그 길가에서 높은 턱에서 뛰어내릴 때 아래로 발 디딜 때
    망설임은 십오 센티미터보다 길게 늘어나네
    그것은 내가 만질 수 없는 어린 벌레처럼 요리조리
    내 앞을 돌아다니고 나는 땅을 밟을 수 없어 아니?

 

    깊은 잠 들고 나서 한참 뒤에야 깨어나도 내 걱정 마
    꿈에서야 비로소 꽥 죽을 수 있게 되는 나의 생애
    나 꿈속 그 명부에서 내 이름 지운 인간을 알게 되기도 해

 

    너 내가 평생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구나

 

    하지만 우리가 함께 걸은 길거리의 희고 푸른 풍경이
    천천히 재빠르게 바뀌어 가는 걸 긴 시간 지켜볼 때 느끼는 건
    행복과는 멀리에 있는 그런 마음

 

    내가 아는 비밀 새로 고백하려구 나의 불멸과 너의 필멸

 

    아는 걸 모두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저기서부터 날아오는 저 공 곧장 피하지도 못하고 맞아버리겠지만
    이마에 난 혹을 만져도 나는 죽을 수 없는 사람

 

    너의 어디쯤을 생각해 너의 테두리 너의 형태
    아무래도 모난 데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우리의 초록빛 비 내리는 한낮의 길 그 풍경을 영영 잊고 싶지는 않더라구

 

 

 

 

 

 

 

 

 

 

 

권누리
작가소개 / 권누리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문장웹진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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