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의 대립 외 1편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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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도봉구의 대립

 

 

이장욱

 

 

    그는 높은 곳과 낮은 곳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도봉구에서 외로웠다. 기독병원 5층
    또는 지하식당에서

 

    도봉구의 생활은 너와 나 사이에서 흘러갔는데
    그것을 고체와 기체 사이라고 불렀는데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고
    드디어 전생과
    기일 사이라고

 

    하지만 결국
    격투에 가까운 것

 

    그는 화를 내지는 않았다. 도봉구에 가득한 음극과 양극을 잊은 사람 같았다. 소박한 불행을 떠올리고 사소한 의무를 행하는 이들과 함께
    도봉구의 드넓은 사막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악마의 얼굴을 한 거대한 모래바람 속으로. 헛된 진실과 진정한 헛것들 속으로
    추한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추함을 향하여
    김밥천국과 김가네 김밥의

 

    격돌 속에서. 그는 식사를 하려고 했다. 덮밥이라든가 라면 같은 것으로
    통성기도와 함께

 

    밤의 외로움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낮들이여! 행인의 전진을 모르는 승용차들이여! 여당과 야당의 플래카드들이여! 이마트와 신창시장의 매출액이여! 동남아인의 월급과 사장님의 욕설이여! 그리고…
    너!

 

    나가요, 나가! 꺼지라고!
    우리는 죄인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성자입니다 여러분!

 

    지옥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 모든 것이 도봉구의 대립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끝까지 걸어가면 당도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의상

 

 

    한 벌의 옷을 사고도 인생을 산 것 같았다.
    내가 지금 토끼 가죽을 입은 것인지
    다른 사람을 구입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 짠 관에 누운 것인지

 

    그것을 입고 외출을 했다.
    버스를 타고 꾸벅꾸벅 졸다가
    간을 꺼내 바위에 널어 말리고 다시
    숲으로

 

    옷은 흔한 비유지만 그것이 겉과 속은 아니다. 현실과 꿈은 아니다. 진심과 가면도 아니다. 제발
    현상과 본질이

 

    온몸이 다 삭아지고 녹아지고 지워질 때까지
    그것이 되어가는 것이다.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다.
    용왕을 만나는 것이다.

 

    아, 넌 유행을 몰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현실과 현상과 가면을 지나갔다. 혜화역이라든가
    산호초 곁을

 

    심해의 승강장에 서 있는데
    너무 오래 살아온 자라 한 마리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는 임무가 있다고 했다.
    의상에 손을 대고
    깊고 깊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장욱 시인
작가소개 / 이장욱

– 1994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 있음.

 

   《문장웹진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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