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온다 외 1편

[신작시]

 

 

한 사람이 온다

 

 

김사리

 

 

 

    폭설이 쏟아진다
    당신의 풍경 속으로 한 사람이 온다

 

    풍경에 갇히는 건 나를 내 안에 들이는 일
    울타리를 가지는 일이다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폭설을 견딘다
    밤의 연못에 수장된 한여름처럼

 

    추위에 떨며
    신호등처럼 깜박이는 사람
    물 위를 걸으며 녹고 얼기를 반복하던 심장이
    다시 뛰기를 기다린다

 

    발꿈치부터 사라지는 사람
    자기 그림자를 갉아먹는 사람
    잃어버린 별이라고 착각하며 검은 돌을 줍는
    한 사람이 온다

 

    얼음 위에 비친 별이 처음 그 별이 아니듯
    거울에 비친 돌이 차갑게 식는 동안
    울타리 밖으로 조금씩 새고 있는 눈사람처럼

 

    견고할수록 쉽게 녹아내린다

 

    가시에 찔려도 울타리는 울타리

 

    사람의 눈이 빛난다
    슬픔이 쏟아져 내린 연못

 

    검정돌이 다시 별이 되어 깜박일 때
    풍경은 유니콘이 된다
    마침내 당신,

 

 

 

 

 

 

 

 

 

 

 

 

 

 

 

파란

 

 

 

 

    나야 뭐,
    머리맡에 놓인 물잔
    지나가는 뜬구름

 

    침대 아래 떨어진 베개이거나
    단물 빠진 풍선껌이거나

 

    눈빛은 말하지
    끊을 수 없는 갈증이라고

 

    눈빛은 알고 있지
    태풍의 길목을 벗어난 건 얼마나 다행인지
    바람 없이도 휘날리는
    고루한 삶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지

 

    깨진 컵을 버리는 시간
    컵이 깨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 장르

 

    눈 속에 빠지면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고집 센 파랑
    찻잔 속 태풍
    빨강에 휩쓸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파랑
    카멜레온처럼 열대성 저기압

 

    깨진 컵은 파란,
    죠스바처럼 혓바닥이 파래
    당신 웃음은 해풍에 말린 오징어 냄새가 나
    피항(避港)은 잿빛 구름의 여정일 뿐,

 

    파란의 세계에 빠지려면 컵과 물이 필요해
    나는 파란 유리컵이 되고 있어
    초입이 미끄러워
    두 손에 낡은 구두를 벗어들고,

 

 

 

 

 

 

 

 

 

 

 

 

 

 

 

 

 

김사리 작가소개 / 김사리

경남 밀양 출생. 2014년 계간 《시와사상》 등단. 시집 『파이데이』(현대시 기획선 27, 2019).

 

   《문장웹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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