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익조를 보았다 외 1편

[신작시]

 

 

하익조*를 보았다

 

 

김은령

 

 

 

    그곳이 그의 은신처였다는 것
   비를 맞으며
   유등연지 바라보다 알았다
   무염청정의 백련송이가
   그의 쑥 내민 대가리였다니
   푸드덕, 푸드덕 수면을 치며
   물기를 털어내는 둥글고 넓은 잎이
   한 방울의 물도 스며들 수 없게 기획된
   그의 숨겨 둔 날개였다니

 

    나는
   전설의 그 새가 연꽃으로 숨어살다가
   둥근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을 준비하는
   순간을,
   그 비밀스런 순간을
   본의 아니게 훔쳐보게 되었다

   *  荷翼鳥 : 필자가 만든 조어(빗물을 털어내는 연잎이 새가 퍼덕이는 날개 같았다.)

 

 

 

 

 

 

 

 

 

 

 

 

 

 

는개

 

 

 

 

    어쩌다 남해를 지나게 되었다
    접혀진 파라솔이 일렬로 도열한 상주해수욕장은
    몇몇의 가족들로 그리 쓸쓸하지 않았다
    일렁이는 부포 너머는 는개로 자욱했고
    상처 없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무너졌다

 

    참 몽환적, 이라 말하니
    저 속에 들면 어슴푸레 젖지요. 한다

 

    비 같지 않은 비는 내리고
    저 멀리 도솔암,
    비 같지 않은 비에 젖어 아득했다
    도솔암도 이쪽이 아득했으리
    그냥… 젖은 채로 밤이 왔고
    도솔과 아수라의 경계도 지워졌다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감추어도 주었다

 

    우리는 때로
    스멀스멀 내리는 것들에게
    그렇게 젖고 만다

 

 

 

 

 

 

 

 

 

 

 

 

 

 

 

 

 

김은령 작가소개 / 김은령

1961년 경북 고령 출생. 1998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으로 『통조림』, 『차경』, 『잠시 위탁했다』가 있음.

 

   《문장웹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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