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외 1편

[신작시]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8

 

 

김신용

 

 

 

    아무리 파리 한 마리라도 날개를 뜯지 않고서는 보내주지 않는 세상이라지만
    산 1번지 달동네가 관광지가 되고, 역 앞 빈민굴 쪽방이 일일체험 숙박시설이 되고
    지난날의 청계천 움막 판잣집이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는 것을 보며
    상전벽해라는 말을 떠올린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는 것
    전혀 예기치 않았던 것들이 오늘의 현실이 되는 것
    만약 내가 지금 달동네를 찾는 관광객이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시부랑탕! 빗방울 하나도 차가운 시선의 바이러스처럼 파고들던
    지난날의, 남산공원의 노숙의 벤치를 떠올릴까?
    아니면, 오늘날의 슬립 캡슐 같은 창신동 개구멍 방을 떠올릴까?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쪽방을 여섯 개의 단위로 쪼개어
    마치 관짝을 얹어 놓은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
    여섯 명의 사람이 애벌레처럼 기어들고 나오던, 그 개구멍 방
    사람이, 정말 칸칸의 구멍 속에 박힌 애벌레처럼 보이던 방
    혹시 그 개구멍 방을 만들어 놓으면, 서울 관광의 기막힌 명소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기발하고 참신한 상상력을 떠올리지 않을까?
    왜냐하면, 방 하나의 하룻밤 숙박비를 여섯 명으로부터 징수할 수 있으니까
    집 소유주에게는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혹시 나 또한 그런 기똥찬 아이디어의, 빈곤 비즈니스를 떠올리지 않을까?
    그래, 구걸꾼에게서도 뜯어먹을 게 있는 것이 세상이므로―, 또 뜯어먹고 사는 세상이므로―.
    다른 사람에게는 눈요깃감의 관광이지만
    지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욕스런 현실인데도
    그것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수단이 되는
    마치 고래 뱃속처럼, 아무리 헤쳐 나와도
    아직도 그 고래 뱃속인 것처럼

 

    그러면 지금 나 또한 그렇게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파리 한 마리도 날개를 뜯지 않고서는 보내주지 않겠다고, 눈을 빛내며―.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11

 

 

 

 

    울음에는 뿔이 있어야 한다고, 명치끝을 쿡 찌르고 들어와
    막힌 벽을 뚫고 바위의 땅을 경작하는 쟁기 같은 뿔이 있어야 한다고
    지난날, “누가 우주를 노래하라 하는가?”라는 시에서 쓴 적이 있다
    나는 그 시를 시집에도 넣지 않고 까맣게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오늘 묵은 원고를 뒤적이다 그 시를 발견하고는, 아연해진다
    알코올중독의 지게꾼 아비의 시신을 문 밖에 내어놓고, 봉제공장에서 찾아온 어린 딸이
    가마니에 덮인 주검을 경찰 앰뷸런스가 싣고 가는, 그 길바닥에서의 장례를
    빈민굴의 골목에 숨어 야위고 지친 몸 떨며 지켜보고 있을 때
    소리개 한 마리 공중에 높이 떠 있는 것, 저문 하늘을 하염없이 기러기 날아가는 것
    그것을 울음이라고 슬픔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라고 쓴, 시
    젖먹이가 구걸의 소도구로 일당에 팔려가고, 그 아이의 어미인 늙은 창녀가
    빈민굴의 더러운 골목에서 벌거벗은 채 뒹굴며 발광을 하고
    날품팔이 주정꾼들이 소주병을 깨어들고 제 뱃거죽을 북 긋고
    그 상처에서 햇살이 붉은 혀를 날름일 때,
    저녁 개밥바라기로 뜬 저 별, 누구도 목을 축인 적 없어 더욱 만삭으로 부푸는, 달의 물―.
    그것을 눈물이라고, 폐부를 그렁이는 울음일 수 없다고 쓴, 그 시
    나는 왜 그 시를 버렸을까? 서툰 형상화 때문이었을까?
    그 ‘울음의 뿔’이 내게도 무거운 짐처럼 느껴져서일까?
    그래도 그 시를 찢어버리지 않고 책상 서랍 깊숙이 묻어 두었다는 것은
    그 울음을 잊고 싶지 않다는, 버리고 싶지 않다는 내 무의식 같아서
    오늘, 혼자 중얼거린다. 그래, 울음에는 뿔이 있어야 한다고―,
    명치끝을 쿡 찌르고 들어와 막힌 벽을 뚫고 바위의 땅을 경작하는, 쟁기 같은―
    의식이 부러지고 정신의 살거죽이 문드러져도, 다만 우직하게…
    되새김질의, 그 한없는 반추처럼 돋아나는 뿔이―.

 

 

 

 

 

 

 

 

 

 

 

 

 

 

 

 

 

김신용 작가소개 / 김신용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 1집에 「양동시편 -뼉다귀집」 외 6편으로 등단.
시집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환상통』 외.

 

   《문장웹진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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