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차방책방(2회)

[책방곡곡]

 

 

 

대구 차방책방(2회)

지금, 여기, 한국 문학

『화이트 호스』 강화길

 

 

사회/원고정리 : 이재은
참여자 : 이재진, 홍지훈, 신해리, 김수운

 

 

 

 

 

    대부분의 경우 보편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이미 남성 권력 위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학에서 여성 캐릭터는 수동적이고 희미한 대상, 가부장제도의 요소로 등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이 주인공인 서사가 자주 생겨나면서 가부장제를 벗어던지고 대상화로부터 자유로워진 여성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획일적으로만 그려지던 여성 캐릭터에 색채를 입히며 단단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를 함께 읽고 나누며 지금, 여기, 한국 문학이 그리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사회자 : 몇 년 사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졌어요. 그중에서도 강화길 작가의 행보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달에는 강화길 작가의 신작, 『화이트 호스』를 함께 읽었죠. 다들 어떻게 읽었나요?

 

신해리 : 처음 읽었을 때는 무서웠어요. 이미지나 상황들이 구체적이고 여성 화자가 중심에 있는 이야기다 보니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서 세세하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이나 몰입감이 엄청나서 놀라기도 했어요.

 

홍지훈 : 여성 서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읽었는데 작가의 문장 자체가 굉장히 날카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릴러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재진 : 『괜찮은 사람』을 통해서 강화길 작가를 처음 알았고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기대감이 있었어요. 읽는 내내 역시 강화길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일상적인 상황이나 소재로 감정들을 드러내서 더 스릴러처럼 다가왔어요.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감들을 잘 표현해 낸 책인 것 같아요.

 

이재은 : 두려움과 공포를 기반으로 감정이 정점에 이르는 과정이 생생했어요. 외부의 자극과 내적 갈등이 대립하는 순간이 합쳐져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감정들이 툭, 툭 터지는 것들이 좋았어요. 캐릭터가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라는 느낌도 받았고요. 누구도 마냥 선하기만, 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그려 줬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 다들 비슷하게 스릴러처럼 읽기도 하고 여성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었네요. 단편들을 살펴보면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있고 여성 화자가 중심에 있잖아요.

 

신해리 :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감정이입이 더 잘 되는 건 있어요. 특히 이 책은 여자들이 일상 저변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잘 끄집어냈다고 생각했어요.

 

이재진 : 맞아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두려움? 「서우」에서 택시를 탈 때 느꼈던 그런 감정들? 혹시 남자들도 택시 번호판을 외우거나 메모해요? (홍지훈, 김수운 : 일부러 하진 않죠) 일상에서 남자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여성 화자가 있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여성들은 다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대변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홍지훈 : 책을 읽으면서 「음복」이나 「가원」을 통해서는 엄마를 많이 떠올렸어요. 뒤에 나오는 「오물자의 출현」에서는 여성이 소비되는 방식이나 SNS 등에 대한 소문 같은 것들도 생각하게 됐고.

 

신해리 : 여성들의 감정은 늘 배제되는 것들을 보면서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음복」을 읽으면서 남자들은 당연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를 안 하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부당함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김수운 : 책에 나오는 남자들을 실제로도 많이 봐요. 정작 저도 어떤 상황에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눈치 없이 있을 때도 있을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몇몇 상황에서 답답했는데 저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사회자 : 이렇게 듣다 보니 다양한 감정의 흐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음복」, 「가원」은 가족을, 「손」은 공동체를, 「서우」, 「오물자의 출현」은 사회를, 「화이트 호스」, 「카밀라」는 개인의 영역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었어요.

 

신해리 : 「음복」을 읽으면서 한국형 스릴러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녀의 역할이 많이 무너졌지만 제사라는 제도를 통해서 허물어지지 않는 경계가 남아 있고 여자가 안고 가야 하는 것에 대해 감정을 쌓아올려서 날카롭게 터뜨렸잖아요.

 

이재은 : 할머니-고모-시어머니-세나(주인공) 이 여성들의 관계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가부장 제도를 보여줬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어요.

 

이재진 : 「가원」을 읽으면서 딸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제 딸은 우리 아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구나.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보다 자기랑 더 많이 놀아 주고 예쁘다고 해주고 맛있는 거 사주는 사람을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걸 보면서 주인공도 어린 시절 느낀 감정들을 통해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신해리 : 내가 미워하는 할머니는 같은 삶을 반복하지 않도록 진정으로 사랑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할머니 때문에 미칠 것만 같고 나를 ‘나의 인생, 나의 삶, 나의 미래를 자신의 무엇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73쪽) 할아버지는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갈등의 고리인 것 같아요.

 

김수운 : 정우처럼 살지 말자. 박윤보처럼 살지 말자. (웃음) 남자들은 진짜 문제가 많네요. 저도 읽으면서 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품에서 할머니가 자기 손녀를 누구보다 엄하게 키우잖아요. 옛날에는 남자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쳤잖아요. 사실 할머니의 교육은 잘 되라는 사랑인데 그래서 마음이 찡하면서도 씁쓸하고 찝찝했어요. 사랑이라는 것이 어떨 때는 예쁜 사랑으로 어떨 때는 나쁜 사랑으로 나뉘게 되는데 사람마다 각자 사랑하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아닌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재은 : 가원이라는 이름이 원래는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이름이래요. 작품에 나오는 집은 돌보아야 하는 집으로 나오잖아요. 이 작품에서 여자란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나오는데 할머니의 주체성을 통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줬잖아요. 그런 의미로 제목이 큰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홍지훈 : 「손」은 이미 권력구조가 형성된 작은 공동체 내에서 외부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결속력이 강한 집단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바꾸려고 애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읽었어요.

 

김수운 : 작은 시골마을에서 이장은 권력의 상징인데 이장의 부정적 행위를 들춰내려고 하는 것이 주인공이잖아요. 마을에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 없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었는데 손 없는 날 나타난 이 사람 때문에 마을의 행사를 망치죠. 학생들에게 교사라는 권력을 사용하는 이장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권력구조를 흔드는 ‘손’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신해리 : 저는 사실 강화길 작가가 작품의 소스를 현실 세계에서 많이 가져온다고 생각했는데 「오물자의 출현」도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어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부분들만 보고 듣고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유통시켜서 그걸 믿게 만들고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도록.

 

홍지훈 : 맞아요. 전형적인 언론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에 나오는 글들과 가십, 찌라시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고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것들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진실마저도 진실로 믿지 못하게 묻어버리는 혼잡한 지금의 사회.

 

이재진 : 오물자라는 말이 인형인 줄 처음 알았어요. 사실 인형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 사는 거잖아요. 주인공인 김미진 씨도 그렇게 구성된 것이 아닐까. 실제의 김미진 씨는 없고 특출 나지 않아서 가십의 중심에 있는 인형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재은 : ‘가십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가십에 불과한 법이니까. 알면 됐고, 모르면 또 됐고, 뭐 그런 거 아니겠나.’(183쪽) 마지막 문장이 와 닿네요. 사회가 한 개인을 이미지로 소비하는 방식과 여성에 대한 대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홍지훈 : 「화이트 호스」는 반대로 작가가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작가의 진취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희망이 담긴 작품인 것 같았고 강화길 작가 스스로가 하려는 것을 공유해 준 것 같기도 해요.

 

사회자 : 『화이트 호스』를 읽으면서 인상 깊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신해리 : 공간 구성을 진짜 잘하는 것 같아요. 화장실과 부엌 같은 장소는 여성이라는 젠더성이 짙은 공간이잖아요. 화장실은 여성이 숨어서 우는 장소, 쉬는 장소로 그려질 때가 많고 부엌은 항상 여성의 전유물처럼 다뤄지니까요.

 

이재은 : 부엌, 화장실 등의 공간도 그렇지만 사실 젠더성을 가지는 단어를 잘 배치하는 것 같아요. 「손」에서 아무 설명 없이 베트남 여자였다, 라고 서술한 문장, 「오물자의 출현」에서 인형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좀 더 나가면 단어가 가진 정치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재진 : 저는 택시를 타는 건 일상적인 건데 「서우」에서 표현된 많은 것들이 실제로 제가 하는 행동이라 인상 깊었어요. 기사의 정보를 확인하고 뒷좌석에서 바라보는 기사의 오른 얼굴에 대한 기억이나 택시의 소속과 번호를 기억하기 위한 행동 같은 것들이요.

 

김수운 : 저는 「음복」에서 시어머니가 아들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며느리에게 말하는 부분에서 실제로 우리 엄마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름 돋았어요.

 

사회자 : 수록된 단편 중 좋았던 작품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재은 : 저는 「서우」가 너무 좋았어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젠더에 대한 이미지를 정확하게 설명했고 이 젠더성이 엎어지는 순간, 뒤바뀌는 순간 두려움의 크기가 어떻게 커지는지가 잘 보였어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감정의 순간 같은 것들도 좋았고요. 그리고 결론적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서 작가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신해리 : 「카밀라」에서 좋았던 건 남성-여성 이성 간의 연애가 아닌 여성-여성 간의 관계였어요. 젠더성을 파기하자 드러나는 아이러니함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퀴어소설을 읽을 때 주로 성애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성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보여요. 여성의 행동, 직업 같은 것들을 드러내지 않고 이름을 사용하고 성별을 알 수 없는 행동들 등으로.

 

김수운 : 저는 지금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음복」과 「가원」이었고 그래서 제일 몰입하면서 읽었어요.

 

사회자 : 우리가 함께 읽었던 김초엽 작가의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 모두 여성 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들인데 이런 작품들이 최근에 더 자주 읽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수운 : 여성들의 시선이나 목소리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생겼어요. 매체를 통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제한된 사람들의 제한된 목소리가 세상의 것이라고 말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목소리들을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매체, 플랫폼이 생겨나서 세상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죠.

 

이재진 : 저는 사실 한 사람의 소유라고 여겨졌던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세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내는 세대가 되었다는 정도?

 

홍지훈 : 비슷하긴 한데 전보다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고 어떤 사회적인 현상에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녀 역할에 대한 구분이 있던 세대에서 구분이 사라져 가면서 가치 대립들이 생겨나고,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여성들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여성 서사의 글들이 읽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이재은 :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사회구조도 서사도 당연히 남성 중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가부장제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이런 방식들을 통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게 한국 사회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회자 : 오늘도 다양한 읽기로 이야기를 나눠서 고맙습니다. 오늘의 한줄 평 해볼까요?

 

신해리 : 여자에 의한 여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삶 이야기.

 

이재진 : 강화길이 강화길 했다!

 

김수운 : 여성 서사에 첫발을 내딛은 순간.

 

홍지훈 :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책.

 

 

 

 

 

 

 

 

 

 

 

 

 

 

 

 

이재은

사회 / 이재은

서점주인. 느리게 자라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편

 

이재진

참여자 / 이재진

일, 육아, 내 인생 모두 즐겁기를 바라는 3n살

 

홍지훈

참여자 / 홍지훈

평범한 직장인 아무개 입니다

 

신해리

참여자 / 신해리

춤추는 사람입니다:)

 

김수운

참여자 / 김수운

평범하게 회사 다니는 내일의 축구왕

 

 

   《문장웹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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