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 외 1편

[신작시]

 

 

유실

 

 

김건홍

 

 

 

    버스가 다시 움직인다. 턴을 하여 이 구간을 빠져나간다. 유연하다. 오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린다.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살펴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환한 불빛 아래 그가 서 있다. 밤중에 그를 만나 기분이 좋다. 그에게 하려던 말이 있었는데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와 함께 케이크를 퍼먹는다. 케이크 위의 하얀 장미를 깨트려 먹는다.

 

 

 

 

 

 

 

 

 

 

 

 

 

 

 

초목으로부터

 

 

 

 

    초목으로부터 고양이가 나타난다. 공터로 유유히 들어와 나를 물끄러미 본다. 고양이로부터의 나. 점화를 기다리는 내가 나타난다. 나는 마른 자갈과 모래들을 치운다. 맨바닥이 드러난다. 너를 맨바닥으로 불러들이고 싶다. 함께 횃불을 들고 싶다. 다만 초목이 움직이는 소리로부터 누군가 나타난다. 하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초목으로부터 자유로운 공터에서 나는 그를 따라 한다.

 

 

 

 

 

 

 

 

 

 

 

 

 

 

 

 

 

김건홍 작가소개 / 김건홍

2020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등단.

 

   《문장웹진 2020년 8월호》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