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던 개와 천도재를 외 1편

[신작시]

 

 

기르던 개와 천도재를

 

 

고명재

 

 

 

 

    네가 땅을 디디며 신나게 달려나가자 내 눈은 황톳길처럼 붉어진다 산에 오니 너는 꽤 즐거워 보인다 여기 살래? 나비는 죄다 여기 모였네 슬플 때 승들은 저걸 그린대 단청이 눈에 푸르게 박히고 나는 단청을 그리는 승의 등을 상상해 본다 능선이 멀리서 뒤척거린다 나의 개가 순간 조용해진다

    기르던 개가 화장火葬을 이해 못할 때
아직 불 속에 네가 있는 줄 알 때

    너를 태우고 녀석이 불을 핥으려 한다 아직 칼을 핥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움이 심한 날엔 강변에 간다 두 시간쯤 녀석은 강을 핥다가 입이 헐어 내 곁에 가로 눕는다 나는 지친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개들은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고 하던데 탄광 속에서 너는 우리를 빛처럼 봤구나 단청을 그려도 이제는 저녁만 보겠네 개의 눈 속에 강물은 반짝거리고 나는 칼춤을 추는 마음을 알 것도 같고 그렇게 개와 나와 승들은 저마다 뭘 좀 잊어 보려고 함부로 눈이 다 타버렸네

 

 

 

 

 

 

 

 

 

 

 

 

 

 

Love is always part of me*

 

 

 

 

    네가 모는 자전거 뒤에 비스듬히 앉아서
    구두코를 스치는 유채꽃들을 보는 것
    아름다운 수동성
    옆으로 흐르는
    작은 풀꽃과 톱니와 자갈의 강물

    너는 뒤에 앉은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숨을 색색거리며 은빛 페달을 밟고
    나는 너의 따스한 배에 양손을 얹고
    왼편의 풍경 속으로 나아간 것인데

    곧 청보리가 돌길에 번질 듯 타겠지
    여름은 셔츠를 뚫고 땀을 영글어
    우린 가난해지겠지 너의 척추 밑에선
    설탕 밟는 소리가 나겠지

    나는 너의 등에 귀를 대고서
    일본식 소책자라도 읽는 것처럼
    왼편의 풍경이 오른쪽 어깨로 넘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인데

    언젠가 집 앞의 배롱나무가 행주처럼 비틀려 꽃을 뱉을 것이다
    마른 팔을 붙잡고 땅을 헤엄치리라
    귀를 잃으리라 너는 숨을 색색거리고
    나는 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말하고 너는 메말라 가고

    그래도 괜찮다 지금은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속에 우리가 있기에
    발끝을 툭툭 스치는 유채꽃 머리
    미지는 그렇게 조용히 몸을 두드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눈앞이 선한 등으로 가득했다

 

  *  이소라, Track3 중에서

 

 

 

 

 

 

 

 

 

 

 

 

 

 

 

 

고명재 작가소개 / 고명재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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