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이야기 외 1편

[신작시]

 

 

램프 이야기

 

 

임효빈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은 성자처럼 산다지 삼백예순다섯 날 물개 기름 램프를 켜놓은 이글루는 성전이 된다지 그을음 없는 어깨와 어깨를 비벼 체온을 지핀다지 성전의 눈꺼풀을 열고 입김을 뱉어내면 난기류도 기침을 멈춘다지 스스로 날것이라 여겨 어느 것도 익히지 않는다지 천천히 혹한의 뿔을 살피고 두 손을 모아 기다릴 뿐 벗겨질 가죽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지 물개 기름 램프는 꺼지지 않을 침묵만 피운다지 그림자를 태워 불꽃의 심장을 만든다지 한 사람의 그림자가 다 탈 때까지 생각의 재를 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지 고민의 시간이 쌓여 이글루 안은 푸르게 희다지 어둠이 바다사자와 물개와 고래의 피를 마시며 이글루를 지키다 그중 하나의 울음이 빙하를 적시면 떠난다지 이누이트족은

 

    성부의 발자국에 성호를 긋는 램프를 켜놓고

 

 

 

 

 

 

 

 

 

 

 

 

 

 

 

수서

 

 

 

 

    수장을 끝낸 강물의 뒤척임이 조심스럽다 말을 건네려는 강물의 눈빛에 나무는 강모래 한줌 쥐고 뿌리를 내린다 바람에 물들면 소망이 길어져 강의 기침이 쌓인 바닥을 가만 품는다 기별처럼 다녀간 별의 발자국에 휘기도 한다 새들의 영혼을 허밍으로 빼앗아간다는 수초와 물에 빠진 달빛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나무가 귀를 연다 나무의 심장소리가 들리고 강물이 흐르는 웃음으로 옆구리를 흔든다 안도하는 몸짓으로 강은 물을 힘껏 밀어 올려 나무의 입술에 닿는다 어린 말이 터지려 한다 나무의 봄이 열리는 동안 사람의 기척으로 강물이 귀를 닫는다

 

    강물이 연두를 훅 불어 꽃잎을 당긴다

 

 

 

 

 

 

 

 

 

 

 

 

 

 

 

 

 

임효빈 작가소개 / 임효빈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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