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차방책방(1회)

[책방곡곡]

 

 

 

대구 차방책방(1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회/원고정리 : 이재은
참여자 : 이재진, 홍지훈, 신해리, 김수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정확히 말하면 문학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즐겁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서사는 드라마와 영화로, 단어의 리듬은 노래로, 굳이 문학이 아니어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낯선 세계를 떠돌다 마주한 익숙한 장면들, 외면하고 싶었지만 끝끝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낮고 작은 목소리를 따라 우리는 문학의 쓸모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함께 읽기로 했다.

 

 

사회자 : 우리가 함께 읽은 첫 책,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소설입니다. 평소에 장르소설을 자주 접하는 편인지요.

 

홍지훈 : SF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다뤄지지 않는 과학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SF가 되는 것 같아요.

 

신해리 : 인터스텔라, 그런 이미지들이 먼저 생각나요.

 

이재진 : 평소에 SF영화나 우주에 관련된 영화를 찾아볼 정도로 좋아하는 편인데 첫 이미지는 ‘미래과학 그리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가볍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회자 : 단편을 엮은 소설집이라 그렇게 느꼈을 것 같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어떻게 읽었는지 얘기해 볼까요?

 

홍지훈 : 문장 자체가 따뜻하고 유려했어요. 과학적인 소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쓰인 느낌이었고 단편의 내용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아서 좋았어요.

 

김수운 : 저는 공대생이기 때문에 익숙한 소재들이 많았는데 너무 난해하지 않은 소재들을 잘 엮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순간에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현실과 멀지 않게 그려낸 것 같아요. 문법이나 서사에 대한 부분들보다는 소재에 집중하면서 읽었고 그래서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소설에서 말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가 겪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현실이었다면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에 감정이입하며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회자 : 저는 SF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전문지식을 필요로 해서 장벽이 높은 느낌? 그런 것들을 몰라도 이해하고 읽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다른 장르소설과 달리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신해리 :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긴데, 저는 책을 다 읽을 때까지 SF소설인지 몰랐어요. 참신한 소재, 아이디어를 인간의 결을 다루는 데 활용했다는 게 신선했어요. SF소설인 걸 알고 더 놀랐어요. 또 등장하는 세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회색빛의 미래도시가 아닌 현실과 같은 색채를 가진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김수운 : 그래서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가 힘들었어요. 익숙한 내용들이 나오니까 틀에 갇혀서 읽었던 것 같아요.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됐을 때 사람들이 현실세계보다 다른 세계에 빠지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그러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회자 :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홍지훈 : 글쎄, 상상할 수는 없지만 짜여진 틀과 프로그래밍 된 삶을 살게 된다면 즐겁지 않을 것 같아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프로그래밍 되어 결핍 없이 살아가게 되면 재미도 발전도 없을 것 같아요.

 

이재진 : 우리는 결핍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결핍 자체가 없다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 같아요.

 

신해리 : 결핍이 있고 불편한 것이 있어서 생각을 하고 발전하고 아이디어가 생기겠죠?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핍을 통해서 감정을 느끼고 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인간 본질의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 과학의 발달의 이면인 것 같네요. 미래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의 문제나 구조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느꼈나요?

 

신해리 : 저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그런 의미에서 좋았어요.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문장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에요. 우리는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하게 되잖아요.

 

사회자 : 완벽한 세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세계에 머무르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죠.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에서 함께 맞서는 것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안다는 말이 참 다정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이재진 : 저는 ‘델피의 올리브’라는 문장이요. 한 편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면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소설집의 다른 단편들을 읽을 때 힌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세계관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김수운 : 「스펙트럼」이라는 단편 속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다른 행성에서 보낸 시간이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스스로 거짓말쟁이가 됐잖아요. 사람들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마구잡이로 연구하고 분석하니까. 한편으로 인간은 정말 소름끼치는 존재라는 생각도 했어요.

 

홍지훈 : 그런데 이 단편은 왜 다른 단편에 비해 짧을까요?

 

이재진 : 중간에 ‘할머니의 이야기는 늘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라는 문장 때문인 것 같아요. 할머니가 전해 준 이야기가 짧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끝이 나버렸기 때문에 화자의 이야기도 갑작스럽게 끝이 난. 할머니가 10년이라고 말했지만 구조된 건 40년 만이었다는 것이 할머니가 루이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신해리 : 그러고 보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경우 작가가 과학을 장치로 두고 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게 안나가 남북이산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갑작스러운 이유로 가족과 영영 볼 수 없게 되었고 다시 만날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을 과학적인 접근으로 이렇게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떠나간 사람들을 기다리는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요.

 

이재진 : 사실 저는 그 이야기에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70살이라는 나이가 다가오는 게 많았어요. 나이를 알게 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잠들고 깨어나길 반복했는지, 우주정거장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지 실감하게 했고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탁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정거장을 폐쇄하러 온 남자 직원은 아마 안나를 통해 연민과 다양한 감정을 배웠을 거예요. 그렇게 감정은 계속해서 이어져 간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자 : 저는 관내분실에서 그 감정의 연결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임신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면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재진 : 엄마를 찾는 과정이지만 엄마가 아닌 개인의 이름을 찾아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은 주인공이 엄마가 되어 개인을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엄마를 쫓아가며 이름을 찾아 주는 과정이요. 저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엄마를 이해한다고 말할 때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거든요. 출산을 하고 나니 엄마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신해리 : 저는 출산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가 엄마가 되면 이름이 지워지잖아요. 누군가 세상에 나보다 더 사랑할 존재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있겠지만 이름이 지워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사회자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가가 단편마다 가려지고 소외된 이름과 존재들에 대해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단편 중에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이 있나요?

 

이재진 : 공생가설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건 ‘감염’이었어요. 유아기 아기들이 생각을 가질 때 로봇이 키우는 아기들과 인간이 키우는 아기들이 있고, 인간이 키우는 아기들에게만 감염이 되어 우리 뇌 속에 윤리라든지 덕목이 심겨진다는 부분은 참신했어요.

 

김수운 : 인간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의 덕목들이 사실은 인간으로부터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적인 신호와 의식에 의해 심겨진다는 건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덕목들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신해리 : 생각해 보지 못한 범위의 사고성을 줬어요. 그래서 가장 SF 같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고성.

 

홍지훈 : 저는 「감정의 물성」에서 인간이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 감정도 소유하려고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어요.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사려는 마음이 궁금했어요.

 

이재진 :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장은 뇌라고 생각해요. 감정도 뇌파의 일부라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싶다는 감정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도 사게 되는 게 아닐까요?

 

신해리 : 저는 인간의 감정 중에 한 부분을 부정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인간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몰입이나 집중된 상태에 빠지려고 하고 그때의 감정은 다양하다고 봐요. 긍정이든 부정이든 몰입된 상태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요. 감정은 어떻든 상관없고 몰입의 상태가 되기 위해 구매한다고 생각해요.

 

이재진 : 맞아요. 사실 감정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김수운 : 같이 읽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양한 생각과 시선들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읽었는데 지금은 어떤 이야기인지 뚜렷해졌어요.

 

사회자 : 맞아요. 그래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타자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식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됐고요. SF소설에 초점을 맞춰서 읽었지만 결국은 나와 타자에 대한 이해, 나와 우리에 대한 관계를 좀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줄 평을 해볼까요.

 

이재진 : 사랑, 결핍, 이해, 공존!

 

신해리 : 타자와의 공생?

 

김수운 : 과학기술의 두 얼굴.

 

홍지훈 : 미래와 현재가 맞닿은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사회자 :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 중 한 부분을 옮기며 마무리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 빛의 속도로 갈 수는 없어도 각자의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 보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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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웹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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