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버지이이 외 1편

[신작시]

 

 

아버버지이이

 

 

김임선

 

 

 

    무서운 늑대가 순한 가면으로 먹어치운 순한 양 한 마리 무서운 늑대가 나무 밑에서 속 것을 게워 새끼에게 먹인다 착한 양 한 마리 나무 밑에서 순한 얼굴로 먹어치운 풀 어리석은 새끼에게 순하게 풀어 먹인다 음흉한 독수리가 사악한 본심으로 먹어치운 음흉한 뱀 한 마리 사악한 새끼에게 녹여 먹인다 무서운 늑대 지금도 순한 가면으로 순한 토끼 노리고 있는 여기는 정글

 

    동성로 전기통닭 반 마리
    하숙하는 어린 오빠에게 먹인 날
    (아버지가 흘린 군침)
    이것은 아버지의 추억

 

    무서운 얼굴을 못 가진 아버지는 착한 양은커녕 멍청한 너구리도 한 마리 못 구하고 비장한 얼굴로 아버지의 창자 구워 오빠에게 먹인 걸 아버지의 간 아버지의 허파 구워 오빠에게 먹인 걸 착한 양 너마저 아버지 찾아와 내 창자 내놓아라 내 허파 내놓아라 협박하던 걸 내가 보아버렸지 아버지는 순한 가면 구하는 법 몰라 생긴 대로만 여기저기 굴러다녔어 여기는 아버지의 정글

 

    아하, 아버지는 다 큰 오빠한테만
    왜, 어린 통닭을 먹였을까

 

    무서운 새끼가 무서운 늑대가 되어 먹어치우는 아버지 한 마리
    음흉한 새끼가 음흉한 독수리가 되어 착한 아버지를 뜯어 먹는다
    사악한 새끼가 사악한 뱀이 되어 못난 아버지를 헐뜯는다

 

    아버지는 어쩌자고 새끼에게
    고기 맛을 알게 했을까

 

    아버지 나도 고기 맛을 알고 싶어
    아버지랑 같이 풀밭 넓은 강가에서
    치킨 맥주 함께 먹고 싶어

 

    아버버지이이 거기서
    언제 살아 올 거야?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숲에서 물고기 한 마리 구하네

 

 

 

 

    나는 지금 바다에 빠져드는 깊이
    고기 잡는 어부가 되어 두꺼운 장화 신고
    물보라 되어 등 푸른 작업복을 갖춰 입고
    내 주머니에는 낡은 수갑이

 

    나는 물고기 한 마리
    신께 바칠 높이
    물의 비명을 견딜 귀마개는 내 목에 걸려 있어

 

    나는 바다야 오래 전부터
    너의 발소리를 예감했지
    눈을 감지 않고도 느낄 수 있어
    바다에 바람이 일지 않는 날
    어디 있었니 너를 상상했어
    오래 널 기다리며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네

 

    너는 무자비할 것이며
    너는 음흉할 것이며
    너는 어리석을 것이며

 

    나는 바다를 빠트리는 그물이야
    너의 허리춤에 매달려 의기양양한
    수평선을 정복하는 거야 내 운명은
    그물 잣는 노인의 결심이었거든
    오래 벼린 나는

 

    파도 한 그루야

 

    나는 파도 파도 한 그루야

 

    나는 수많은 파도 한 그루야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 보겠어
    뛰어 보겠어 미쳐
    날뛰어 보겠어

 

    나는 해변을 기웃대는 먹구름이야
    뿌리는 너에게 있고 저녁의 바람이 나를 흔드네
    내 창자를 펌프질하네
    왈칵왈칵 구역질이 피네

 

    휘파람을 펄럭임이라 부르고
    펄럭이는 물보라를 나비라 부르고
    당신이 목격한 절정

 

    그 속으로
    깊이 배 저어가네

 

    나는 바다를 건너는 나비 한 마리야

 

    나는 나비 나비 한 마리야

 

    나는 수많은 나비 한 마리야

 

    날개를 파도라 부르고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환하게 물고기 날아오르네

 

    나는 바람을
    해방이라 부르는
    파랑이야

 

 

 

 

 

 

 

 

 

 

 

 

 

 

 

 

 

 

김임선 작가소개 / 김임선

202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문장웹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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