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치기 외 1편

[신작시]

 

 

바꿔치기

 

 

차도하

 

 

 

    사막이 왔다
    밟으면 푹 꺼지는 모래땅을 간절함 없이 걷다 보면
    사막이 간다

 

    현관이다
    잊지 않기 위해 문고리에 걸어 놓은 장바구니
    혹은 우산
    혹은 사람

 

    그중 하나를 잡고 외출의 목적을 상기하며 걷는다
    이때 보도블록은 보도블록이다
    이때는 간절하다

 

    구매 목록
    양파
    고양이 간식
    내 간식

 

    먹을 거 말고 다른 건 안 필요해?
    물건을 계산할 때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어 놀란다
    그 사람과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을 닫으며
    그가 나를 문고리에 걸어 놓는다

 

    그가 운동화를 털자 끝도 없이 나오는 노래

 

 

 

 

 

 

 

 

 

 

 

 

 

 

 

1인용 2인실

 

 

 

 

    나는 지금 속눈썹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상자를 열자 서랍이 들어 있습니다
    서랍을 열자 칼이 들어 있고요
    칼을 열자 눈꺼풀이
    눈꺼풀을 열자 속눈썹이 있어요
    눈은 어디로 갔을까요 눈은…
    눈앞에 떠 있습니다

 

    깨어나 보니 그것은 조명이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건
    검사 결과만큼만 중요한 일

 

    조명이 아니라 태양이라고
    옆에 있는 환자가 알려줍니다
    더 미친 걸 자랑하려고

 

    여기는 창문 없는 방인데요?
    내가 지적하자

 

    여기는 1인실인데요?
    환자가 대답합니다

 

    대화를 포기하고 천장을 바라보다
    궁금해집니다 여기가 1인실이라면,
    나는 누구인데요?

 

    당신은 내 상상 친구입니다
    환자가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합니다

 

    미안합니다
    환자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괜찮습니다, 아니니까요
    나는 이불의 패턴을 유심히 살핍니다

 

    미안합니다
    환자는 사과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고요

 

    패턴의 규칙을 깨닫자
    이불이 새하얘집니다

 

    다시 천장을 바라봅니다

 

 

 

 

 

 

 

 

 

 

 

 

 

 

 

 

 

 

차도하 작가소개 / 차도하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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