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애친 외 1편

[신작시]

 

 

호애친

 

 

유계영

 

 

 

    월요일은 놀라웠네 아뿔싸 등 뒤에도 세상이 펼쳐져 있다니
    화요일엔 포기하였지 발바닥 밑도 마찬가지라니 하염없이

 

    수요일의 책은 닫히고 싶었다
    책을 반으로 쪼개 벌리고 있는 너의 손아귀가 피로한 이유는
    책이 속마음을 들키기 시작한 까닭이다
    비둘기들이 가끔 빵으로 보이는 현상에 시달리는 것도

 

    꿈의 입구에는 맹인 전등갓 장수가
    하루에 한 번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너를 기다리고 있네

 

    꿈의 입구는 지나치게 넓어서 아무나 들락거릴 수 있지만
    꿈의 내부는 알다시피 좁아터졌지 동그랗게 동그랗게
    몸을 말며 자신만의 어둠을 확보하고 싶어지는 것
    손바닥이 찢어질 때까지 남을 쓰다듬고 싶어지는 것
    꿈은 그런 세계다

 

    목요일의 거목은 결심하였네 모든 것에 별 흥미가 생기지 않는
    너의 어깨에 나뭇가지 하나만 올려놓기로
    그런 얼굴일 필요까지 있겠어? 물어보기로
    금요일엔 포기하였지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필요가 없어서

 

    토요일의 거목은 딱 한 마디만 더 누설하였다
    말해 뭐 해 라고 말해 뭐 해 라고 말해 뭐 해……
    밤새 중얼거리는 나무는 딱따기꾼처럼 앙상하다 그러나
    일요일에도 문을 닫지 않는 상점들 덕분에
    너는 잘 살아 있네

 

    지금 흐르는 눈물은 지난달에 먹어치운 빵
    비둘기 한 마리의 것
    월요일이 등 뒤에서 시작되었네
    네 앞을 앞질러 천천히 사람이 되었지
    둘 셋 넷으로 늘어나네

 

 

 

 

 

 

 

 

 

 

 

 

 

 

 

동시에

 

 

 

 

    거리에서 본 것;
    마네킹의 옷을 벗기는 상인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양팔을 잡아 뽑는 것이 있다
    단,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는 행자들을 위해
    마네킹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다뤄 주기
    가령 양팔을 살살 뽑기

 

    흰 티셔츠가 벗겨진다
    노란 티셔츠가 입혀진다
    동시에
    어떤 바지를 상상하고 있는가?

 

    無;
    최선을 다해 희미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있음
    들쥐에겐 들쥐의 콧김이 피어오름
    마가렛에겐 마가렛의 그림자가 누워 있음

 

    대막대의 활용;
    선을 넘는 사람
    줄을 타는 사람
    면을 잇는 사람

 

    이름;
    “공주야” 하고 개를 부르면
    “개의 의사도 중요하지 않아?”하고 묻는 바보 있을 것이다
    이름은 측면에서 날아오는 것
    공주를 공주답게 밥 먹이고 공주답게 잠 재우며
    공주를 공주로부터 펄쩍 뛰어오를 작정으로 살게 하는 것

 

    다른 기도;
    물병은 물병의 바깥에서 물병을 바라보는 것으로 물병을 이루게 하소서 출렁임을 모르고 출렁임을 바라보는 것으로 출렁이게 하소서

 

    또 다른 기도;
    두 손을 가슴 앞에
    세상에 막 던져진 새끼 염소를 핥는 늙은 염소와 같게
    갓 태어난 죄의 절룩이는 다리를 매만지다

 

    화면에서 본 것;
    나뭇가지에 앉은 저 새는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 것인가
    여자는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새가 앉아 있는 줄은 몰랐다
    여자를 찍은 사진사는
    여자의 눈동자에 새가 앉아 있는 줄은 몰랐다
    여자의 사진은 극사실주의 화가에 의해 스케치 되었다
    새는 우리의 눈앞까지 파고들었다
    안으로

 

    동시에;
    이 기분 나쁜 음악은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건가요?
    내가 물었을 때
    일제히 심장의 모눈을 향해 겨눠지는 눈빛

 

 

 

 

 

 

 

 

 

 

 

 

 

 

 

 

 

유계영 작가소개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시집 『온갖 것들의 낮』,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가 있음.

 

   《문장웹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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