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나비날다책방(제2회)

[책방곡곡]

 

 

 

배다리 나비날다책방(제2회)

'나쁜 이'를 쏙 뺀 이토록 확실한 복수

 

 

사회/원고정리 : 이재은
참여자 : 청산별곡, 이병국, 정지은1, 정지은2

 

 

 

 

   

 

책읽기 모임 '책락' : 책을 즐겁게 읽고 나누는 모임
 

 

사회(이재은) : 안녕하세요. 4월 책락(冊樂) 모임의 사회를 맡은 이재은입니다. 이번 달에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체공녀 강주룡〉(이하 강주룡)의 작가 박서련의 두 번째 장편소설 〈마르타의 일〉(이하 마르타)입니다. 두 해 전 〈강주룡〉을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는데요, 서사도 새로웠고 지금의 이북말이 섞인 문체의 독특함이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게 했습니다. 전작을 본 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텐데, 각자의 경험에 따라 〈마르타〉를 읽은 소감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이병국 : 저는 〈강주룡〉을 읽었는데요, 그 작품과 〈마르타〉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알고, 그 일을 밀고 나가는 여성이 전작에서는 역사적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으로 등장하죠. 〈마르타〉의 경우 직설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스릴러 요소를 가미했는데,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지은1 : 전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마르타〉는 '젊다'는 느낌이 드는, 젊은 작가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정말 잘 읽혔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빠져들었습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발랄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청산별곡 : 〈강주룡〉도 얼른 구해 봐야겠어요. 작가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쓰는지 알고 싶어졌거든요. 〈마르타〉는 뭐랄까, 드라마 수사물 같았어요. 드라마를 책으로 읽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예측 가능했고, 너무 착하게 진행되는 기분도 들었어요. 알고 보니 익명이 범인이라든가 하는 반전도 없고요. (웃음)

 

정지은2 : 저도 전작을 읽지는 못했어요. 〈마르타〉를 굉장히 잘 보긴 했는데 뭔가 찜찜한 마음을 지우긴 힘들었어요. 긁어내고 싶은데 안 긁히는 느낌 있잖아요. 발신인도 없이 운동화 한 짝이 도착한 걸로 마무리된 것이 또 다른 복수를 암시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결말이 썩 유쾌하진 않았어요.

 

책읽기 모임 '책락' : 책을 즐겁게 읽고 나누는 모임
 

 

사회(이재은) : 복수, 추리, 살인, 퀴어, 종교, 우정, 임용고시, 마약, 셀럽, 연예인 등 이 소설이 붙잡고 있는 키워드는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핸드폰과 SNS를 활용해서 죽은 동생의 주변인물을 살피고 추적, 유인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요.

 

이병국 : 저도 기대를 했는데 소재를 충분히 살렸는지는 의문이에요. 초반에 수아가 동생의 핸드폰을 백업하지만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는 정도로만 쓰거든요. 사진이라든가 메모 등 핸드폰에 어마어마한 자료가 있을 텐데 말이죠.

 

청산별곡 : 핸드폰에 대한 얘기가 어느 순간 슬쩍 사라져 버리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가지고 온 건 많은데 손대다 만 느낌이었어요. 조금 걷어내고, 한두 개를 깊이 있게 붙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정지은1 : 언니와 동생의 관계도 소재적인 부분이 있어요. 착하고 예쁜 동생과 공부만 한 언니.

 

사회(이재은) : 흔히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이나 오해 같은 걸 세세하게 짚어 주는 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하잖아요. 이 소설은 그런 걸 퉁치고 넘어간다고 할까, 편하게 따라 읽을 수 있는 웹소설 같다는 인상도 받았어요.

 

이병국 : 박서련 작가가 최근에 동료 작가들과 '던전'이라는 문학 플랫폼을 오픈했잖아요. 거기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고, 곧 장편소설도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회(이재은) : 어쩌면 작가가 이 작품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정지은1 : 고시원이나 독서실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하지 않았나요? 전형적이었다고 할까요.

 

청산별곡 : 작가가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친절하게 쓰다 보면 과해질 수 있잖아요. 제가 소심한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고시원 옆방 여자에게 그렇게 예민하면 당신이 고시원에 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톡 쏘는 장면은 통쾌했어요. 소설에 쓰인 욕설이 제가 하지 못하는 걸 대신 해주는 듯해서 대리만족의 효과도 있었고요.

 

사회(이재은) : 저는 동생이 자살한 게 아님을 밝히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남자에게 복수하는 언니 수아의 활약이 믿을 수 없이 쿨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산적이고 이성적이며 또 재빠르기도 해서 그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죠. 죽은 동생의 언니이자 살인의 공범, 고시생이자 알바생, 나중에는 누군가의 연인이 되는 수아는 그녀의 조력자이면서 살인자가 되는 익명과 함께 영웅의 외피를 입습니다. 두 사람 외에 카페 매니저와 래퍼, 약대, 부모님이 등장하는데 몇몇은 소설 안에서 도구적으로 이용될 뿐, 관계를 잇는 감정의 고리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지은1 : 래퍼는 연예인 차해경의 본명이 이준서라는 정보를 주고, 약대는 약 이름과 경아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죠.

 

이병국 : 언니 수아가 이준서를 죽이는 방법에 작위적인 측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가해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잘사는 세상의 불합리를 알고 있는 한 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플롯을 찾았다는 생각은 했어요. 독자를 후련하게 만들어줬달까요.

 

정지은1 : 언니가 동생 옷을 입고 클럽에 가는 장면은 어설펐어요. 이준서도 금방 눈치 채고 말잖아요.

 

이병국 : 권여선 작가의 〈레몬〉이 생각났어요. 언니가 죽은 뒤 동생이 성형수술을 해서 언니랑 똑같아지잖아요. 이 소설에서는 언니가 동생처럼 보이려고 꾸미죠.

 

정지은1 :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으려다가 실패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이병국 : 이 책을 장르소설로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 작가도 장르적 특징을 차용해서 이 작품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정지은2 : 저는 산부인과 에피소드가 뜬금없었어요. 의사의 목에 칼을 대고 협박하는 건 그렇다 쳐도 수백 명의 환자 중 하나인 경아의 내원 일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환자 정보를 그렇게 술술 털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정지은1 : 임용고시 면접에 교육감인 이준서의 어머니가 나온 것도 예상한 바였어요. 거기서 수아가 '역지사지'를 설명하는 건 어떻고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듯해서 깜짝 놀랐어요.

 

사회(이재은) : 언니 수아는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었는데 동생이 죽은 뒤 적극적으로 보복을 준비하잖아요. 대학 졸업 후 초수 합격을 노리는 고시생이니까 스물셋이나 스물넷쯤 됐을 텐데 나이에 비해 수아가 능숙한 것 아닌가 하는 반감이 있었어요.

 

정지은2 : 저는 그 나이에 하지 못할 일을 한다는 의심은 없었어요.

 

정지은1 : 종종 트위터에 들어가는데 제가 눈여겨보던 계정주가 알고 보니 중학생이었던 거예요. 그때 충격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 (웃음)

 

정지은2 : 며칠 전에 고민 상담을 해주는 유튜브 예능을 보는데 그게 실시간 방송이었거든요. 접속한 사람들이 채팅을 하는데 A라는 사람이 자기 의견을 올리니까 B가 A님은 몇 살이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A가 올리는 글을 읽으면서 내 또래가 할 법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A가 이제 열두 살 됐어요, 그러는 거예요. 그랬더니 B가 전 열한 살인데 엄마 핸드폰으로 채팅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정지은1 : 열한 살, 열두 살이면 초등학생이네요.

 

정지은2 : 그러니까요. 다수가 보는 채팅창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자기 유튜브에 놀러오라고 권유하고, 그런 상황이 신기했어요.

 

책락 모임 참관묘 : 반달이
책락 모임 참관묘 : 반달이

 

사회(이재은) : 서평을 좀 찾아봤는데 "이토록 매력적인 '언니'의 복수와 비겁한 예수의 남자들"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학평론가 김영삼 씨는 경아의 죽음을 "여성혐오와 성차별에서 기인한 '페미사이드(femicide)'"라고 표현하면서 〈마르타〉를 "광범위한 페미사이드에 피폭된 여성들의 불행에 대한 매력적인 '언니'의 복수전"으로 해석합니다. 즉, 예수 앞에 앉아 가르침을 배우는 마리아(경아)를 조롱하고 차별한 '예수의 남자들'과 싸우는 이야기인 거죠. 작품에는 마리아와 마르타에 대한 언급이 두 번 나오는데, 성경의 비유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청산별곡 :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독특한 시도였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작가가 이렇게 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마르타가 일하지 않는 마리아를 나무라자 예수님은 오히려 마리아 편을 들잖아요. 마르타를 창피 주고. 소설 속에서 익명이 말하길, 당시에는 여자가 남자들처럼 가르침 받는 건 금기였는데 예수의 발치에 앉아 있는 마리아를 예수님이 남자들의 시선에서 구하고 인정해 준 거라고 하죠.

 

이병국 : 예수는 마리아와 마르타 모두 중요한 사람이고 구원받을 존재로 보는데 소설의 마리아(경아)는 처벌된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마리아가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말씀을 듣는 자리에 있었다면 리아(경아)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결국 마르타만 남는데 '마르타의 일'이 이 소설에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성경과 비슷하거나 다른 지점을 제시하고 있는지 되짚게 되더라고요.

 

정지은1 : 여자가 여자를 구원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이병국 : 그렇죠.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아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지 않았다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문장도 나오지만 시간 단위, 분 단위로 계획 세우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새 젊은 사람들은 그런가? 내가 나이가 들었나? (웃음) 복수의 플롯을 지우면 청춘의 삶, 일상을 쪼개서 살고 있는 이십대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청산별곡 : 일상이 세세하게 나오는 장면이 도드라졌어요. 알바, 스터디, 시험 준비, 복수 계획 등에 시간을 쪼개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요.

 

정지은1 : 저도 기억나는 문장이 있어요. "정신 차리자. 우선순위를 놓치지 말자. 시간상 먼저인 건 경아 일이지만 냉정히 말해 내게 더 중요한 일은 시험이다. 난이도는 감히 비교할 수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되겠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공부가 훨씬 쉬웠어야지. 훨씬 쉬운 일을 못 해내서는 안 되겠지. 그게 사람이겠지. 사람의 도리겠지."

 

정지은2 : 제가 이십대여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수아의 생활이 낯설지 않았어요. 제가 그렇게 살아서가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많이 보고 들었다고 할까요. SNS 저격, 약물, 우울증, 임신, 디지털장례 등도 이미 주변에서 일어났고,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 소설에 나오는 사건들이 대부분 납득이 됐어요. 같은 맥락에서 소설이라기보다 누군가의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시감도 있었어요. 이런 내용을 또 봐야 하나……. 소설이라기보다 현실 같았고, 술술 읽혔지만 가슴을 팍팍하게 하는 상황도 많았어요.

 

이병국 : 어떤 단어에 '녀'를 붙이면 비하나 혐오 발언이 되잖아요. 이 소설에서 경아는 봉사녀였다가 낙하산녀가 되는데 과정이나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이름으로 낙인찍는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의구심이 생겼어요. '봉사녀'에는 남성적인 시각이 들어가 있고, '낙하산녀'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가 있는 건가, 하고 이해했어요.

 

정지은2 : 봉사녀가 봉사를 열심히 하는 여자라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 성적인 걸 말하기도 하잖아요. 봉사라는 단어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어요.

 

청산별곡 : 피해자는 끝까지 피해자로 남는 일이 많잖아요. 꿈에서도 악몽에 시달리고. 이 소설에서는 피해자가 모든 것을 잃지 않고도 복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어요. 복수 이후에도 아무 피해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계속 살아가도 된다고 격려해 주는 듯해서 애잔했어요. 경아의 죽음이 슬픈 게 아니라 과정,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쪽으로 복수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슬프기도 했어요.

 

사회(이재은) : 이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생각을 듣고, 남성과 여성의 평가에 골고루 기울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믿을 만한 화자가 행하는 확실한 복수. 생략과 압축으로 정리된 안정된 문장으로 독자에게 신뢰를 준 박서련 작가의 작품 귀하게 읽었습니다. 오늘도 참 즐거웠습니다.

 

책락 모임 사진

 

 

 

 

 

 

 

 

 

 

 

 

 

 

 

이재은

사회 / 이재은

소설을 씁니다. 작년에 첫 소설집 『비 인터뷰』를 출간했어요.

 

정지은

참여자 / 정지은 1

문화평론가. 배다리 나비날다책방과 주인장, 집사를 애정한다.

 

정지은

참여자 / 정지은 2

여기저기 관심 많은 골칫덩이 20대 청년

 

이병국

참여자 / 이병국

책 좋아하는 글쟁이 겸 이런저런 알바生

 

청산별곡

참여자 / 청산별곡

나비날다책방지기 겸 문화기획자. 어떻게 하면 재밌게 일하면서 놀까 늘 꿍꿍이중이에요.

 

 

   《문장웹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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