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외 1편

[신작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김기택

 

 

 

    입에서 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 나온다.
    맘껏 뛰노는 벌판을
    체온으로 품는 가슴이 나온다.

 

    혀가 목구멍을 찾아내
    살아 있다고 우는 울음을 핥는다.
    혀가 눈을 찾아내
    첫 세상을 보는 호기심을 핥는다.
    혀가 다리를 찾아내
    땅을 딛고 설 힘을 핥는다.
    혀가 심장을 찾아내
    뛰고 뒹구는 박동을 핥는다.

 

    혀가 나오느라 꼬리가 길다.
    혀가 나오느라 귀가 빳빳하다.
    혀가 나오느라 발톱이 날카롭다.

 

 

 

 

 

 

 

 

 

 

 

 

 

 

 

자가격리

 

 

 

 

    거리는 행인들이 없어 썰렁했으나
    숨 쉴 때마다 사람들이 우글우글하였다.

 

    날숨은 사람들을 피해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다.
    들숨으로 사람들이 노크도 없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날숨은 들숨을 눈치 보고 들숨은 날숨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든 말들은 목소리가 아니라 침으로 나오고 있었다.
    모든 말들은 귀가 아니라 코로 들려오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밀착된 적이 있었나?
    내 숨이 이렇게 많은 숨과 연결된 적이 있었나?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에 묻은 사람들을 씻어냈다.
    반갑다고 손을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강제로 밀쳐내고 떼어내느라 꽤 오래 걸렀다.

 

    한 지인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와 접촉하여
    자가격리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리 둘러봐도 말과 손과 숨을 둘 마땅한 곳이 없어서
    나도 저절로 자가격리 되었다.
    허파도 심장도 생각도 따라서 자가격리 되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 때에도 늘 혼자였기에
    자가격리는 맞춘 듯 내 몸에 잘 맞아서
    방에 틀어박혀 책 읽기에는 더없이 좋았으나

 

    아무리 집중해서 읽으려 해도
    눈이 글자에만 머물고 문장 속으로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따라 눈이 나한테 왜 이러나 했더니

 

    아까부터 머리통 속에서
    생각만으로도 감염되는 신종 바이러스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기택 작가소개 / 김기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출간.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문장웹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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